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과 리나 이야기

오랫만에안녕!하고인사드릴게요.

저리나예요

할머니에게온지석달째되었답니다.

아라클럽을만드느라고아빠가할아버지를도와야해서저도왔답니다.

엄마는회사에가셔야해서못오셨어요.

그동안할머니께서편찮으신바람에

제가인사를못드려서정말미안합니다.

할머니병문안오신할머니친구들이

제사진몇장찍어주고가신걸

할머니가복사해서올려주시는거랍니다.

봄꽃이화사한섬진강변사진은흙둔지님의방에서

거저가져오신거라네요

저는할머니가편찮으신것도모르고한국으로왔는데

사흘지나고부터어린이집에다닙니다.

아침9시에가면오후5시에집으로오지요.

어린이집에서는너무너무즐겁답니다.

높은데올라가서뛰어내리기도하고

저보다좀더큰언니들과달리기를해도제가이긴답니다.

선생님은제가집에돌아올때쯤에다시머리를예쁘게빗겨주십니다.

5시에집에오면할머니는늘발에칭칭테이프를감고

"아야,아야"라는소리를자꾸하셨어요.

다른말은몰라도아야아야소리는확실하게배웠어요.

저는미국시민이기도하고,한국주민등록번호도있어요.

5개월만에친구들과처음외식을하러가시는할머니를따라

식당에가서컵에물을담아물장난하는게재미있었어요.

위의사진은그날에찍은겁니다.

더운하와이에서살다가삼천포는추워서매일콧물이줄줄나고있어요.

할머니가병원에입원해계실때에는부산할아버지집에서

보살할머니들이저를많이많이업어주셨어요.

그런데우리할머니는저를업어주시지도안아주시지도못해서

저는집에누가오기만하면업어달라고"어부바,어부바"하면서그분의등뒤로돌아갑니다.

할아버지와아빠가며칠전에볼일보러가셨을때,

저는할머니손잡고어린이집까지걸어갔어요.

할머니가"리나야,안아줄까?"

그러는데도전걸어간다고떼를썼어요.

저도다알아요.할머니가편찮으신데어떻게저를안고가셔요?

지팡이를짚고도걷는데힘이드신걸..

할머니는눈물이글썽해지시며,

"계집애,속에영감이들어앉았네."

그러셨어요.

아직말도못하지만어떤일이일어나는지,무슨말을하고있는지는다알아요.

휴지가져오고,먹은밥싱크대까지가져가고,

기저귀가져오고,가방메고배꼽인사도잘한답니다.

그저께는군영숲까지산보갔는데

줄을지어가다가지나가는아저씨가

"너참예쁘구나."그러셨어요.

그래서배꼽인사를공손히해드렸지요.

아빠와할머니는모르는사람보고도인사를잘해야한다고하셨거든요.

다른친구들은인사도하지않았는데제가인사를하니

따라했어요.그아저씨는저를덜렁한번안아보시고

길을떠나셨지요.

할아버지는제가가고나면보고싶어서어쩌냐고걱정걱정이시지만

저또한엄마가너무너무보고싶어서

두돌지나면미국에서어린이집에다니게될겁니다.

할머니가제사진을찍어주셔야인사를드릴수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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