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한국인 디엔에이를 품은 …
ㆍ‘시베리아진주’속에‘고스란히잉태된‘한국인의DNA

<정수일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www.kice.ac>

이르쿠츠크도착서너시간을앞두고벌써끝없이펼쳐진창창한

바이칼호수가시야에들어온다.햇빛에반사된수면은거울처럼번뜩거린다.

열차는내내호숫가를오른쪽에끼고자작나무숲속을숨바꼭질하듯

꼬리를휘저으며달린다.

헤아릴수없이많은실개천이호수로졸졸흘러들어간다.

저수많은실개천이모여지구전체를2㎝두께로덮고도남음이있을

세계최대의담수호바이칼을이루고있다.

‘티끌모아태산’,그격언의현장이다.

바이칼전경

바이칼,민족의뿌리찾기일념에서몇번찾아온낯익은고장이다.

최근에는지난해2월13일에이어1년반만에다시찾아왔다.

이번의중점답사지는호수의심장부에자리한알혼섬이다.

이르쿠츠크에도착한다음날(2009년7월8일),시내몇군데를대충둘러보고나서

정오무렵300㎞떨어진알혼섬으로향했다.

200여㎞를달리니짙푸르던초원은반사막고원지대로바뀐다.

아롱다롱한색천을동여맨세르게(몽골의오보,우리네서낭당)와

돌무덤인구르칸이자주눈에띈다.

행인들도우윳빛러시아인과는다른모습의구릿빛부리야트인들이다.

제대로찾아가고있다는실감이난다.

오후6시35분,알혼섬으로도항하기위해말로에모어라는선착장에도착했다.

공교롭게도배의주유구가고장이나무작정기다리라고만한다.

보기엔간단한고장인것같은데,예닐곱수리공이부산을피우며수리하는데

무려세시간이나걸린다.

일행을포함해외국관광객들은초조해물가에서서성대지만,

현지인들은관성(慣性)탓인지표정한점없이느긋하기만하다.

백야에저녁노을은느릿느릿호수면을물들인다.

흰갈매기들이먹이를찾아까옥거리며호숫가를맴돈다.

다행히세시간이란사색의여유를안겨주었다.

‘시베리아의진주’‘시베리아의파란눈’이라고일컬어지는‘바이칼’은

부리야트어로‘큰(바이)물(칼)’이란뜻이다.

따로‘큰(풍요로운)불’이란뜻으로화산과관련시키며,

부리야트나부여란말이이‘바이’에서파생되었다는주장도있다.

정말로‘큰물’답게길이는636㎞,폭은20~80㎞,둘레는무려2000㎞나되며

면적은한반도의3분의1과맞먹는다.

세계에서가장깊은호수로서제일깊은곳은1630m나되며,

세계담수의20%를담고있는제일의담수호로서물의양은

미국5대호의물을합친것보다더많다.

신기한것은336개의하천이흘러들어와호수를이루지만

빠져나가는강은오로지앙가라강하나뿐이라는사실이다.

어떻게수량이조절되는지는아직껏풀리지않은수수께끼다.

바이칼에는2500여종의동식물이서식하는데,

그가운데4분의1가량은이곳만의특이종이다.

북극해에서비밀수로를통해왔다는민물물개,

체질의절반이상이지방이기때문에햇볕에나오기만하면

금방버터처럼녹아버린다는골로미양카,듣기만해도이상야릇한물고기들이다.

그러나대표적인어류를꼽으라면단연훈제가별미인청어류의오물이다.

매해25만~30만t씩이나잡는다고한다.

바이칼은40m깊이에있는지름40㎝의쟁반을육안으로식별할수있으리만큼

세계에서가장맑고깨끗한호수이다.

알고보니보코플라프라라는새우모양의작은갑각류(甲殼類)의싹쓸이청소때문이다.

이놈은무엇이든지닥치는대로먹어치우는데,

2주일이면사람의뼈까지도말끔히없애버린다고한다.

이러한청정에다가신비까지곁들인바이칼의차디찬물에손을담그면5년이,

발을담그면10년이젊어진다고해서사람들은다시찾아오게된다고한다.

