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의환락가 PATPONG 거리 : 업소마다 영어, 일본어, 독일어 간판이 보인다.>
‘똑똑 . . . ‘ 벌써 세 번째다. 첫 번에는 객실에 물주전자를 가져다 주었고, 한 시간 후에는 늦은 밤인데도 욕실의 타월을 새로 가져다주었는데 30분도 안 되어 또 호텔직원이 찾아 온 모양이다. 내가 투숙한 호텔은 특급은아니지만 그래도 별 셋정도의 이름이 알려진 호텔이어서 처음에는 무척 친절한 사람들로만 여겼는데 잠이 들려는 마당에 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것이다.
“Any thingelse, Sir?…” 아, 이 친구가 팁을 안 주어서 그렇구나 하고 얼른 지갑에서 $1 화폐를 주었더니 머뭇거리면서 사양하면서 싱긋 웃기만 한다. 순간 나는 그의 호의를 내가 너무 무시했나하고 당황하였지만 그 다음에 호텔 룸보이의 얘기가 나를 놀라게 하였다.
“Sir, You don’t like lady ?” 아하,그런뜻이었구나… “No, no lady ! I don’t like lady.”
“No lady ?…then you want a man ?”
17년 전 인도 여행길에 나설 때 방콕의 한 호텔에서 있었던 일 이었다. 그때만해도 외국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라 그냥 No! 하고 문을 닫으면 될 것을 호텔룸보이의 질문을 그대로 따라 I don’t like lady 라고답했으니 그런 질문이 머뭇거림 없이 이어진 것이다. 어쨌든 나는 방콕의 웬만한 호텔에서는 성인 남자가 홀로 투숙하는 것을 그대로 넘어 가지는 않는 곳이고, 말로만 듣던 동성애문화가 생각보다는 많이노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性이란 것이 남녀 간의 일이 아니라 同性간의 일 일수도 있다는것을 실감하게 된 것도 20년 전 가족과 함께 태국을 여행하였을 때였다. 지금은 한국인들이 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방콕의 칼립소쇼, 파타야와 푸켓의 알카자쇼 등 이 평범한쇼의 내용에 비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 진 것도 출연자들이 여장남자 또는 트랜스젠더라는 것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이들 공연장이 퇴폐적인 환락가가 아니라 유명한 관광지의 잘 꾸며진 전용공연장에서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모든 계층의 관광객들한테 소개하고 있으니 명실공히 聖스런 불교문화와 함께 性스런 섹스문화가 태국의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뿌리를 내린 것이다.
그리고 몇 년후 미국 인디애나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생집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할 때 샌프란시스코에 들렀을 때의 일이었다. 쿠바의 수상이름과 같아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카스트로 거리를 지나니 도로변의 예쁜 집들이 서너 집 걸러서 지붕에 무지개 깃발이 걸린 것을 보게 되었다. 그곳이 미국에서 동성애자들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것을 택시기사로부터 설명을 들었고 무지개무늬가 동성애를 의미한다는 것도 그때 알게되었다. 그 후 유럽을 여행할 때 시내 뒷골목을 거닐다 무지개무늬의 메뉴판을 입구에 내건 식당과 카페들을 보게 되었고 어떤 식당들은 깃발까지 내건 집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이스의 미코노스섬을 여행할 때의 일이었다. 미코노스섬은 요즘 TV 커피광고에 나오는 곳으로 산토리니섬과 함께 에개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휴양지이다. 미코노스공항의 여행안내소에서 바닷가와는 좀 떨어졌지만 미코노스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좋은 호텔을 소개 받아 머물게 되었다. 다음날 마을로 내려와 이곳 저곳 다니다가 식당에서 일본인 대학생을 만났는데 이곳은 원래 동양인들이 많이 찾지를 않는 곳이기도 하였지만 그의 목에도 나처럼 두 대의 카메라가 매달린 탓에 다른 곳에서 만난 일본인 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져서 합석하게 되었다. 서로 여행이야기를 하며 숙소얘기를 하다 그 학생의 손에 든 가이드북에는 내가 투숙한 호텔이 게이호텔로 소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밤 호텔로 돌아가 호텔지배인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호텔에 투숙한 동성애커플이 동성애모임에서 그 호텔을 칭찬하여 많은 게이들이 찾게 되자 게이잡지에 광고협찬을 하였다고 한다. 그랬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아 동성애커플들한테 유명해지게 되어 정기적으로 게이잡지에 광고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호텔은 성수기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위치가 좋아서 인기가 있는 호텔이지만 비수기에는 게이잡지에 광고를 한 효과를 단단히 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해도 자신의 호텔은 Gay only가 아니라 Gay friendly 일 뿐이고 실제로 워낙 위치가 좋아 Gay가 아닌 투숙객이 더 많이 찾고있으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고 보면 미코노스의 호텔도 그렇고 유럽의 식당들도 무지개깃발의 독특한 취향은 있지만 일반인들의 출입을 거절하거나 일반인들이 꺼릴 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으니 그들의 동성애 라는 성적인 취향은 침대 위에서나 차이가 나는 것 뿐으로 보여졌다.
