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유배문학 수상 소설-신선의 섬 꽃밭에 놀다 1

늘아픈이야기만하기가영싫습니다.

아프다고이렇게석달여를죽치고있는것도싫습니다.

그래서기왕컴퓨터에있는글을뽑아내어약속을지키려고합니다.

리포트같은글이기때문에정말사실에입각한이야기라

역사를기억하는데도도움은될것입니다.

제가좀더유명한서포김만중에대하여쓰지않고자암선생에대해쓴이유는

서포선생보다자암선생은아마도유배온사람중에는

제일오래남해에서살다가신분이기때문입니다.

게다가남해찬가에해당하는화전가를지은때문입니다.

가장중요한이유한가지는이소설을통해우리아버지가

얼마나자암선생을존경하고본받으려했던분이었는지그사실을알려드리고싶었습니다.

자암김구(金絿·1488-1534)

조선중종때사람으로안평대군한호(한석봉)양사언으로더불어조선4대서예가로알려졌다.

그의글씨체는독특하여인수체(仁壽體)라고하였으며중국사람들이그의글씨를다사가지고가서현재는거의없을정도라고한다.

1488년서울인수방에서태어나,26세때문과에급제해청요직이라고할수있는성균관,홍문관에서주로벼슬을했다.32세때홍문관부제학으로있으면서,조광조를중심으로한사림들과함께도학정치를실현하려다남곤심정홍경주등이일으킨기묘사화로인해개령(현경북김천시)로유배되었다가,이해12월죄가추가되어남해로유배를왔다.

32세의젊은나이로혼탁한사회를개혁하고자혼신의힘을기울이다가수구세력들의반발에부딪쳐유배길로나선자암은남해에서13년간유배생활을하면서경기체가화전가를남겼다.

망운산철쭉

신선의섬,꽃밭에서놀다

-자암김구선생이야기-

망운산에올라

그날은바다에해무가뽀얗게끼어있었다.

늦은5월망운산은흐드러지게피어난철쭉으로온산은붉은치마를입은소녀처럼곱다.

나는남해바다를바라보며망운산786미터정상에앉아있었다.

까마득한기억의뒤안길에서샘물을길어올리듯새벽이면

찬물을끼얹어깨우시던아버지를생각하면서망연히남해바다를바라본다.

한식도다지난날,지금은스님이된오빠랑둘이서아버지산소를다녀온길이다.

아버지산소는남해군창선면진동리에선산에모셔져있다.

그선산이팔렸다한다.거대한레저타운이들어설모양이다.

남해바다가양쪽으로다바라보이는언덕.

그곳에서담배한가치에불을당겨무덤가에두고절두번을하면서

아버지생각에오누이는울었다.

의원공부를하라고해도마다하고,희망이던고등고시도합격하지못하고

이리저리떠돌던오빠는아버지의임종도지키지못한죄책감으로끄윽끄윽소리내어울었다.

왕진가방들고허위허위다니시던남해땅구석구석.

아버지는노량에단골환자들이많았다.

엄밀히말하자면아버지의환자가아니고남해정약국의환자였는데

정약국은아버지의제자로침술이아버지만못하여중환자가생겨자신이없을땐

늘아버지를모셔가곤하였다.

아버지가노량에다녀오실땐언제나남해대교건너

자암김구적려유허추모비(自菴金絿謫廬遺墟追募碑)에

들리셔서화전가한가락을부르시고오신다했다.

남해에다녀오신날은늘구석에세워둔스라렝딩하는소리를내는거문고를오래오래타시는것이었다.

평소에도아버지는새벽네시면화전가를읊으시고

어린우리들에게뜻도모르는한문시들을외우게하셨다.

아버지의남해사랑,자암사랑은극진했다.

“참기가막히재?이런꽃밭에,이런신선섬에살아야하는긴데,

남해에가면딱이런기라.이산,이바다…자암선생은남해에서13년이나사셨는기라.

너거들,들어봐라,이화전가….“

아버지의화전가는귀에못이박히도록듣고또들어이젠듣기가싫어질지경이었다.

특히이화전가제1장을좋아하셔서아버지를생각하면가만있어도이구절이저절로떠오르는것이다.

그아버지가돌아가신지오랜세월이지났는데평소에좋아하시던

그남해바다보이는곳에서도길이평안함을누리시지못하실아버지를생각하며,

평소좋아하시던자암선생의흔적을찾아서망운산꼭대기에앉아,

아버지가사시고싶어하던남해,자암김구선생이노닐던남해바다를아득히바라보고있었다.

아버지의스라렝딩하는거문고소리는언제나중후하면서도슬픈느낌이났다.

어머니가일찍떠난빈자리에아버지는거문고가아내이자친구이며말벗이었다.

아버지는자암선생의인수체를닮고자하셨다.

안평대군,한호(한석봉),양사언,과함께조선전기4대서예가로알려진

그의글씨체는독특하여인수체(仁壽體)라고했고중국사람들이그의글씨를너무좋아하여

다사가지고간다는소식을듣고글씨쓰는걸그만두었기때문에

자암선생의글씨가귀하다고늘개탄하셨다.

거기에다가일찍세상을하직하였으므로남아있는그분의글씨가귀한것을개탄하셨다.

그리고는다해어져너덜너덜해진자암필첩복사본은어디서구하셨는지

법으로하여여가만나면쓰고또쓰곤하셨다.

아버지는촉석루현판을쓴오제봉선생이존경하는세필행서의대가이셨다.

아버지는우리에게자주자암선생이6세에지었다는석류시를읊으시며화선지를꺼내어쓰시고

우리들에게읽어주시면서그뜻도일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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