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로 여행하는 Romantische Strasse (2) – Rothenburg

Augsburg를 떠나 다음 행선지인 Rothenburg로 가는 기차노선은 얼핏 보면 그리 간단치는 않다. 우선 특급열차로 Ansbach로 가서 다시 Steinach행 지역열차로 갈아타고 그곳에서 Rothenburg로 가는 지역열차로 또 한 번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독일기차 시스템은 거의 1,2시간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운행되고 있으며 Steinach에서 Rothenburg로 가는 지역열차는 마치 환승전용열차 처럼 도착시간에 맞추어 알맞게 출발하게 되어 초행길에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오히려 이런 지역열차의 경우는 바쁘게 움직이는 비지니스맨들로 가득찬 특급열차 보다는 옆 마을을 다녀가는 시골 노인네들로 가득차서 현지인들과 좀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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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소시지와 음료수로 점심을 해결한 후 12시34분 Ansbach행 IC (Inter city)특급열차에 오른다. 독일기차 중에서 특급열차는 1등석과 2등석 그리고 식당차등의 위치를 알리는 도표가 플랫홈에 있어서 원하는 승차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워낙 기차값이 비싼 탓인지 대부분 독일사람들은 2등석 차량이 정차하는 위치에 몰려있다. 독일에 도착하여 M?nchen에서 이곳에 이르기까지 모두 단거리를 운행하는 지역열차만 이용하였는데 처음으로 장거리 특급열차에 승차하니 그 편안한 좌석과 설비에 다들 놀라는 표정이다. 나도 4년 만의 독일기차여행인데 그 사이 새로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다녀서 수시로 이미지를 노트북에 옮겨야 하는데 객실에는 전원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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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 Rothenburg는 독일기차의 간선노선에서 빗겨나 있어서 Ansbach에서 지역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다른 일행들은 기차를 두 번 씩이나 갈아타야 하고 그 중 한 번은 환승시간이 불과 5분 밖에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불안한 모양이다. Ansbach에서 지역열차를 갈아타고 다시 Steinach 내려서 바로 옆 트랙에 대기하고 있는 Rothenburg행 지역열차에 오르자 마치 우리 일행을 기다렸다는 듯이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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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펼쳐지는 전원풍경을 잠깐 즐기며 독일에서도 가장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한 마을인 Rothenburg에 도착하니 오후 2시50분. 일몰시간 까지는 4시간 이상 여유가 있다. Rothenburg는 성곽으로 둘러 쌓인 조그만 마을로 기차역은 성곽 바로 밖에 위치하고 있는데 로만틱가도 중에서도 반드시 이 곳은 당일 지나치는 일정이 아니라 일박을 하고 가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역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택시를 기다리다 마침 마을로 들어가는 시내버스 도착하여 탑승하였더니 유레일패스가 있으면 이 버스는 무료라고 한다. 그러나 운전기사의 얘기는 이 버스는 외곽을 돌아서 30분 후에 성 안의 우리가 예약한 호텔이 있는 곳에나 도착하게 된다고 하여 다시 내려 택시를 이용할 까 하였지만 그리 서두를 이유도 없기에 버스를 이용하였는데 이 버스는 성 외곽의 주택가를 골목 골목 누비며 승객들을 나르는데 오히려 가까이에서 독일주택들의 정원을 지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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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enburg로 들어가는 길은 아스팔트 포장이 아닌 돌길로 중세의 길 그대로 이다. 성벽둘레에 있는 7개의 성문들도 대부분 마주 치는 차량들이 교대로 지나가야 할 정도로 폭이 좁았고 어디를 보더라도 성냥갑 같은 현대식 건물은 보이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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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주택을 그대로 사용하는 호텔에 발을 들여 놓으니 어둑하면서도 와인통이 보이고 넉넉하게 보이는 중년의 아줌마들이 맞아주는데 어느 대도시의 호텔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푸근함을 안겨준다. 오랜 된 재봉틀도 구비된 객실은 구석 테이블에 놓인 조그만 TV와 화장실을 제외하면 마치 중세를 그린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빠져든 것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시내 어디를 둘러 보아도 선진국에서도 가장 앞선 첨단 과학문명을 지닌 독일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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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4층 다락방에서 창문을 열고 내다 본 밖의 풍경은 붉은 기와지붕과 파란 하늘이 나의 시야을 양분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 마을이 많이 파괴되었다고 하지만 당시의 사진을 보니 건물의 골격은 그대로 있고 대부분 지붕이 날라간 형태로 보아 지붕만은 새로 올린 듯 하다. 좁은 골목 길에 담벽을 따라 바짝 주차해 놓은 주민들의 BMW, Benz 승용차를 보니 그제서야 이곳이 유럽의 강국 독일 땅이란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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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enburg 마을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지만 그 안에는 중세범죄 박물관, 장난감 박물관, 향토박물관 등 둘러볼 곳이 많은데 그 가운데 돋보이는 곳 중의 하나는 중세범죄 박물관이다. 중세 유럽시대에 죄수들을 상대로 시행되었던 각종 고문 방법과 그 도구들이 보존 되어 있는데 보는 것만 해도 끔찍한 장면들이 군데 군데 엿보였다. 이곳에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독일어와 영어로 된 안내판 외에 일본어설명도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그렇다고 이탈리아어나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보다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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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enburg성은 가장 긴 직경이 1km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마을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걸어서도 반나절이면 모두 둘러 볼 수 있지만 골목의 연장을 합하면 적은 거리는 아니므로 가장 효과적으로 둘러 볼 수 있는 방법은 마차를 타고 도는 방법이다. 물론 아스팔트가 아니라 돌로 포장된 도로이기에 바퀴의 진동으로 마차가 달리면서 사진촬영하기에는 좀 불편하지만 골목 골목 누빌 수 있다는 장점도 무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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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가 있는 마르크트광장은 Rothenburg의 중심이다. 르네상스 양식의 전면에 고딕양식의 종탑과 측면의 바로크양식의 아케이드는 여러 세기를 통하여 개축된 것을 알 수 있다. 광장 옆의 시청사의 높이 솟은 종탑에서 바라본 Rothenburg마을은 붉은 기와지붕들이 마침 저 산 너머 지평선에 걸친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붉게 타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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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에 있는 그 의미는 잘 모르지만 “고기와 춤”의 집이라는 뜻의 Fleisch und Tanzhaus (Meat and Dance House)의 고풍스런 목조건물도 눈의 띈다. 아마 정육점으로 사용되었던 곳이고 그 위에 마을 사람들이 잔치를 벌인 공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광장의 한 쪽 면으로 시청사와 이웃한 시청관리들의 연회장으로 사용되었던 Ratstrinkstube 에는 윗벽에 시계가 있고 그 양 옆에는 조그만 창문이 있어 Nusch 라는 시장이 마을을 구하기 위해서 3리터의 와인을 원샷으로 마셨다는 전설에 따라 술마시는 인형이 장식되어 있다.