동성애에 대한 실체를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된 것은 이집트를 여행할 때였다. 이집트는 잘 알다시피 이슬람사회를 이루고 있는데 전통 이슬람사회에서의 특징은 수크라는 시장과 함맘이라는 공중목욕탕을 들 수 있다. 무슬림들은 예배를 드리기 전에 신체를 깨끗이 씻는 관습이 있는데 아마 모래가 많은 사막생활에서 지내는 탓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고 물이 풍족하지 않은 터에 우리처럼 물을 온 몸에 쏟아 부으며 샤워하는 정도는 아니고 모스크 입구에 준비된 수돗가나 우물가에서 손과 발을 씻는 정도다. 5년 전 탄자니아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카이로의 이슬람지구에 오래 된 함맘이 있다고 하여 그곳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카이로의 알칼릴리 시장 안에 있는 무척 낡은 함맘은 이렇다 할 간판도 없고 설사 간판이 있어도 아랍어를 모르니 알 수도 없는 일이지만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결국 시장길에서 물어 물어 찾아 갔지만 함맘의 위치를 알려주는 한 카이로시민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이곳에 오래된 함맘이 있다는데 어딘줄 아니 ?”
“함맘 ? 거기는 왜 찾아가려고 ? 너의 호텔에는 샤워시설이 없니 ?“
“아 … 이집트 시민들의 전통적인 생활모습을 보고 싶어서, 거기 꽤 오래 되었다며 ?”
“그렇긴 하지만 … 너 호텔로 돌아가서 가서 목욕하지 그러냐 ?”
“그냥 … 함맘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가보고 싶어서 !”
“어 … 저기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걸어가다 왼쪽에 있는데 …”
<EgyptCairo구시가시장안에있는400년된대중목욕탕Hammam>
함맘 입구를 어렵게 찾아 들어갔더니 정말 분위기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 간 듯 무척 낡은 곳으로 벽은 곳곳에 칠이 벗겨지고 나무로 만든 문짝이나 가구들은 거의 다 뒤틀려 있었고 한 가운데의 분수대는 오랫 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먼지만 쌓여 있었다. 얼핏 사진 촬영만 하고 나갈까 하다 호기심에 탕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이슬람사회에서는 남자들 끼리도 자신의 알몸을 들어 내 보이는 것은 꺼리는 편이라 긴 천으로 된 로인클로스를 허리에 두르고 욕탕에 들어 가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알몸으로 목욕을 하는 나라는 우리 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 밖에 없는 것 같다. 얼핏 들으니 400년이 넘은 곳이라 무척 낡아서 쾌적한 시설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함맘이란 증기탕 시설을 갖춘 터키탕을 의미하는데 실내의 온도는 전혀 열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지근 한 정도였다. 한 쪽의 우물과 같은 곳에서는 뜨거운 물이 고여 있지만 그 곳에 우리 나라의 대중탕처럼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은 없고 몇 명이 모여 앉아 발만 담그고 일부는 옆에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조금 후 탈의실에서 돈을 받던 직원이 로인크로스를 걸치고 들어와 맛사지를 하겠느냐며 권했지만 맛사지를 받으러 누워야 할 바닥이 그리 깨끗한 것이 아니라 거절하고 말았다. 전에 터어키의 이스탄불에 있는 유명한 함맘을 찾았을 때에는 수백년 된 시설이었지만 오스만터키시절의 상류층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쾌적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서 $20을 주고 우리 나라 목욕탕 수준의 때밀이와 맛사지를 받았는데, 카이로시장 안에 있는 함맘은 그런 것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누추하여 별로 내키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방인을 경계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군데 군데 두명씩 앉아 서로 손을 잡거나 몸을 쓰다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제서야 분위기가 좀 이상하게 돌아 간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눈팅만 좀 하다가 슬며시 나오게 되었다.
