하얀 밤 초록 이야기22프린스 크리스찬 사운드2
미안해이야기를잘라먹은후시간이많이지나면

다시뭘이야기해야할까잘몰라

그래서시작이어려웠어.

사실바쁜건하나도없는데정신없이시간이흐르더군.

뭘한가지하려면그런가봐.

어제까지리포트를끝냈어.

잘난해설산지뭔지.그공부가조금까다로웠어.

이나이에뭔들쉽겠어?

다시시작하는이야기의맥이틀려지지않았으면바라면서

또다시시작해.하얀밤초록이야기.

프린스크리스찬사운드,

지난번에조기악투어를하지못했다고우리를선착순으로태워준다고해서

방수바지와방수자켓이방으로배달되었더군.

조기악투어란고무보트로바다에떠있다가오는것이래.

배달된방수옷을걸치고대강당으로갔어.

안전훈련이끝나야만보트를탈수있다고했지.

그런데일기가예상되로아주나쁘다고하네.

바람이심하게불어우린못탈줄미리알았어.

안전을최우선으로하는배에서무리를할리가없지.

옷만걸친다고애를쓰고우리는허무한마음으로되돌아왔어.

옷을입은김에데크에서사진을찍고.배는프린스크리스챤사운드를빙빙돌다가

숨막히는경치를보여주고출발을하나보다.

여기가그린란드의최남단이란다.

그린란드를떠나는아쉬움에6층서4시에파티가열린다고한다.

2시에댄스가있고마찬가지로2시에그림그리기가있다.

중복되는시간이라춤을추다가말고그림을하는다방으로가서나무도막하나를들고

끙끙대다가실루엣으로보이는몇사람을그리다말았어.

바깥은숨막힐듯아름다운깎아지는능선의산과그레이시아와폭포와,

이렇게아름다운장관을일찍이본적이없어.

노르웨이의송네피요르드나구드방겐피요르드가가장아름다웠는데

여기에비하면아무것도아닌것같군.

우리가점심을먹을떄도,내가화장지에꽃물을들이고있을때도,

내가춤을추고있는2시에도,내가그림을그리고있던4시까지바깥경치는장관이었어.

배가제법흔들리며멋쟁이선장은이좋은경치를

배를슬슬이쪽저쪽으로돌려가면서보여주고있었어.

희끗희긋보이는산꼭대기의눈도눈이거니와골짜기로흐르다가

수천년을얼어붙어얼음골짜기를이루는그레이시아,

그리고또천갈래만갈래로흩어지는폭포의줄기줄기….

너무가거세게부는바람에남편은모자를바다에날려보냈어.

그린란드가는곳마다아무리비싸도모자에붙인다고뻇지를사서줄줄이붙여놓더니만

그모자를날려보내고말았으니얼마나안타깝고아까울까?.

모자도모자거니와이제다시그린란드엔오지못할것인데뺏지가너무아까워서

속이쓰리고아린모양이다.

어설프기는,이미지나간일이므로속을끓여보았자아니겠냐?

.

대강당에서파티가있다고남편은그좋은경치를사진기에담는다고바쁘고,

나혼자갔더니배에서파는보석과옷들을파느라고패션쇼를하고있었어.

옷을입는사람과보석을걸친모델은모두배에서일하는사람들이었어.

댄스선생님도두사람다모델을했었고,젊은마술사와비디오기사.

그리고춤을같이배우는몇사람들도아마배에괸계하는일을하는사람인듯

옷을입고물건판촉전에나왔더군.

뒷자리에앉아주방장이권하는케익조각과차를마시고저녁정찬이야기를했어.

]

"아니,이불아래송사도못하셔요?매끼니도아니고특별히초대하는단한번인데…"

음식을느리게잡수시는식습관때문에,격식대로먹어야하는답답함때문에,

정찬을싫어하시는둘째형님은정찬에오시지않는다고했단다.

함께와서이야기를나누는시간이별로없었기에함께하고싶은생각에

특별초대식당엔꼭모셔보라고권해보았지.

저녁정찬부풰

업그레이드된7층에있는정찬부풰저녁이었단다.

사진정리로조금늦은남편을채근하여갔어.

늘얼마나느긋하게움직이는지늘가슴이조마조마하게살지.

오시지않는다시던둘째형님도얌전하게넥타이를매고오셨더라.

우리모두는

"함께해주셔서감사합니다."

인사를했어.

맞지않음에도불구하고참고,참석해주신그마음이고마워서.

모처럼정찬에서오붓하게모든식구가둘러앉을수있었어.

화이트외인한잔씩을마셨어.

메인이고기라서현주씨가불랙와인을시키려했으나어차피술은안회장님혼자드시는거니까,

그분취향대로하자고의견을모아서화이트와인을택한것이야.

남편과둘째형님은술을한잔도못마시지.

정찬은7가지코스인데선택하지않고그냥자기들이알아서요리한것을준다고해.

애피타이즈로치즈한조각,

훈제오리가슴살

연어가든아스파라가스크림스프.

그리고무순을곁들인따뜻한새우,

그리고입가심으로칵테일에띄운샤벳을주더니

메인요리로는돼지고기안심스테이크

그리고디저트로아이스크림과파이한조각

다찔링차를마셨다.

모양만아름다웠고맛은조금그랬는데식탁에서의사는이야기는진지하고의미깊었다.

이제노년기에들어선두부부는사는모습이정반대였어.

