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아무리세도지난뒤엔고요하듯
아무리지극한사연도지난뒤엔
쓸쓸한바람만맴돌지
다바람이야
이세상에온것도바람처럼온다고
이육신을버리는것도바람처럼사라지는거야
-묵연스님-
어제서울삼성병원영안실에갔었다.
친구시어머니가돌아가셨기때문이다.
하얀국화가벽면가득채워진속에할머니는근엄한얼굴로
우리들을내려다보고계셨다.
안또니아,내죽거든연도하러와야해요.
그분은내게늘그렇게말씀하셨다.
연도를하는동안은연옥불에서면해질수있다고…
청상으로오래아들셋딸하나를키우시면서
자손들을위해한결같이기도의끈을놓지않으셨던분.
그분에게도살아생전한이라는게많았을듯하다.
한달에한번그분은아들같은신부님을만나기도를부탁하고
근20여년간을한결같이
두세시간같은이야기로스트레스를푸셨다한다.
인생에서빈부귀천(貧富貴賤)을떠나누구에게나공정한게하나있다.
모두장생불사(長生不死)를꿈꾸지만‘죽음’만큼은그누구도비켜갈수없다는점이다.
그런데사람들은이죽음을놓고꽤여러단어를쓴다.
열사(烈士)의죽음은순국(殉國)이요,
전장에서목숨을바친군인은산화(散華)다.
고인(故人)이됐다는뜻에서작고(作故)이며,
죄인의죽음은물고(物故)다.
또사람의죽음은인간계(人間界)를떠나기에타계(他界)이기도하다.
임금의죽음은붕어(崩御),붕서(崩逝),승하(昇遐)등다양하다.
왕세자의죽음은훙거(薨去)라한다.
불가에선승려의죽음을입적(入寂),입멸(入滅),원적(圓寂)이라고한다.
사라져없어진다는뜻의적멸(寂滅)이며,
일체의번뇌에서벗어난다고해열반(涅槃)이나해탈(解脫)로도표현한다.
개신교에서는하느님의부름을받는다하여소천(召天)이다.
가톨릭에서는선종(善終)이라고한다.
착하게살다복되게죽는게삶의바른길이라는
선생복종정로(善生福終正路)에서나온말이라고한다.
어제할머니가아들로여기셨던그신부님은미사중에
사람의죽음은돌아가심이라고해야한단다.
되돌아가심.본연의자세로가신다는말이라한다.
가을바람이완연하다.
처서를지나면그렇게극성스럽게자라던풀도자라지않는다고한다.
인간의죽음이이렇게다양한단어로표현되는데
이바다의생물들은죽음이하나로표현된다.
나고죽고죽임을당하고다시무수한생명체가살아꿈틀거리고있는바다.
바다생물들의죽음은또다시새로운생명을태어나게하는
준엄한자연의법칙으로표현될뿐이다.
그들의죽음은활어냐아니냐에따라값이정해질뿐
그들죽음에대한평가는없다.
그러나사람의죽음앞에는사람의일생에대한평가가다분히깃들어있다.
당신과내가세상과작별을고할때,
그때그모습은과연무엇으로불릴까.
꽃이라할까?
향기라할까?
묵연스님이말하듯
다바람이라할까?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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