다음날 카이로에서 고용한 택시운전사겸 가이드인 아쉬랍한테 어제의 경험을 얘기하였더니 깜빡 놀라며 그 곳에는 왜 갔느냐며 묻는다. 어제 길거리에서 길을 가르쳐 주던 사람과 같은 질문이기에 같은 대답을 하였다. 아쉬랍은 나의 대답을 들은 후 크게 웃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이집트에서는 순수한 의미의 동성애라는 문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는 아직도 이슬람사회의 특징인 일부다처제를 선호하기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 들어도 배필을 구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은 이들 중 일부는 성적욕구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동성애를 즐기는 것 뿐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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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슬람사회의 뿌리가 되는 중동지방에도 이미 대도시의 가정에는 상수도시설이 갖추어져 집에서도 목욕시설을 갖추고 있기에 함맘의 기능은 이미 많이 퇴색하여 졌지만 아직도 터어키와 동유럽 일부 그리고 요르단과 이집트 등 중동지역에는 함맘이 남아 있는 곳이 있다. 그중 터어키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경험한 함맘은 증기탕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이 찾고 있었으며 관광객들도 꽤 들르는 편이며 어느 정도는 관광상품화 되어있기도 하다.
우리들이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게이라는 것은 시트콤 드라마에서 보듯 여성스런 말투나 못짓을 하는 남자나, 이준기와 같은 예쁘장한 남자아이를 연상하여 동성간에도 남자역할, 여자역할로 나누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이 아닌것 같다. 자신이 타고난 성의 정체를 부정하고 성정환수술을 하는 트랜스젠더도 있지만, 남성다운 면을 가진 남자끼리, 여성다운 면을 지닌 여성끼리의 동성애도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지구촌을 드나 들면서 얼핏 지켜본 동성애문화에 대해 느낀 것은 동남아시아와 유럽 및 미국 그리고 중동에서 느낀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크게 나누어 보면 매춘을 포함하여 단순한 육체적인 쾌락을 위한 것과 이성간의 교제처럼 진정한 동성간의 사랑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혼전동거나 혼전섹스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이 그리 없는 유럽의 경우 대도시 시장 등 사회적인 신분이 높은 사람들도 스스로 게이라고 자처하는 경우도 생길 정도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인 관용도가 높듯이 그들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이야 남들과 똑 같고 무지개깃발을 내건 식당이나 카페도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일반생활의 연장선상에서 모이는 장소일 뿐 동성애자로서의 면모는 침대위에서의 사생활에 관한 문제일 뿐인것 같다.
그런데 태국의 경우 gay 사회가 여행객들한테 쉽게 노출되는 것은 매춘이 여행상품의 하나로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태국은 훌륭한 불교문화와 빼어난 열대지방의 자연경관을 갖춘 세계적인 관광국가이기도 하지만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멀리 미국에서까지 섹스쇼핑을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의 색다른 취향에 따라 남자를 상대로 몸을 파는 태국소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태국에서의 게이들은 자신의 성적인 취향문제 외에 성적쾌락을 위해 멀리서 찾아든 외국관광객들 때문에 생긴 “생계형 게이”들이 등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중동지역의 동성애도 진정으로 이성이 아닌 동성을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매춘은 아니라도 성적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동성애를 할 수 밖에 없는 계층이 생긴것이라는 카이로택시기사의 얘기가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여진다.
요즘 스크린쿼터 축소문제로 영화인들의 시위가 펼쳐지는 가운데 우리 나라 “왕의 남자“가 관객객 수 1000만을 돌파하였다는 대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이 영화가 제작사측의 예상을 거의 4배에 이르는 대히트를 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광대로 나온 아름다운 소년 ”이 준기“의 미모도 한 몫을 하였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극영화의 역사적 진실을 접어 두고 얘기하자면 연산군과 두 광대 사이의 미묘한 동성애가 부각된 영화로 화제를 끌게 된 것이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본격적인 동성애를 그린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 속의 동성애를 암시하는 미소년 ”이 준기“의 미모가 입소문을 탄 것이라고 하는 분석도 나오니 한국 사회에서도 동성애라는 단어가 많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동성애라는 단어는 우리 나라의 명문대학에도 동성애자들의 모임이 공개적인 활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어색한 단어는 아니고 의학적으로도 동성애가 정신적인 질환이 아닌 정상적인 개인의 성적취향이라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소외 받는 계층으로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모두 옳은 얘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동성애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생각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성모랄에 대한 기준을 먼저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그리고 난 후에 성적소수자의 차별 받는 실정과 그들의 권리보호에 대한 논의를 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