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천종욱
BY cheonhabubu ON 9. 23, 2013
한송이국화꽃을피우기위해…
천종욱(아라클럽대표)
한송이국화꽃을피우기위해
봄부터소쩍새는그렇게울었나보다
한송이국화꽃을피우기위해천둥은먹구름속에서
또그렇게울었나보다
고등학교때공부로만배웠던서정주님의이시가많이생각나는계절이다..
시인은국화꽃을키워보고그런아름다운시를썼던것일까?
요즈음나는국화꽃을키우는재미에빠져산다.
아니국화꽃을키우는고생속에묻혀산다고나할까?
이른봄3월이오면겨우내갈무리했던대국국화뿌리에서움이트기시작한다.
국화움이4-5센티자라면순을따서모래판에꽂아둔다.
4월말경모래판에서한뼘정도자란국화모종을작은포터에옮겨심는다.
6월경에는조금큰화분에옮겨심으면서가지여러대궁이날수있게가지중간을잘라준다.
한가지에두개의순이틀림없이난다.10여일이지나면다시가지를잘라준다.
이제는네가지가된다.
이렇게보통한화분에3,5,7,9홀수숫자로가지를세운다.
많게는스무대정도로가지가올라오게한다.
한가지마다지주를꽂고하나하나흔들리지않게고정철사로묶어준다.
누가먼저자라나시합이라도하듯국화는쑥쑥자란다.
3개월쯤자라면어엿한국화의모습이된다.
이때부터키고르기작업을시작한다.
제일작은놈,제일큰놈은아예잘라버리고남은가지들로만키를고르게한다.
지주에얽어매면서낮은놈의키에맞춰구부려주기도하고
옆엣놈과자리바꿈을하면서인위적으로키가비슷하게맞춘다.
물은매일아침준다.어떤때는저녁에도주어야만한다.
그런다고다잘크는것은아니다.간밤바람에넘어져가지가뚝부러져있기도하고,
가지를좀더보기좋게하려고휘어보려면맥없이툭부러져버린다.
가슴이철렁내려앉는다.
잎사귀사이로새가지가수없이나기시작한다.
그작은가지들은손톱으로제거해야만한가지에큰꽃하나를피울수가있다.
손가락끝이살짝만닿아도대궁이툭부러져버리기도하고순이잘라지기도한다.
또욕심을부렸구나!난못살아!한탄에한탄을거듭한다.
자연의이치를그르칠때,욕심을부릴때,어김없이내게다가오는벌,
욕심때문에국화대궁은자주부러지게된다.
금년엔대국화분만130개,그속에자라는국화꽃송이1000개가넘는다.
소국과올해처음해본목부작,석부작,현훼를다하면500개의화분도더넘는다.
한가지에수십번의손길이가는국화기르기작업
3월부터반년도더넘는시간이흐르면서10월말경아이머리통만한국화가
하얗고노랗게,또는빨갛게실을늘어뜨리며피어난다.
그때의환희를누가알겠는가?
노력하는대로거둘수있는게자연의법칙이다.
***남편이대학졸업50주년이라고동창회에서원고를내라고한답니다.
하루종일책상앞에앉아끄적거리더니대학노트7장분량의글을단숨에써내려갑니다.
남편은사진을찍으면서포토에세이를쓰기시작했습니다.
서너편을묶어서남편의스승에게보였는데
사진가는사진으로말해야한다는고집을꺾지못하는남편의스승말을
고지식한남편은그대로지키느라에세이쓰기를포기했습니다.
남편은계속사진을찍었고,무슨일이있으면글쓰기를좋아해서
저는계속포토에세이를써보라고권했지만듣지않았습니다.
이번동창회원고를계기로남편도글을써서
자기속에있는것들을끄집어낼수있게되기를빕며
여기에그원고를연재합니다.
개인적인이야기지만그의글솜씨가하도가상하여…
오늘아침뜨는해님입니다.작은섬과조각배…절경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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