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펜션 아라클럽/ 다시 그 강가에 서다

대암리에있는초등학교앞으로는삼가합천으로다니는

완행버스가하루에서너번다녔습니다.

저녁6시30분이되면막차가지나가고그다음에는정규버스는없습니다.

한학년에딱한학급밖에없던학교.

교장선생님,교감선생님이계셨고

교무주임선생님도학급을맡아모두8명의선생님이구성원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은매일조회와종례를주재하시고마지막버스가지나갈때까지

회의를계속하고있었습니다.

회의는대개교장선생님의훈시이거나잘못한다는나무람이었는데

교장선생님의이야기는건성으로듣고길가를지나는버스만바라보는선생님들이었어요.

드디어마지막버스가지나가면선생님들의마음속으로는

교장선생님에대한저주가지나갑니다.

‘소리없는총이있다면빵!쏘아버리고싶다.’

교장선생님은어쩌면그저주를즐기는모양으로

거의매일선생님들이버스를놓치게만듭니다.

어떤선생님들은진주까지두세시간도더걸리는길을걸어서가기도하고

재수좋아트럭을얻어타기도하는데

트럭의앞자리가비어있다면그날은로또복권을탄것과마찬가지입니다.

운전수옆자리에앉을수있는특권이주어지니까…

그러나그행운은딱한자리밖에는없습니다.

그행운은젊고여자선생인제게자주왔습니다.

그리고연세드신여자선생님한분…

그분은그냥그동네학부형집에서주무신다고머무르시는일이많았습니다.

학교앞을지나가는농산물이나가축을실은차들은

그시간이면여덟명의선생님들이

길가에나서서자기들이태워주는차를얻어타려고한다는것을알고

되도록천천히학교앞을지나갑니다.

포장이안된길위를먼지를일으키며트럭이지나갈때제발앞자리가비기를,

제발가축을실은차만이아니기를….

야채차라면냄새나지않는무나배추,옥수수를실은차이기를..

냄새가고약한양파나마늘은아니기를빕니다.

가축이라면닭장에담긴닭이거나병아리차이기를..

제발돼지를실은차만이아니기를얼마나소망했는지모릅니다.

그런데도앞자리는차있고뒷자리에꿀꿀거리는돼지들의옆자리사이에재여

흔들거리며얻어타고가야할때는,

내일도이렇게늦게종례를계속한다면일어나교장선생님께한마디하리라.

아니면벌떡일어나버스를타러나와버리리라생각하지만

아무도그런일을감행하지않았고

여전히지나가는트럭의앞에서서갖은아양을부리며태워달라고

애원을하는일만자주있었습니다.

모든아프고슬픈추억들도세월이지나면

아름다움이나그리움이라는이름으로남는듯합니다.

‘다시그강가에서다'(소수서원,2009)

미국인소설가제프탈라리고가쓴소설,정연희씨가번역했습니다.

그책은북한의실정을그린아픈소설입니다.

산삼캐는심마니인주인공의이야기.

픽션인데도넌픽션같은이야기입니다.

책의마지막장을덮을때그잔상이수채화로내마음에담깁니다.

일찍이아련한그림으로가슴에남는책은흔치않았습니다.

옥수수밭,얼음강,숲속의산삼,빨갛게반짝이는산삼열매,,

쾌쾌한냄새나는미스왕이있던옌지의호텔…

굶어죽는사람들,참새잡이메뚜기떼

자연이사람에게주는재앙…

금빛대흥안령,옥수수밭에서만난여인들과겹쳐생각나는소설속의풍경들..

그속에대암초등학교로통근할때트럭을얻어타던그풍경도있어서

추억의저장고에들어있던그림을끄집어내어보았습니다.

참으로오랜만에돼지냄새가아직도나는것같아

한번도쓰지않고말하지도않았던대암초등학교로통근시절이야기.

그게이런아련한그리움으로남아있는지는상상도해보지않았더랬습니다.

노래를잘하던금순이도,결국은글짓기를잘하게된준형이도,

그리고3개만넘으면백이라고외쳐대던순이도갑자기보고싶어집니다.

그들도늙어가고있겠지요?내아들들처럼…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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