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잃어버린 나라 – 북유럽기행 (3)

8년만에다시찾은북유럽은오슬로에새로운공항이개항한것과초고속공항열차가등장한정도의변화를느낄뿐이다.스톡홀름의알란다공항과새로이전한오슬로가르더묀공항은모두시내에서50KM멀리떨어진곳이지만평균시속160km로단20분만에연결해주는초고속열차의등장으로공항이전에따른불편은느끼지못하였으며유럽각국의경쟁적인고속철도의상용화를엿볼수있었다.

<사진-오슬로시내주택가>

오슬로시내에도착하니스웨덴의수도에서노르웨이의수도에온것이아니라마치스웨덴의수도를빠져나와한적한전원도시에온것과같은느낌을받게된다.노르웨이의역사를통하여보면항상스웨덴의뒷전에밀려서지내왔지만그런탓만은아닌것같다.공항열차를타고왕궁앞의국립극장지하역에서내려출구로빠져나오면오슬로시내중심한복판으로나왔다는것이믿어지지않고마치넓은공원의구내역에내린것같은착각이들정도다.KarlJohansgate대로변에있는고풍스런그랜드호텔의모습은앞에펼쳐진공원과멋진조화를이루고있었으며이호텔의2층에있는발코니는노벨평화상수상자가시상식후에시민들에게인사를하는자리라고한다.지도에나타난KarlJohansgate를보고파리의개선문정도는아니더라도아담하고멋진아치를기대하며찾아보았지만아무것도보이지않는다.알고보니gate란말은영어가아니라노르웨이어로street라는뜻이다.

<사진-욍궁근위병과함께>

왕궁에서거행되는위병교대식은영국의버킹검궁전에서벌어지는것에비하면조촐한편이었지만나름대로노르웨이의수수함을엿볼수있는행사였다.한여름뜨거운햇빛을높고두텁게보이는털모자로얼굴을가린위병을자세히보니동양인이다.노르웨이나스웨덴에한국입양아들이많이있다는얘기는들었지만,여행하면서그현장을생생하게지켜볼수있었던것이다.우리아이가그옆에서서함께포즈를취하자근엄한얼굴을잠깐풀고미소로쳐다보는표정을보니마치군대간조카를면회온기분이다.

<사진-북극탐험선Fram호>

시내전체가마치공원과같은오슬로시내를빠져나가보트를타고빅도위지역으로나가면해양강국의노르웨이역사를간직한박물관단지를만날수있다.아문젠이북국탐험에사용하였던프람호도그렇고노르웨이의젊은이들이해양강국의후손임을자랑하기위하여뗏목을만들어대서양횡단에나섰던콘키티호와파피루스로를전시한콘키티박물관도볼거리다.특히프람호내부를둘러보면당시선원들의선상생활을알수있는유품이전시되어있는데바이올린,피아노등의악기는물론발치및수술기구등의치과의료기구들도완벽하게전시되고있어그들의높은생활수준을알수있게한다.의무실에전시된치과약품을자세히들여다보니간단한응급처치를위한것이아니어서치과전문인력도탐험대에참여하지않았나생각된다.스칸디나비아모든국가들이바이킹의후예임을자부하고있지만바이킹과관련된유물은빅도위의바이킹박물관에잘보존되어있어서지금은바이킹의명성을노르웨이에서독차지하고있는것같은인상을주고있다.바이킹에대한평가는역사속의당사자에따라반대로나타난다.피해자의입장에서는바이킹이약탈자로부르지만가해자의입장에서는먹고살기위해바다를건너새로운땅을찾아나섰을뿐이라는얘기다.어쨌든가해자나피해자한테바이킹의용맹성과뛰어난항해술만큼은공통적인시각임은부인할수없는것같다.뷔페식사도사실은바이킹이해안지방을따라진출하였을때탈취한음식을한데모아공동으로식사를하던습관에서유래되었다고한다.

<사진-바이킹박물관>

빅도위지구를나와오슬로뒷산홀멘콜렌으로오르는길목의응달진구석에는초여름의날씨에도불구하고아직도완전히녹지않은쌓인눈과얼음들이순백의고결함을잃은채마지막운명을기다리고있는듯질퍽한눈물을보이고있다.홀멘콜렌은동계올림픽도개최된곳으로북유럽에서대표적인스포츠인스키점프장이있는곳으로이곳에서보는오슬로는한나라의수도라기보다는아름다운전원도시로보인다.


<사진-비겔란트조각공원>

금강산도식후경이라고허기를느껴시계를보니이미오후8시가넘었지만주변은아직대낮이다.낮시간이가장긴하지와는한달차이지만이미오슬로는서서히밤을빼앗기기시작한모양이다.오슬로의외곽에있는또하나의거대한공원비겔란드는재미있는조각품으로잘알려져있다.한때는비겔란드의조각품이외설시비도있었다지만개방적인성문화로유명한북유럽이그정도가지고외설시비가있었다는것이어째어울리지않는설명인것같다.비겔란드공원의압권은121명의벌거벗은사람들을쌓아올린인간오벨리스크인모노리트인데,잠시연초에이라크포로들이벌거벗긴채로엎어진모습의사진이머릿속을스쳐가니바로이것이예술과속물에로물의차이인가보다.

<사진-비겔란트조각공원>

오슬로는북극권아래에위치하므로하지때에도완전한백야는체험할수없고방향만구분하지못한다면일몰인지일출인지헷갈릴정도의짧은밤이이어질뿐이다.오슬로에서국내선항공편으로2시간정도북쪽으로올라가면완전한백야현상을체험할수있는트롬쇠라는조그만도시가있다.굳이별칭을붙이기좋아하는사람들은“북극의파리”라고하지만이곳에와서까지파리의화려함을누가찾는다고어울리지않는이름을내세우는지모르겠다.

<사진-트롬쇠북극박물관>

트롬쇠공항에내리니우리나라의한겨울과도같아아무리북극지방이라해도여름인데하는나의예상은완전히빗나가도착하자마자시장에들러두터운스웨터를사입어야만했다.연어를연상케하는은은한핑크빛의목조교회를보면같은노르웨이라하여도북유럽의핵심에서벗어난새로운세계로비쳐진다.북극박물관에서실물크기의탐험가와북극곰등의인형을보면마치북극탐험에합류한듯한착각이들고,트롬쇠뒷산전망대스토르슈타이넨산에올라래플랜드가옥을보면어디선가순록무리가뛰어나올것같은생각에북극권을넘었다는짜릿한기분이들어흥분되기도한다.

<사진-트롬쇠뒷산의래플랜드가옥>

아무리시간이가도밖은어두워지지않으니마치극장에서나볼수있는새까만장막과같은거튼을쳐야잠자리에들수있었지만백야현상을체험하러와서잠을들수는없는일!오랜여행에녹초가된큰아이를깨워밖으로데려나가자정을가리키는시계탑앞에서백야를기념하는기념사진을플래쉬없이촬영하고서야트롬쇠백야체험여행을마치게되었다.

<사진-백야기간의자정모습,밤인데도여전히플래쉬없이사진촬영이가능할정도로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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