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룩소(Luxor)공항에서 있던 일 (2)

정말 태양신의 도움으로 카이로행 탑승권을 받아 탑승객대기실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입니까 ? 2시간 늦는다고 하더니 또 한 시간이 더 늦어진다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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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xor 공항, 작은 마을이지만 세계적인 유적지로 공항은 A300/330급 여객기가 이착륙할 수 있다. >

 

“에이 ….X, 이게 뭐꼬 ? 뭐 볼것도 없고 맨 돌덩어리인데 …여길 왜 왔나 !” 

“억수로 고생만하고 …. 투탕카멘은 카이로박물관에서 봤으면 되지 뭐 논문쓸일 있다고 ……”

뒤에서 억센 경상도사투리로 불만에 가득차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 돌아보니 연세가 모두 예순이나 일흔 정도는 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한국에서들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길 다 오시게 되었어요 ?”

“어 여기서 한국사람 첨보내요, 우린 지중해가 좋다고해서 왔는데 이게 뭐꼬 ?  돌맹이만 보고갑니더..”

“할아버지 … 혹시 교회다니세요 ?”

“어 ! 한국분이시네, 근데 왜요 ?” (뒤에 앉으셨던 분)

“저 노인넨 안 다니고, 난 다니는데요 …아이구 반갑심더”

“그럼 혹시 크리스마스때마다 TV에서 방송하는 십계영화 아세요 ?”

“아 ..거 까까머리 나오는거 ? 바다가 갈라지고 ?” 

“네, 맞아요. 거기서 까까머리가 도시를 세운다고 노예들을 회초리로 때려가며 공사하는 장면이 나오죠 ?  … 바로 그곳이 여기랍니다. 여기 굉장히 유명한 곳에요. 말하자면 세계의 경주죠.”

“그래요 ? 왜 그런데 우리 가이드는 그런 얘기도 안해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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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xor Temple, 영화 십계에서 대규모 공사가 벌어진 모델이 된 곳이다. >

제가 던진 몇 마디가 그분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었습니다. 삼백만원이나 넘는 거금을 들여서 여행왔는데, 여기 저기 파괴된 채로 돌덩어리만 널려져 있는 룩소는 깔끔하게 복원공사를 해놓은 우리나라 유적지에 익숙한 그분들로서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는데 제 얘기를 듣고 뭔가 얻어 내어 위로가 될 수가 있었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워낙 옛날 얘기고 우리나라의 고구려보다 1000년 더 이전의 일이고 성경에 기반을 둔 얘기이니 정확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전제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 나갔습니다. 이집트의 역사를 십계영화의 장면까지 도입하면서 옛날 이야기 풀어하듯 설명해 드렸습니다. 역시 교회다니시는 분들은 모세까지 등장하는 얘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West Bank (90)

< 사진 – 폐허수준으로 방치된 신전, 복원하는 것이 오히려 원형을 완전히 파괴히는 것일지 모른다. >

 

그렇습니다. 이집트의 역사를 이해하지 않고 룩소를 돌아 본다는 것은 의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돈만 버리는 일이죠. 물론 그분들은 성지순례객이 아니라 터키와 그리스를 둘러 보면서 카이로와 룩소를 경유하는 팀이어서 안내자는 성서에 대한 얘기를 엮어서 해 줄 수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모세의 출애굽이 있었던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학설이 나오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우열을 가리지는 못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당시의 파라오의 이름도 정확하지 않고, 홍해에 수장된 파라오가 누구냐 하는 것이 최근 이집트고고학계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저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기야 불과 100년도 안되는 시절의 역사를 가지고 친일이냐, 애국자냐,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냐, 일경 앞잡이의 딸이냐를 두고 말이 많은데 기록도 불분명한 3000년 전의 역사를 가지고 단정지어서 얘기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것 입니다. (참 독립유공자의 딸이냐, 악질일경의 딸이냐 하는 문제는 어떻게 되었나 ?)

우리가 십계영화를 보면서 그 배역의 주인공이 누구냐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이조시대의 왕들의 업적조차 학창시절 시험볼때에만 기억하던 것을 먼 나라의 역사까지 꿰차고 있을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십계에 나오는 파라오가 세티1세인지, 람세스가 람세스2세인지 등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 입니다. 홍해에 빠져 죽은 파라오가 람세스 2세냐, 아메노피스 2세냐 ? 우리한테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비싼 돈을 주고 외국 땅을 밟았을 때에 그것도 풍광이 좋은 휴양지가 아닌 세계역사유적지를 돌아 볼 때에 그 땅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관련된 영화나 소설등을 통하여 미리 일고 나서면 훨씬 재미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 어른들로부터 옛날 얘기를 들을 때에 “옛날에 xx 임금님이 있었는데 …” 하면 골치아팠을 것입니다.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니까요. 옛날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 있었던 것은 “옛날에 어떤 임금님이 있었는데 …” 하여 골치아픈 것이 하나라도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옛날 얘기는 이야기 그대로 누가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이 핵심이 됩니다. 우리가 역사공부가 재미없었던 것은 어떤 일이 있었냐는 것 보다는 누가 그런 일을 했냐는 것을 많이 따지기에, 즉 스토리가 없는 부분을 외워서 암기해야 하며, 내용이 재미 있어서 암기할 필요가 없는 스토리는 시험에 나오지 않기에 그런것 같습니다.

그날 뒤늦게 제트엔진의 굉음을 내며 도착한 카이로행 이집트항공기가 도착하여 저의 옛날 이야기식 역사강의는 마치게 되었지만 그분들의 얼굴 표정에는 그렇게 유명한 영화에 나오는 땅을 직접 밟아 보고 간다는 여행의 보람을 뒤늦게나마 찾았다는 반가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사공부 !

시험을 보지 않으니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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