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관매도
164x76cm
주상관매도
오늘은사량도가뚜렷이보이는아주맑은날입니다.
이젠묵혀둔편지같은건없을줄알았는데
어질러진서랍을정리하다가편지한장을발견합니다.
아마도한국사상사를공부하느라성균관을열심히
들락날락할때에쓴글인듯싶습니다.
글쎄요,누구에게쓴글인지저도잘기억이나질않으니…
아마도지금은소설공부를열심히하는
서양화가인친구예심이에게쓴글같기도하고…
신산스런날들이하염없이펼쳐지는군.
학원으로성균관으로,오늘도우유한병마시고
경복궁뒷길로택시를가자고했어.
개나리아파트에서중학생수업을끝내고
성균관수업이끝나면다시학원으로가야해.
재수생들논술수업이또있어.
그나마시간을쪼개면서잠깐동안산을볼수있는시간,
신록이멋지더군.
오늘은그림한점을공부했지.
老年花似霧中看(노년화사무중간)이란화제가붙어있는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
정조시대에날리던화원.단원김홍도의그림이야.
사람들은풍속화가라고하지만우리교수는
서서화에능한달인이라고표현하더군.
그의죽음은알려지지않았어.
아마신선이되어하늘로승천했을까?
이그림속에는완벽하게아름다운한편의시가들어있어.
절제와침묵이넓은여백에담겨한편의깊은은유법으로쓰여진시
이건평화인지관조인지,아니면평화를가장한반어법인지…
무한한공간감과깊이로표현된물과하늘이어우러진사이에
우아한음악이흐르고있어.
어울리지않을지모르지만아마사계의봄의노래쯤
경쾌한듯휘늘어진매화가그걸말해줘.
확실한것은이그림은끝없는자기부정과확신을겪고
마침내절대경지에이른초탈한예술가단원의신천지야.
그것은지나온삶을돌아보는겸허함과담담함이피워낸
아스라이높은치유의손길일지도몰라.
적어도그에겐두보라는흠모의대상이있었었지.
이그림의화제도두보의小寒食舟中作;한식날배안에서짓다
7언율시의한구절을화제로삼았어.
그리고이렇게시조도지었네.
화제인老年花似霧中看(노년화사무중간)을풀어놓으면
아마도이런시조가될테지.
봄물에배를띄워가는대로놓았으니
물아래하늘이요하늘위가물이로다
이중에늙은눈에뵈는꽃은안개속인가하노라
그렇지만자기가흠모하는사람의시를그림속의제목으로삼았을뿐
그가두보라는증거는없지.
이그림은164x76cm이니사람크기야.
자,그림을봐.
낭떠러지에매화가피어있어
나비의날개처럼꽃잎들이바람따라강물위로내려앉겠지?
물은노자의말처럼최상의도란다.
낮은데로흘러흘러가는거야.
가벼운꽃잎마저머물수없게조용히흐르면서.
저아뜩한벼랑끝에뿌리내리며살아온시간들.
신산스런날들을함께겪어낸
매화의휘늘어진가지는최상의경지야.
드디어꽃이핀다는건뭐겠어.
차가운겨울을이겨낸후에돋아나는화사한아픔.
아니,초탈의경지라고말해야할걸.
이빼어난여백의미학은들끓는욕망과상처,
낭떠러지같은시간들속에서도꽃피우기를포기하지않은
위대한화가의격조높은예술세계가담겨있지.
그에게돋보이는건모든걸단호히버리는절제.
물과하늘의공간을채우는여백에서돋보여.
오늘비로소깨닫게되는진리가있네.
사방에가득차있는내주변이너무어지러워.
버리는건채우는것보다더아프고힘이든다고.
그의여백이오늘은부럽고도부럽더라.
저여백이내것이되려면
주변에지금은꼭있어야하는학생들을정리하거나
내게시간의여백이라도주어져야할걸.
그렇지않으면마음의평화라도와야할텐데…
오늘밤단원의주상관매도그림을배운탓에
교수와학생들은배는타지않더라도
‘아무거나’호프집에서맥주라도마시자고계획을짜는군.
함께어울리지못하고재빨리가야만해서
돈만내었어.
다음시간시작될때까지잠깐쉬는시간에
그림의본감흥이사라지기전에재빨리쓴단다.
친구태무가
내친김에두보의시小寒食舟中作;을옮겨봅니다.
번역이너무각각다르고문맥이맞지않아서툴러도제가한번
번역해보았습니다.어떨지는모르겠으니
양해하시길…
옛날에제가5언시7언시읽는법알려드렸던가요?
5언시는2,3으로끊어읽고
7언시는4,3으로끊어읽는다고요.
그러니까’노년화사,무중간’으로읽어요.
도사앞에요령흔드는지모르겠네요
小寒食舟中作;한식날배안에서짓다
佳辰强飮食猶寒(가신강음식유한);한식이라굳이술마시니음식은오히려차고
隱几蕭條戴鶡冠(은궤소조대할관);할관을쓰고안석에기대니쓸쓸하기만하네
春水船如天上坐(춘수선여천상좌);봄물에뜬배는하늘위에앉은듯하고
老年花似霧中看(노년화사무중간);늙은눈에꽃은안개속에서보는듯하네
娟娟戲蝶過閒幔(연연희접과한만);아름다운나비는한가로이장막을희롱하며지나고
片片輕鷗下急湍(편편경구하급단);사뿐사뿐갈매기는급한여울에가볍게내리누나
雲白山靑萬餘里(운백산청만여리);흰구름푸른산이만여리인데
愁看直北是長安(수간직북시장안);시름에젖어바라보는북쪽이바로장안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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