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로 저주 받은 방콕수완나붐공항의 위기

지난 해 9월 방콕의 신공항 수완나품(Suvarnabhumi) 신공항이 아시아의 허브공항을 꿈꾸며 탄생하였습니다. 저도 이미 두 번씩 수완나품신공항을 방문하여 그때마다 유연한 곡선의 강철빔과 캔버스천으로 독특하게 설계된 신공항의 먼짓 자태를 보고 감탄을 하였지만 불과 반 년도 못되어 심한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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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프레임과 캔버스 천 그리고 유리로 된 Concourse (게이트가 늘어선 탑승건물)가 멋지다.

그러지 않아도 Thaksin 전 수상이 주도해온 수완나품 신공항프로젝트가 부패덩어리라는 의혹을 받고 있던 터에 공항건설에 하자가 나타났으니 졸지에 수완나품공항은 태국국민의 새로운 자랑거리에서 골치덩어리로 전락하게 되어 태국 국민의 자존심은 부패정치인들에 의해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첫 번째 터져 나온 불길한 소식은 개장되어 한 해도 넘기기 전인 지난해 연말이라고 합니다. 활주로와 유도로 일부에서 균열이 오고 침하현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공항 당국은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점차 균열을 보이는 곳이 늘어나 유도로의 25개 지역에 100군데에서 균열이 생겼으며 그 중 서쪽 활주로에도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균열의 정도는 탑승게이트 51개중 11곳이 비행기의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니 불과 탄생한지 반 년도 안되어 공항의 20%가 마비가 된 셈입니다.

* 새로운 공항이 탁신 전총리의 부패스캔들로 저주받았다는 기사.

문제의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커져 지난 1월25일에는 활주로의 긴급공사를 위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두 시간 동안 활주로 하나를 폐쇄했어야 할 정도였다 합니다. 공항 관계자의 얘기로는 그 공사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하였지만 그때 싱가폴과 도쿄에서 오던 타이항공이 각각 거의 2시간 늦게 지연도착하고 Hat Yai에서 방콕으로 오는 타이항공 국내선은 영문도 모른채 파타야 부근의 U-Tapao 공항으로 돌아가 기다리라는 지시를 받았으니 갑작스럽게 내려진 보수공사였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공항건설에 관계한 기술자들이 수완나품공항의 화재에 대한 대비책이 허술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나섰고 일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하여 균열된 활주로와 유도로는 보수공사로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때만 해도 공항관계자는 유도로와 활주로균열로 인해 수완나품공항을 문 닫는 일은 없을 것이며 신공항 개항 이전에 사용해왔던 방콕 돈무앙 국제공항을 다시 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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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xyway for jet planes, not for taxi cabs – 택시가 아니라 제트여객기를 위한 Taxiway (유도로) ” 라는 제목으로

태국의 블로거에 실려진 자료사진

* 왼쪽 사진에는 균열이 뚜렷하며 오른쪽 사진은 항공기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듯 심하게 패인 흔적이 보인다.”

* 사진은 모두 항공기가 착륙하여 활주로를 벗어나 유도로를 따라 승객터미날의 보딩게이트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자료사진출처 : http://suvarnabhumi-tales.blogspot.com/

그러나 일부 항공사들이 신공항의 안전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공항이 100%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은 돈무앙공항을 국내선용으로 개항하기로 하여 우리 나라의 수도권관문이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으로 2원화 되었듯이 방콕도 복수공항체제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결정을 두고 일부에서는 탁신 전총리의 승리(?)라는 다소 비꼬는 기사를 내보내었는데 수완나품신공항프로젝트를 주도해온 탁신정권에서는 처음부터 돈무앙공항을 저가항공사및 국내선용으로 계속 사용하려고 했고 일부 저가항공사들도 사용료가 비싼 신공항 보다는 시내에서 교통이 더 편리한 돈무앙공항의 계속 사용을 원했지만 새정권은 수완나품공항의 개항에 맞추어 돈무앙공항을 폐쇄하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동안 방콕을 두 번 여행하면서 비행기나 호텔에서 읽은 신문내용을 대강 종합해보면 그 내막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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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륙직후 내려다 본 공항 활주로 주변의 지형, 작은 연못과 수로들이 많은 지형이다.

 

우선 공항위치부터 일찌기 말썽이 많았다고 합니다. 우선 수완나품공항이 들어선 곳은 늪지대라고 합니다. 비행기가 수완나품공항을 이착륙할 때 창가를 내다보면 작은 연못이나 수로가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항에도 활주로와 유도로 사이에 배수를 위한 수로가 있는 것이 보입니다. 한때 바다를 매입해서 완공한 오사카의 간사이공항도 조금씩 지반이 침하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수완나품공항의 경우는 개장한지 불과 4개월 만에 심각한 문제에 닥치게 된 것입니다. 설상가상인지 (엄청난 공사비추가부담) 아니면 다행인지 (부실공사가 아니라서) 몰라도 활주로의 균열은 부실공사가 아니라 지반이 약해서 그렇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고 따라서 보수공사비용은 시공사의 책임이 없으니 공항당국이 지불해야 한다는 뉴스도 나옵니다. 제 짧은 소견에는 그렇다면 늪지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미흡한 설계에 책임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 인천공항과 관련해서는 당시 공항건설의 총책임자를 맡았던 분의 가족과 친구들이 공항 부근의 땅을 구입해서 큰 세세차익을 올렸다는 구설수에도 올랐듯이 늪지대에 공항을 세운 당시의 위정자들에 의혹의 시선이 갈 것은 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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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가 착륙및 유도로를 지나 터미날로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곳곳에서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수완나품공항의 문제는 공항 마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맑은 날 착륙 두 번 이륙 두 번의 경험에 제가 수완나품공항의 문제점을 직접 느낄 기회가 없었지만 공항건물은 냉방시스템과 화재방지책 등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면에는 12년 동안의 공사기간동안 24번의 설계변경도 문제였고 이 모든 것이 부패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보기에는 시원하고 멋진 강철빔과 유리 그리고 캔버스천으로 만든 콩코스(탑승게이트가 일렬로 있는 복도) 보기에는 무척 멋지지만 이런 구조는 열대지방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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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rport passenger terminal is a firetrap … one of its designer warned !

