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과 시드니의 끝나지 않는 신경전

원문출처:고대신문  http://www.ku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7611

나를 찾아 떠난 여행 (2) –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의 끝나지 않는 신경전

< 시드니에위치해있는오페라하우스>

호주의 못 말리는 두 악동-Sydney&Melbourne

흔히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를 지역감정 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비단 우리들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아시아, 호주에서도 여러 개의 울타리와 문화를 이루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존재하는 것같다. 막상 지역감정의 장본인이 되고 있는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야참 골치 아픈 일 이겠지만, 우리같은 여행객이나 제3자에게는 또 하나의 흥미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처럼 조그마한 나라에서 왜들 그렇게 싸우느냐는 말도 있는데 그렇다면 크기가 무려 남한의 77배나 되는 호주에서는 어떨까?  Sydney와 Melbourne. 역시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그들이다.

국가의중심은누가되어야하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호주에 있는 도시 하면 시드니를 가장 많이 떠 올리고 그래서 인지 호주의 수도 또한 시드니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1901년 호주의 수도는 연방헌법에 의해 멜버른으로 정해졌었다. 하지만 호주는 곧 새로운 수도를 필요로 했고 그 지역을 어디로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호주는 거대한 대륙이지만 내륙지방의 거대한 사막지대 때문에 인구의 대부분은 동부해안지대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모여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라의 31대왕이었던 신문왕이 그랬던 것처럼, 국가의 수도가 지나치게 동남쪽으로 치우친 것을 보완하기 위해 충주와 남원에 소경을 만들고 전국적으로 관리직도 새로 만드는 등의 노력이 전혀 필요하지않았다. 다만 동남부 어느 곳에 수도를 만드느냐, 그것이 유일한 걱정거리였을 것 이다. 결국 호주 정부가 내린 결정은 무엇이었을까 ? 멜버른도 아닌 시드니도 아닌, 바로 계획도시 캔버라가 호주의 수도로 자리매김했다. 캔버라에 소재한 도시계획관(NationalCapitalExhibition)에는 캔버라가 수도가된 배경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게시물을 볼 수 있었다. 단 두 문장만 읽더라도 시드니와 멜버른이 어느 정도로 극한 대립감정을 갖고 있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NotinSydney-Melbournewouldneverallowit.
NotinMelbourne-Sydneywouldneverallowit.
시드니는안된다-멜버른이절대허락하지않을것이다.
멜버른도안된다-시드니가절대허락하지않을것이다.

결국, 호주의 수도는 시드니와 멜버른의 중간 지점 이라고 볼 수 있는 Canberra가 되었다.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시드니와 멜버른이 호주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아닐까 !

뭐니뭐니해도Money?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인간성 일수도 있고 외모일 수도 있고 성격일 수도 있고, 학벌과 재산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이중에서 학벌과 재산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 시드니와 멜버른은 도시 분위기만큼이나 시민들의 사고방식, 가치관 등 또한 큰 차이를 보인다. 호주에는 시드니와 멜버른과 관련된 우스갯 소리가 많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겠다. “멜버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의 최종학력이 어디인지를 묻고, 시드니사람들은 지금까지 모은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다.” 시드니에는 온갖 유명한 다국적 기업들이 즐비하게 진출하여 있고 멜버른에는 호주 최고의 대학인 멜버른대학교(MelbourneUniversity)가 있다. 시드니 사람들은 멜버른 사람들을 전통과 공부 밖에 모르는 고리타분한 사람들이라 부르고, 반대로 멜버른 사람들은 시드니 사람들을 돈 밖에 모르는 속물 상인들이라고 폄하한다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은 아닌 것 같다.

복수혈전

시드니는 물론이고 이제는 호주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어버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호주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장소 중 하나 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 건축물은 시드니와 멜버른의 못 말리는 자존심 대결의 산물이기도 하다. 2000년 시드니가 올림픽을개최했지만 사실 호주에서 올림픽을 먼저 개최한 도시는 멜버른이다. 멜버른은 1956년에 이미 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호주에서는 시드니와 멜버른이 개최도시를 희망하며 나섰다. 한 국가에서 한 도시만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고 호주를 대표할 진출권을 놓친 도시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을 것 또한 분명한 일 이다. 우리도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일본과 공동개최를 하지 않았는가. 결국 고배를 마신 쪽은 시드니였다. 그러나 유일 무이한 라이벌인 멜버른으로부터 자존심의 상처를 받은 이상 시드니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었고 결국 시드니는 멜버른의 올림픽 개최 못지 않은 ‘한 건’을 터트리려고 했다. 그 야심찬 계획하에 이루어진것이 바로 이 오페라하우스의 건축이었던 것이다. 덴마크의유명한 건축가인 욤우촌이 설계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처음부터 말이 많았다. 건축이 불가능한 설계라는 평도 있었고 천문학적인 공사비용 또한 문제가 되었다.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자 정부가 나서 복권을 발행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50년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볼때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현재 호주를 대표할 만한 건축물로 성장해 버렸으니, 멜버른을 향한 시드니의 복수혈전은 보기 좋게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않을까 ? 이 두 도시의 복수혈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인지, 한 번 그 역사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일일것같다.

호주여행에피소드

호주 영어는 발음이 다소 특이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숫자 8을 발음하는 것인데, 미국식 영어는 ‘에잇’ 이라고 하지만 호주에서는 ‘아이트’라고 발음한다. 이것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캔버라에 갔을 때 점심을 먹으려고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갔다. 참치 샌드위치 하나와 콜라 하나를 가져왔는데 “포아이리” 라고 하는 것이다. 이 점원은 $4.80을 발음한 것인데 ‘포에이리’ 라고 했으면 알아들었겠지만 ‘포아이리’라고 하니깐 알아 듣지 못하고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이점원은 자꾸 나에게 ‘포아이리’ 이렇게 말했고 난 그 말을 ‘포토아이디'(신분증)으로 착각했다. 난 왜 샌드위치 가게에서 신분증을 원하나 의아해했지만 어쨌든 순간 나도 모르게 내 국제학생증을 보여줬다. 이러자 그 점원은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There is no discount with this card.”이 카드로는 할인이 안 됩니다.
라고 말하는 것 이었다. 아니 누가 할인해달랬냐고. 난 그때서야 그 점원에게, Do you mean foureighty ?라고 미국식 발음으로 다시 물었고 그 직원도 드디어 yes라고 대답을했다. 난 샌드위치에서 국제학생증을 내 보이는 창피한 행동을 보였던 것이 싫어서 호주 발음이익숙하지않아 ‘아이리’를 ID로 잘 못 들었다고 얘기를 했더니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웃었다. 그래서 나도 그냥 웃었다. 시 한 소절이 생각났다. 왜 사냐면 웃지요.

김우진(공과대기계04)

45thstreet@gmail.com”

2006년05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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