태고부터숱한신비를간직해온바이칼은단순한자연의큰물구덩이아니라,

천혜의인종을잉태한태반이고,다양한문화를융합시킨허브이며,

숱한민족의수구지심(首丘之心)을불러일으키는본향이기도하다.

태반과허브,본향,이3통(通)이있기에바이칼과한민족은여러면에서

끈끈한유대로상관되어왔다.

우선지질학적변천에서다.빙하기때바이칼은

고립된오아시스와같은열수(熱水)광산이었다.

당시구석기인들은혹독한추위때문에열수가치솟는

온화한바이칼주변에머물고있다가해빙기에큰홍수가일어나자

남하해한반도일원에까지정착하게된것이다.

바이칼은지금도지진활동을하고있는내륙단층지대로남아있다.

빈번한기후변동과그에따른해수면의변화나지형적변천을

면밀히추적해보면두지역을이어준민족이동통로를밝혀낼수가있을것이다.

샤머니즘의메카알혼섬의부르칸산

다음으로생태학적관련성도점차밝혀지고있다.

최신연구에따르면‘조선’이나‘고려’는순록을뜻하는

‘코리’나‘고올리’에서유래된말로서,바이칼동쪽에서

순록을기르면서살아온코리족(야쿠트)을비롯한순록유목민일파가

순록의먹이인이끼의길을따라대·소흥안령을넘어만주지역으로이동한다.

여기서목축이농업과결합해조선·부여·고구려·발해등제국의

경제와생태적토대를이루고,더남하해한반도에이르러서는

농업구조로전환하면서한반도내고대국가들의밑거름이되었다는것이다.

작금의체질인류학적연구도상관성을뒷받침하는증거를잇따라내놓고있다.

지역이나민족간의상관성을밝혀내는데가장중요한유전학적지표는

Y염색체DNA와미토콘드리아DNA두가지다.

이러한유전학적지표에근거해동아시아인들의초기이주경로를추적해보면

약6만년전에아프리카에서기원한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가

동남아시아나시베리아쪽으로이동해오늘날의동아시아인집단을형성한다.

한편혈액속의감마항체를만드는유전자를조사하는방법으로

혈통을연구해온일본의한학자는몽골로이드는다른인종과는달리

ab3st라는감마유전자를갖고있다는것을발견한다.

이유전자는바이칼을중심으로사방에확산되었는데,

그비율이몽골·만주·한국·부리야트를비롯한동시베리아인에게는

높을뿐만아니라서로가아주가깝다.

또한미국에모리대연구소의세계종족별DNA분석자료에의하면

바이칼주변의야쿠트인과부리야트인,아메리카의인디언,

그리고한국인의DNA가거의같다고한다.

바이칼의명물인‘오물’을파는여인

끝으로,지금까지도가시적으로확인할수있는상관성은문화면에서

어렵지않게찾아보게된다.

바이칼주변사람들의정신적근간은인간과주변의

자연환경에대한관계를중시하는친환경주의사상의결정체인샤머니즘이다.

샤먼의주문이나무구(巫具)에서보다시피한국무속의원류는

이시베리아소산의샤머니즘이다.

두지역에전승되고있는전통복식을살펴보면모두앞섶이열린

이른바전개형(前開型,카프탄)이란공통성이있다.그

리고구비전승에서도상당한상관성을엿볼수있다.

바이칼주변의코리인이나부리야트인은순록을,몽골인은늑대를,

한국인은곰같은짐승을시조로삼는이른바수조(獸祖)전설이신통히도일맥상통한다.

시베리아는구비문학의보고이다.

자고로세시풍속이나각종의례등삶의주요계기마다

특유의음감(音感)을가진전문적인이야기꾼을초청해경청하며감상하곤한다.

주제는전설이나신화,동화,수수께끼등다양한데,

그런이야기속에서한국문화에녹아있는여러구비전승요소를고스란히발견하게된다.일례로부리야트의‘나무꾼과선녀’이야기를들수있는데,

그내용이우리네것과진배없다.

그밖에솟대와서낭당같은공유성유물들도처처에서만나게된다.

이모든사실들은알혼섬에공간적으로응축되어있다.

그러니그곳으로의도항을앞두고가슴이설레지않을수없다.

드디어9시35분,대기세시간만에차량20여대와승객100여명을태운여객선은

나루터를떠난다.노을비낀수면을15분간미끄러지더니

얇게드리운야음속에조심스레닻을내리는소리가들린다.