< Fleisch und Tanzhaus (Meat and Dance Hou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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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유럽을 여행하면서 가장 부러운 것은 상점들의 간판이다. Rothenburg 상점의 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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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Rothenburg 호텔의 식당 >

Rothenburg의 밤은 또 다른 중세의 생활로 빠져들게 한다. 어두운 조명아래 중세유럽에 사용된 투구와 칼, 그리고 와인통 들과 목조가구들로 장식된 식당에서 와인과 함께 드는 프랑크소시지 메뉴는 중세유럽으로 돌아온 기분을 만끽하게 해 준다.
Rothenburg에서 다음 행선지는 W?rzburg 이다. 로맨틱가도의 Europa Bus는 Frankfurt에서 출발하지만 W?rzburg는 사실상 로만틱가도의 북쪽 기점으로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도시로 로마제국의 로마군인들이 주둔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바로 이곳에서 로텐부르그, 딘켈스뷜, 아우그스부르그를 이어 퓌센으로 이어지는 길을 Romantische Strasse 즉 “로마로 가는 길“로 부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하며 영어로 Romantic Road로 번역하니 ”낭만의 길“이라고도 오역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중세의 모습이 잘 간직된 이 코스를 ”낭만의 길“로 옮겨도 그리 틀린 표현은 아닌 것 같다.
Rothenburg에서 아침 8시 5분 출발하는 지역열차로 Steinach로 나오면 W?rzburg로 가는 지역열차가 쉽게 연결된다. 유럽기차는 TGV등 일부 초고속열차만 지정좌석제이고 그 외는 자유좌석제를 예약제와 병행하는데 독일에는 아직 예약전용열차가 없어서 유레일패스만 있으면 기차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대로 기차를 이용할 수 있어서 무척 편리하고 대부분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되어 기차를 놓친다 해도 전체 여정이 한 시간씩 밀리면 그 뿐이다.
환승시간을 합쳐도 1시간 10분 만인 9시15분에 W?rzburg에 도착하니 기차역 반대편은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로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W?rzburg도 제2차 세계대전때 미군의 공습으로 거의 도시 전체가 파괴되어 재건된 것이라고 하는데 이를 강조하는 택시기사의 말투는 마치 독일군은 다른 나라를 공습한 사실이 없는 것처럼 들려, 독일 정부는 열심히 나치의 과오를 뉘우치고 있는 듯 하고 있지만 독일사람들 중에는 아직 정신을 못차린 사람도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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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뢴트겐박물관에 전시된 뢴트겐의 노벨상 >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여행이 아니라 일행 모두가 치과의사로서 Koeln에서 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최대규모의 IDS (International Dental Show 국제치과기자재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한 것으로 시간에 제약을 받아 Wuerzburg는 지나치려고 하였지만 이곳은 X-ray를 발견한 뢴트겐의 고향이기에 그의 업적을 기린 뢴트겐박물관 만큼은 보아야 하였기에 짐을 역의 코인라커에 맡기고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뢴트겐박물관을 찾아 보았다. 지금은 일반 X-ray 뿐만 아니라 CT, MRI 등의 컴퓨터를 이용한 첨단촬영진단장치들이 진단 및 치료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견이었으며 그때 뢴트겐은 뷔르츠부르그대학에서 연구를 하였다고 한다. 전시실에는 뢴트겐이 사용하였던 진공관 및 실험기구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으며 1901년 받은 노벨상도 색이 바랜채 전시되어 있었다.

 

W?rzburg 에는 이 외에도 18세기에 대주교의 궁전으로 세워진 바로크와 로코코양식이 혼합된 레지덴츠와 13세기에 세워진 유서깊은 장크트 킬리안 성당이 볼거리이며 그 외에도 레지덴츠가 세워지기 이전에 대주교의 궁전으로 사용된 마리엔베르크 요새등 볼거리가 많지만 쾰른에서 개최되는 국제기자재전시회에 맞추어 도착하기 위해 아쉬움을 남기고 쾰른을 향하여 기차역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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