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것들

시돈_십자가성채_(3)

다쳐서 서울로 간 자매는 전화가 왔습니다.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게다가 맛있는 털게를 사 준다는게 속이 하나도 차지 않아서 저는 더 미안했답니다.
게가 살이 안 찬게 제 탓도 아닌데 속상해서 털게를 판 상인에게 따졌어요.
요즈음은 달이 있는 때라서 운동을 하느라고 살이 빠져 버렸다는데 상인에게 할 말이 없더군요.​

계속 한방병원엘 갑니다.
의사는 처음 아팠던게 10 이라면 얼마나 남았냐고 묻습니다.
며칠이나 치료를 했는데 5가 남았다고 하면 얼마나 의사로서 민망하겠습니까?
2쯤 남아 있어요.
그렇게 말한 건 전적으로 제 마음이 병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마음을 고쳐 먹어야지 생각합니다.
내일은 제주도로 피정을 가야하는데 머리가 너무 터질 듯 아픕니다.
토요일이라 새로 온 직원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도와와 하는데 혹여 그들에게도 스트레스일 것 같아 나갈까 말까 몇 번을 망설입니다.

컴퓨터의 자료를 정리해서 가르친다는 게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모든 자료가 다 확 날아가 버렸습니다.
원격으로 노력해 보아도 안된다는 걸 못알아 듣고 삼성 서비스를 불렀는데 왜 나를 부르지 않았냐고 신경질을 냅니다.
컴퓨터 하나 못 만져서 사고를 치다니, 갑자기 바보가 되는 느낌이고 머리가 하얗게 되어 버립니다.
사진 문서 모든 자료가 다 날아가 버렸는데 그래, 그런 거야. 영원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을라고.그나마 여행기들은 워드로 노트로 남아 있고 사진은 더러 구워 둔 시디가 있으니 찾아 쓰면 될 것이고 펜션 것은 홈페이지 관리자가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맘을 고쳐먹지만 오후 내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머리가 아프고 신경쓰이고 모든 내가 저진 실수인데도 화가 나고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사순절 피정인데 새로온 직원은 우리가 한가하게 멋진 여행이나 가는 줄 아는 거나 아닌지..
엄마가 아프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참으로 황당하다고 아들이 말합니다.
이 어리석은 국면에서 마음이나 잘 다스렸으면…

항암 주사를 서른번이나 맞은 내 친구는 하나 딸이 멕시코로 가서 산다고 오늘 컨테이너로 이삿짐을 부쳤답니다.
떠나기 전에 밥이나 한 번 사 주마고 전화하라고 하면서 세상일 다 계획대로 되는 일 없더라.
보고 싶을 때 보지 못하게 될 딸 때문에 울먹거립니다.
멕시코로 여행가면 되겠네
나도 데려가 줘
싱겁게 우스개를 하면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립니다.
우선 나도 다 놓아버리자.
큰 아들의 카톡이 옵니다. 옴마 소심한 우리 옴마, 옴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세요.
남 때문에 사는 게 아니잖아요.
아프지 말고, 참지 말고, 그리고는 엄지 손가락 치켜든 그림 한 장이 첨부됩니다.

엊그제 구순을 지낸 선배 언니도 건강하고 말짱한데, 교장 선생님 이웃에 사는 열살도 더 작은 선배언니가 치매가 왔다고 소식을 전합니다.
계속 너댓 달은 뵙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살면서 자기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도 모를 병이면 슬픈 걸까요?
본인이 모르니 괜찮은 걸까요?
내일 새벽에 제주로 가야하는데 선행을 한 일도 없고 도처에 감사할 일이지만 머리로는 감사감사
몸으로는 이런 국면이 오게 된 원인제공자는 남편이야. 안 그럴려고 해도 자꾸만 눈물이 나는 걸.
짐보따리 하나 오후 내내 싸도 다 싸지 못하고 밥이 깊어서야 겨우 일기라는 명목의 반성문을 씁니다.
오늘은 행복 연습도 열번 웃기도 다 못하고 .. 그래도 감사합니다.
늘 전화해보리라고 벼르던 제주도 한 자매와 전화를 할 수 있었던 건 감사한 일이네요.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3월 13일 at 7:46 오전

    사는게 다 그런가 봐요.
    소리울님 글 읽으며 내마음 같아서 나도
    마음이 착잡해 집니다.

    가다듬고 일찍 미사 갈려고쇼.
    성사도 봐야겠고…
    다리 아파서 택시타고 갈겁니다.

    그래도 우리 힘내요.

  2. 초아

    2016년 3월 14일 at 10:45 오후

    피정 떠나셨나요?
    블로그가 조용하네요.
    맞아요. 상황도 예같지가 않아요.
    그래도 하선생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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