바이칼호중앙서쪽에좀치우쳐있는알혼섬에다다랐다.

시베리아샤머니즘의메카알혼의원래발음은‘아이홍’인데,

17세기러시아인들이이곳을정복하면서‘올콘’으로잘못발음한데서유래된와전어이다.이말의뜻에관해서는‘(하늘로부터)가까운’‘작은숲’이라고도하지만,

현지안내원은‘나무없는’(메마른)뜻이라고소개한다.

이것이원주민어인지몽골어인지가분명치않다.

여기서부터는전용관광차를갈아타고다녀야한다.

약50분걸려중심마을인후즈르에자리한니콜스관광숙박소에도착했다.

1~2층으로된나무귀틀집20여채가옹기종기붙어있다.

12동b호(1층)에여장을풀고호밀밥에돼지비계로저녁을때우고는

전통목욕인반야를하고자리에들었다.

향긋한나무진냄새속에노독이말끔히가셔진다.

이튿날아침식사도호밀죽이다.

알혼섬은제주도의절반쯤되는크기의섬으로서

바이칼호한가운데남북으로길게놓인절해고도다.

숙소로부터의관광코스는북행이다.

30분쯤가니섬언저리에자리한그유명한부르칸산이나타난다.

치안때문에‘특수장비’를갖추고가야한다는뜬소문과는달리평온하다.

일렬로도열한세르게(오보)가지켜보는가운데아침의물안개가피어오르는

부르칸은문자그대로선경이다.

동북아시아곳곳에숱한기원적전설을갈무리하고있는

부르칸니즘(不咸文化)의모태인이부르칸의자태는

자못신비롭기도하고숭엄하기도하다.

섬인구1500명가운데에벵키족이다수를점하고있지만,

제주(祭主)만은아직까지도전설의주인공인코리족남자어른이담당한다고한다.

여기서다시30분정도가면불타버린선착장과생선공장자리가남아있는

유배지이샨카마을이나타난다.

지금은휴게소로커피숍한채만이덩그러니남아

그옛날의쓸쓸한풍광을과객들에게전해주고있다.

다시한시간가니트리브라테라는삼형제바위가또하나의샤먼전설을토해내고있다.

옛날아들삼형제가아버지처럼샤먼이되고싶어했는데아버지는극구말린다.

그러자세아들은몰래이곳에와샤먼이되려고정진기도하던끝에

이렇게세바위로굳어졌다고한다.

샤먼에대한숭앙을그려낸전설이다.

석화인(石化人)전설은우리에게도낯설지않다.신기한것은

이끼가화석화되어돌이붉은색을띠고있다.

다시15분쯤가니‘송곳’이란뜻의‘하보이’,즉섬의끝(북단)에이른다.

‘밝음’이아닌‘붉음’이란부르칸(不咸)뜻이실감나게

붉은방울송이가알알이맺힌잣나무와적송이빼곡하다.

그리고샤머니즘의메카답게섬의끝머리를대형세르게로장식하고있다.

돌아오는길에는후즈르박물관에들러맷돌같은

우리와의유사품들을여러점확인하고,다시선착장에돌아와

알혼섬에아쉬운작별을고했다.

멀어져가는섬을바라보니저도모르게상념에젖기시작한다.

물이나돌밖에없는알혼섬이나바이칼호를

굳이찾는이유는과연무엇일까라는자문부터이다.

한마디로그답은시쳇말로‘뿌리찾기’이다.

이길은참나를찾는,내속으로순례하는길이다.

뿌리없는나무는자라서가지를치고꽃피우며열매를맺을수가없다.

자칫너나를넘나드는국제화시대에무슨고루한소리인가고핀잔을던지겠지만,

실은그렇지않다.나라는존재는본래부터가남과남의만남에서이루어진것이고,

나와남은어울림속에서공생함으로써나를찾는길은곧남을찾는길과도잇닿아있다.차제에한가지덧붙이면,유전적으로한민족의20~30%는남방계에속하며,

우리속엔남방문화유전자도분명있다는점을감안할때,

북방만이아니라남방에서의‘뿌리찾기’도게을리하지말아야할것이다.

균형감각이필요한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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