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모르면서바쁘다는그대는조금더천천히
벽련마을앞느티나무옆사이길이출발지였다.바래길제3코스이자아직계획구간인‘구운몽길’의시작.어느새나이에숫자5자가붙어생의한복판에놓여진여인둘이같은일상의풍경대신금지된이길을택했다.
구운몽길은벽련에서드므개마을을지나소량과대량,상주은모래비치의해변을지나천하몽돌해수욕장까지이어지는구간으로길의일부가한려해상국립공원내의보호구역으로묶여있다보니아직은걷는것이자유롭지만은않은길이었다.
하지만길은거기있었고무엇보다대량마을을지나산불암산을향해가는중간지점에는비룡계곡이기다리고있었다.
그녀들의발걸음에성냥개비를댄것은비단그것이었을까?
10세는과자,20세는연인,30세는쾌락,40세는야심에미친다고루소는그의작품<에밀>에서썼다.이제50과닿아있는두여인에게금지된그길이야말로윤기나는봄은아니었을지.헉헉대며뒤따라걷는,아침을굶었다고입이튀어나와있던내게시인인그녀가찔레를꺾어건네준다.“먹어봐.심심하니그저그런대로괜찮아”
영미덥지않았으나언제나첫경험은설레는법.한입에쏙넣어보니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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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두런이야기하는동안‘두모관광교’라는격세지감이절로느껴지는다리하나를건넜다.소풍나온중학생들이갯벌과대화중인풍경을뒤로한채신기하게도먼지한톨묻어있지않은푸른담쟁이넝쿨을바라보며또걸었다.
산길을넘어가며문득시인은말했다.“지금은길이잘닦여있지만이도로가없었을땐산길로학교도다니고시장도다녔겠지.그길을걷는동안또얼마나많은이야기들을나눴을까.난말이야.그이야기들이사라졌다는것이참슬퍼”그랬다.내가아직살지않았던,내가아직걷지못했던그시절그세월속의그많던이야기들,그속에담긴청춘들은다어디로갔을까문득생각한다.추억과상상,고민과계획이꼬리에꼬리를물고갈때쯤어느덧당도한비룡계곡.그때알았다.우리야말로용암이었음을.뜨거운용암이흐르다바다와만나면서굳어진저기둥들의형상이우리네삶의풍경인것을.이제그녀들은더욱천천히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