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으로 자란다

남해문항마을근처에미국클리브랜드대학에서

교수로근무하시던부부님이새로이사오셨습니다.

사람사귀기쉽지않은성격의우리에게우연히생긴국화연구회는

아라클럽의정원을만드는데큰도움을주었고

남해문화사랑회는남해를좀더깊이알게해주었으며

두달에한번모이는다섯부부님들의모임은새로운삶의모습을접하게하고

우리부부를업그레이드시키는것같아많이행복합니다.

여늬때처럼새벽에미사를다녀왔는데점심때선배님과

네부부가들깨수제비를먹으러간다고합니다.

보리밥한숟가락뜨다가말고잊어버린기도가생각났습니다.

"기도합시다."

하고는

"은혜로운음식과…"

하고끝났는데

"밥을한숟가락뜨다가기도하는건무슨법이요?"

선배님이짚어주십니다.

"나이롱신자법입니다."

모두들웃습니다.

아라클럽에서요즘만든,이름하여한방차-방아허브차,비파잎차,솔잎차,칡꽃차."

그게그거같은차들을시음해보시라붕어처럼갈아가며마셨습니다.

그렇게점심이행복했는데이교수님댁에서문자가와있었습니다.

저녁5시까지문항마을로가야합니다.

이웃의장군님과함께가야해서

서둘러추석선물을사서떠납니다.

아라클럽만큼아름다운바다앞에조그만섬에왜가리들이훨훨날아들고

가물가물산도보이고배도떠다닙니다.

새집은정말예쁘고아담하게지어졌습니다.

아프리카여인들의솜씨로엮어만든접시들이며,서재에쌓여진책들이며

도자기들,엔틱한소품들,

베토벤의교향곡운명이크게바다를향해

번져나가고있습니다.

스미듯내가슴에도번져나가고촉촉해지고음악에적셔집니다.

월요일이면병원에서일하고금요일에돌아오시는부인과,

아직도주말부부인두부부가바다를바라보며앉아서

차를마시는공간이며,아마도손님방인듯한좌식의별채방

멋진정원,그리고바다정원이웃하는펜션도그림속의하나였습니다.

강아지집과올더위에말라가고있다는안타까운소나무..바다..

그런데저는유달리아프리카에취해사는분이콜라병으로만들었다는

선물로받은촛대가마음에들었습니다.

옆에달린성냥곽도마음에듭니다.

아스파라가스찜

연어와새우찜,온갖종류의치즈랑화이트와인을홀짝거리며마시고

유쾌한대화을늘어놓는재미가얼마나쏠쏠했던지요.

누구더할것도덜할것도없는

그냥옛날의누구였다는생색도지금누구라는생색을낼필요도없는

자연그대로의모습으로농담으로세상이야기로

춥지도덥지도않은계절에밖에서살랑거리는가을바람을맞으며

그렇게좋은시간을보냈습니다.

혼자밥해먹기가좀그렇다고한식요리를배우러가야갰다는

미국서40년사시던분의삶의자세를우리는또배웁니다.

마지막향기로운커피한모금치즈케잌한조각까지

열심히먹고마시고입이즐거운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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