정말귀감이될만한두분모습을보며우리도앞으로얼마안있으면

이런선택의귀로에서야한다는사실이쓸쓸했어.

둘째형님은죽음의연습이라는표현을쓰더군.

그래서혼자서그연습을위해실버타운에가계신다고해.

아내를부엌에서부터해방시켜주기위해그길을택했다고.

여태너무힘들게살았으니혼자하고싶은것다해보고골프도치고친구도사귀고

다해보라고.그리고한달에두어번오고가기를한1년을하고계신다하데.

그런가하면큰형님은절대로혼자는못살것같으시단다.

여태사업하느라고혼자두어너무나많이아쉬운데이제겨우시간이나서

못해주었던것다하면서함께잘살고싶은데,시간이얼마나남았다고헤어져사느냐고,

죽을때죽더라도그때혼자실버타운으로가도늦지는않을거라고.

어떻게혼자서떨어져서사느냐고.함께살날이남았으면얼마나남았겠냐고….

두부부가모두서로사랑하기때문에선택한삶의방법이지만이렇게서로다른모습이더라.

남편은한마디도하지않고듣고만있었어.

그는늘복잡한내마음을가늠하지못해서내마음이어디가있는지모르고있지.

큰형님부인같기도한것같고,작은형님부인같기도한모양이다.

그래서자기는선택을할수가없단다.

아니두분의말씀이모두다옳긴하지만정리가안되는모양이야.

자기마음은큰형님하고같은것같긴하다고해.물한그릇도혼자갖다먹는걸싫어하고

무얼찾는걸못하는그는혼자서삶을감당하지못하지.

실버타운에서혼자빨래도하고,혼자이불도개고,

혼자청소도하시는작은형님처럼할수는없을테고,…

그는어떤것이자기에게맞은지좀고민이되는모양이었어.

난그점에대해서어떤선택도하지않았지.

나도내가친구들과어울려놀러다니는일은많이는좋아하지않지만,

사람들과인연의끈은놓고싶지않는편이고,남편과사는한그끈은점점놓아야했었지.

매일전화통을붙들고지인들과전화를하던나의모습은이미사라지고없지않아?.

나의전화도없는거나마찬가지,

내게전화연락을하려면하늘의별따기라고이미소문이났을정도라고….

"언니,그점은정말이외네.난형부가전화를더하지않는다고알았는데.."

후배하나가말하더라.

아무도내가전화를하지않고,남편은전화통을하루종일붙들고사는지를알지못하나봐.

어느날은정말너무바쁜일이있어서서울에서남편에게전화를걸었는데

한시간이넘게걸리는집으로갈때까지통화중이라연락을못하고말았던일도있었지,

말하기의요령이없는그는간단명료하게말하지못해.

전화통을붙들고너무나많은설명을해도자기말을명확하게전달하지못해서

자주문제가일어나곤하지.

그전화하는말을듣고있으려면답답해서옆에서말을하지않을수가없어.

그러나전화하는중에말을하면절대로이원목적분류가안되는

그의속을긁어놓을수밖에없어서아예듣지않는편이나아.

내가남편과살기위해선택한하나의방법이내가다른사람에게

전화를하지않고살아야한다는걸깨달았지.

그와살려면전화부터끊어버려야했어.

물론남편이스스로

"너,전화도하지마."

그렇게말한건아니야.

오늘저녁의대화는참으로진지하게진행된대화였었지.

그러나자신이택한삶의방법이자신에게는최고이지만남에게도최고라는생각은

다양성의세상에지양되어야하는방법임에도불구하고사람이황희정승같이되기어려운모양이다.

내가옳은건나에게있어서만이옳은것이지남에게도옳은방법이될수는없는데도

사람들은자기것이가장최선인양알고있더라..

다만권고사항일뿐인것을말이다.

사람에게있는근원적인외로움.

그건누구에게나있는것이고그어떤사람도그외로움에서해방될수는없는것을….

이런선택을했다고외롭지않고,저런선택을했다고외롭지않을것인가?

다만그외로움을극복하는방법을스스로터득할뿐.

작은형님은큰언니가너무외롭다고단정했어.

그이야기를들으면서큰형님은조금불편한모양이었어.

그러나큰언니는그런면도없진않다고말하면서도눈치가보이는모양이야.

나름대로남편이신경을써주는편인데작은형님이그렇게말하니까

딱히부인도할수가없고,아주곤란한표정을지으시더라고,

난분위기가이상하게흐르는것같아

"인간은모두외로움을지니고살아요.아무도그런외로움이없다고말할수는없지요."

하면서이야기를흐려버렸어.

그러면서다른부부가사는방법에대해존중할줄아는마음을가져야만

다양성의세상에서남과부드러운관계를가질수있다는생각을했어.

얼굴의모습이다르듯삶의모습도다른것을…

자라온어린시절의모습이다르듯,내안에접힌날개가어떤색깔인지

그누가다알아줄것인가.

그들이사는방법은그들의지혜와삶의철학이담겨있을것이고

그개인의철학까지옳다그르다판정할수는없지.

내가나도잘모르는데어떻게남을알아낼수있을것인가?

둘째언니는95세에돌아가신시어머니를근50년모셨다하니그하나만으로도

참으로여자로서힘들게살아오신삶이라는걸짐작하겠어.

그걸인정하고부엌에서해방시켜자유를주신작은형님의결단도대단하신분이시고….

의미있는대화를한저녁이었어.

모처럼7명이다모인자리여서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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