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께서만주에근무하셨던곳은신경(新京)으로지금의장춘(長春)이었습니다.막상장인어른을모
시고장춘을찾아가기로결정되자걱정이앞서기시작하였습니다.이번여행의목적이단순한관광이아니
라장인어른의55년전향수를느끼며찾아가는만큼옛추억을되살릴수있는만철병원(만주철도병원)이
아직도있는지를확인하는것이급선무였습니다.어렵게여든이넘으신노인을모시고갔는데아무런소득
도없이실망시켜드릴수는없었기때문입니다.
<사진-장인어른은만주생활에대한글을자주쓰셨다.>
우선장인어른한테자세한위치를듣고서여행안내책자를찾아보았지만,장춘이그리유명한관광지가아
니라서인지정확한지도와명소가표시되지는않았습니다.가장정확한소식은현지를통해서얻는방법이
기에무턱대고아시아나항공의장춘지점으로국제전화를하였습니다.처음에는영어로대화를하다가의사
소통이잘되지않아한국인지점장을바꿔달라하니지점장은공항에나가계시다며조선족직원을바꿔
주어장춘의현지상황을탐색할수있었습니다.가장반가운것은장인어른께서기억해내신곳과비슷한
곳에정확한이름은모르지만대형병원이있다는것이었습니다.그렇다면그병원이비록증축되거나개축
되어옛모습을찾아보기어렵다하더라도젊었을때애송이의사로서사회생활을하신곳이라는의미까지
엎어지는것은아닌터라그날로비행기표와호텔을예약하였습니다.
그날부터약일주일,장인어른께서는거의잠을주무시지못하신것같습니다.매일밤예전의일을일기형
식으로정리를해놓으시며,오래전에잡지에만주에서근무하던시절의얘기를기고한글을찾아스크랩
을하시는등만반의준비를하시는것같았습니다.
서울의부모님댁을찾아가추석인사를미리드리고인천으로내려와장인어른과장춘여행에나서게되었습
니다.전에도장인,장모님을모시고일본여행을한적이있었지만,이번여행은단둘이서만하는것이고
테마가정해진여행이라사실좀긴장도되었습니다.우선장인어른께서55년만에방문하는여행인데이미
팔순을넘기신연세도그렇고옛날의감흥을어느정도찾아서돌려드릴수있을까하는것이걱정되었습
니다.
<사진-김포공항에서장춘공항까지>
장춘행아시아나항공에오르신장인어른의표정은무척굳어져보였습니다.항상우는어린아이환자한테
도미소를잃지않으시고,평소폭넓은사교생활과여유를보이셨던분답지않게긴장을하시는것같았습
니다.김포공항에서장춘까지는비행기로1시간30분,그것도서해로빠져나간후북쪽으로향하기때문
이지직선거리로1시간에불과한가까운곳이었습니다.기내식도거들떠보시지않고물만들이키고바다
만보이는창밖만응시하고계셨습니다.잠시후장춘공항에착륙하자활주로건너편으로중공군미그기가
보여괜히저까지긴장이되었습니다.전에도베이징을두번다녀왔지만공항에서중공군전투기를본것
은이번이처음이었습니다.
공항에서택시로시내로들어가는길에장인어른은창밖으로시선을고정하시고무언가낯익은곳을찾아
내시느라아무말씀도없으셨습니다.이미중국의개방은상당히진전되었고장춘도현대적인도시모습을
갖추었기에이렇다할추억거리는찾지못하신것같습니다.그렇습니다.한노인의옛기억을되살려내기
위해서한도시의발전을묶어놓을수는없는것이랍니다.
예약한호텔은아시아나항공장춘지점이있는장춘에서최고호텔로꼽히는샹그릴라호텔이었습니다.저
는혼자여행할때에는배낭여행수준이라게스트하우스에서묶었지만이번만큼은연로하신장인어른을모
신여행이고장모님께서여비를듬뿍주셔서특급호텔을선택할수있었습니다.그리고큰처남께서용돈을
두둑히주셔서귀국후김포공항에서옆으로샐수가있었습니다.
<사진-호텔에서통역조선족아가씨와담소하는장인어른,이미장춘은예전의만주는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