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sberger씨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 Global Bistro Kokoro는 스테판 성당에서 가까워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부러 식당이 가장 분주한 시간을 피해 예약한 2시30분에 맞추어 17명의 대식구가 식당을 찾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부인 엄화숙님은 저를 마치 오랜지기인 것 처럼 첫 눈에 알아 보시고 반가이 맞아 주셨습니다. 특급호텔의 주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Hausberger씨의 체구에는 어울리지 않는 비좁은 주방이지만 세계최고의 요리사 Hausberger씨는 서 있는 채 몸의 방향만 돌려가며 분주히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우선 식당 홀을 둘러보자 매우 깔끔하고 세련된 식당이었지만 비엔나에서 한식을 기대한 일행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세계적인 요리사가 운영하는 식당이란 점을 사전에 너무 강조한 탓에 일행들은다소실망하는눈빛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실망의 눈빛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우선 주방 앞에 나란히 늘어선 그의 경력을 나타내는 상패와 각종 언론에 소개 된 Hausberger씨의 경력이 실린 신문 스크랩을 보고 일단 제가 뻥튀기를 한 것은 아니란 것이 입증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대통령께서도 입소문으로 찾아 오셨을 때 사진도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짧은 비엔나 체류시간에 일부러 들른것을 알고 계신 Hausberger씨 부부는 우리들의 귀중한 시간을 버리지 않도록 미리 재료를 준비하고 계셔서 “빨리빨리”를 트레이드마크로하는 한국인 고객을 한국식으로 서빙이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미리 메일로 메뉴에 대해 Hausberger씨 부부한테 일임을 해드렸지만 Global Bistro Kokoro의 음식 맛은 우리들의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역시 세계를 누빈 경력의 Hausberger씨의 솜씨는 한국인의 입맛을 정확히 맞추어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크림수프정도를 생각하고 계셨다가 그날 날씨가 비가 내리고 싸늘해지자 Hausberger씨가 좀 얼큰한 맛으로 새로운 수프를 준비하였다는 엄화숙님의 귀뜸이 있었습니다. Global Bistro라는 의미가 단순한 수식어만은 아니었습니다.
메인 요리로는 우리 일행이 건강을 다루는 치과의사들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육류보다는 생선요리를 추천하여 연어요리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메인요리가 담긴 접시의 모양이 범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마치 특급호텔의 최고급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접시의 양 옆에 뿌려진 소스까지 생선의 모양을 의미한듯 그야말로 한 점의 예술품 이었습니다. 특히 허브잎으로 덮은 쌀밥은 유럽여행에서 처음 맛보는 것이었습니다. 비로서 똑같은 음식이라도 장식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것을 특급호텔 주방장의 작품을 통해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요리에도 품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음식을 포크로 건드리는것이 마치 예술품을 부수는것 같은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감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Hausberger씨의 양해를 얻어 요리 과정을 촬영하는데 갑자기 화인더 안에 “Thank you…Dr.Kim!” 라는 메시지가 나타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일행들의 후식 접시에도 음악의 도시 비엔나를 상징하는 높은 음자리와 음표를 도안으로 하는 멋진 장식이 있었습니다. Hausberger씨의 요리에는 그의 솜씨 뿐 만 아니라 그의 마음(心kokoro)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 그 후 Hausberger씨의 수제자로 힐튼호텔의 한국인 주방장으로 계신 분이 자신의 성장을 소개하는 인터뷰 기사에서 그의 스승 Hausberger의 가르침을 회고하면서 얼마 전에 심장질환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Hausberger씨의 명복을 빌며 엄화숙 씨와 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