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길에 자동차에서 화폐단위변경에 대한 토론방송을 들었습니다. 요즘 고액권발권문제와 아예 화폐단위를 조정하여 동그라미 숫자를 줄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화폐개혁도 아니고 평가절하도 아니고 단순한 통화단위를 바꾸는 redenomination 이라고 한답니다.

한 분은 우리나라 처럼 미국 달라대비 네자리 숫자인 나라는 후진국 밖에 없다고 하며 창피한 일이라고도 합니다.  또 다른 분은 자신이 스칸디나비아를 여행하였을때 핀랜드는 유로화를 사용하는데 노르웨이,스웨덴 등은 각자 통화를 사용하여 계산이 복잡하여 불편했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화폐단위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터어키도 내년 1월부터 화폐단위를 바꾸게 된다고 하며 한국도 빨리 바꿔야한다고 합니다.  이에 반대하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아도 골치아픈것이 많은데 왜 평지풍파를 일으키냐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화폐처럼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면 금사재기, 부동산투기 등 역효과가 많을 거란 얘기도 나옵니다.

저는 경제는 잘 모르지만 redenomination을 찬성하는 분들의 몇가지 주장 대해서는 수긍이 가지 않는것이 있었습니다.  미국달라대비 환율이 네자리수가 챙피하다면 우리보다는 이탈리아가 더 창피해야 할 일입니다. 아! 이탈리아는 이젠 유로화를 사용하게 되었으니 화폐불명예국에서 벗어나게 되었군요.  그렇다면 태국은 1달러에 40바트로 우리나라 환율의 1/30 밖에 안되는데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비해 우월한 경제체제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는지요.

요르단의 디나르는 미국의 달러보다 더 강세인데 그렇다고 요르단이 선진국은 아닌것 처럼 우리나라의 환폐단위가 크다고 다른 나라들이 업신여기지는 않을것 같고 창피한일도 아닐것 같습니다.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모두 화폐단위가 낮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도 선진국이어야 할 것 이고, 우리 보다 경제문제에서는 더 자존심이 강할 일본도 아프리카와 비교된다는 것에 통탄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내년 1월부터 새 화폐제도가 적용되는 터어키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해도 너무했던 것이죠.

그럼 제가 몇년전 여행한 터어키에서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우리한테 잘 알려진 국가중에서 세계에서 화폐단위가 가장 큰 나라는 터어키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마 상상을 초월한다는 표현도 지나치지는 않을것 갑습니다.

항상 낯선 나라에 도착하면 그 나라의 물가가 궁금하게 됩니다. 특히 택시를 이용할 때에 그렇죠. 비싸면 비싼대로 낼 수 밖에 없겠지만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인지도 걱정이 되고요.  특히 인플레가 심한 터어키에서 그렇습니다.  3년전에는 이스탄불공항에서 시내호텔까지 택시요금을 무려 12,000,000 리라를 지불했읍니다.  동그라미 숫자는 정확히 6개 즉 천2백만리라입니다.

당시 환율이 약 1 USD 에 60만 터키리라 정도 된것으로 기억 나는데 …… 공항에서 USD.200 을 환전하니 주머니에는 무려 1억2천만 리라가 듬직하게 채워졌습니다.  마치 엄청난 갑부가 된것 같았죠. 내친김에 몇억 더 환전할까 하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터어키의 경제사정을 반영하듯 하나의 환상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미네랄워터 한병에 30만 리라 …  터어키탕 사우나에 300만리라 … 박물관이나 유적지의 입장료가 보통 몇백만리라 … 박물관의 입장권 티켓은 미처 인플레율을 쫓아가지 못하고 인쇄를 기획하면 인쇄가 완성될때에는 이미 또 인상되기에 일일히 입장권 인쇄도 포기하고 지난 입장권을 두장씩, 세장씩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일억이천만리라가 순식간에 바람과함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연히 설합을 정리하다 터어키 화폐 10,000,000 리라를 찾았습니다.
과연 이 돈의 가치가 지금은 얼마나될까하고 오늘의 환율시장을 두드렸습니다.

1 USD = 1,491,494 TRL 리라,  천만 터키 리라가 불과 USD.7 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