 

그 외에 지적된 것으로는 화재시 대피할 비상구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여 화재발생시 무방비상태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나마 상품과 청소도구 등에 의해 막혀져 있으며 대부분 카드키로 작동을 하기에 화재시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대략 수치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공항청사 (사실은 홍콩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함)인 50만 평방미터의 14%인 7만 평방미터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저는 출국할 때에는 가급적 공항에 일찌기 나와 좋은 좌석을 배정 받은 후 출국수속을 마치고 공항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하며 탑승시간을 기다리는데 그런 기사를 읽고 나니 이번 만은 음료수와 스낵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공항라운지 대신 바깥과 쉽게 통할 수 있는 공항메인터미날의 식당에서 지갑에 남은 바트화를 총 동원해서 탑승시간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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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완나품공항의 주차장과 관련된 부패스캔달의 중심 인물은 탁신 전 수상의 여동생이다.

방콕의 수완나품공항의 부패정도는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공항면세점계약. 주차장. 폭탄검색장비 등을 비롯해서 하다 못해 리무진택시와 트롤리(손수레)까지 미쳤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한 공항관리는 탁신 전 총리는 자신의 5년 업적 중에서 최고로 손꼽은 수완나품공항이 그의 무덤으로 변했다고 독설을 품었을 정도입니다. (탁신 전 총리는 수완나품공항의 개장에 앞서서 군부에 의해 쫓겨나 외국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차장과 관련된 뇌물사건은 탁신 전 수상의 여동생과 관련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 광고효과가 커서 경쟁이 클것 같은 카트에 반년이 지나도 의외로 광고판이 아직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처음 방문했을 때와 지난 달 방문했을 때에도 손수레에 광고판이 붙어 있지 않아서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아마 광고주선정에 잡음이 있어서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리무진과 관련된 부패는 우리 같은 공항이용자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이라 관심있게 자세히 읽어 보았습니다. 그 내용은 일반택시승차장은 공항에서 3km 떨어진 곳에 별도로 택시승차장을 만들어 놓고 승객들은 셔틀버스로 다니게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리무진택시는 공항청사의 입구에서 직첩 승하차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일반 택시는 시내중심까지 요금이 약 THB.300~350 이지만 공항을 출입할 수 있는 공항리무진택시는 THB.1350으로 거의 네 배에 가까운 요금이 책정되었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금은 원래 계획이 변경되었지만 인터넷에서 오래된 자료를 찾아보니 정말 그런 방침이 있었던 것은 놀랍게도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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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계획에 일반택시정류장은 도면 왼쪽 아래 멀리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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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미날에서 가장 가까운 D1-4, D5-8 게이트로 가는 계단이 바로 앞에 있지만 개항 초기에는 면세점이 막고 있어소 승객은 멀리 우회해야했다. (사진은 면세점이 철거된 후에 촬영된 것)

 

공항면세점의 경우 King Power Duty Free 회사가 재계약금의 일부로 20억바트 (약 600억원)을 공항공사에 지불했는데 이 돈의 행방이 묘하다고 하는데 결국 공항당국은 면세점의 철거를 명령했으며 이 문제는 법정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그외에 지적된 것으로는 미완성된 듯한 또는 공장과 같은 인상을 주는 메인터미날 도착층의 우중충한 모습도 도마에 올랐고 화장실이 모자란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수완나품공항의 항공편 운항정보를 알려주는 모니터는 LG 전자제품이 대량공급되었는데 이와 관련된 언급은 없는 것을 보니 다행입니다.

* 방콕수완나품공항의 운항정보안내모니터는 LG제품이다.

* 세계최고공항의 위치에 오른 인천국제공항

우리 보다 한 발 앞서서 개항한 홍콩의 첵랍콕 공항이 아무리 첨단시스템을 도입해도 이에 적응하지 못해 몇 달 동안 시달렸지만 인천공항의 경우도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개항하는 것이 아니냐는 언론의 지적을 무릎쓰고 개항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언론사의 입장이 곤란해질 정도로 큰 사고 없이 무난한 출발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잠시 인천공항도 빗물이 새는 등의 우리 나라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부실공사 시비에 휘말렸지만 제가 비가 오는 날은 인천공항을 이용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지금 현재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5년이란 짧은 기간에 세계최고의 공항으로 꼽히는 영광도 안았습니다.

* 단일 건물로는 세계최대공항청사인 홍콩의 첵랍콕 국제공항 출발층 로비

그러나 아쉽게도 이 글을 작성하려고 자료를 준비하던 중에 인천공항공사의 고위관부가 뇌물수뢰혐의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 조사에 나섰다는 안 좋은 소식이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들립니다.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경비보안시스템 구축사업에 편의를 봐주고 수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부실공사의 상징인 성수대교의 붕괴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쓰라린 경험이 있습니다만 이제 동남아시아의 교통중심지인 태국의 방콕 수완나품공항이 부패로 얼룩진 스캔들의 결과 태어나자 마자 엄청난 대수술을 받아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빠져 태국인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 두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관료와 기업인의 부패고리입니다.

지난 주 인천공항공사 고위층의 뇌물수수 의혹기사를 보고 부패의 정도가 심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늪에 빠져가는 수완나품공항의 어두운 소식이 남의 나라 얘기라고 강 건너 불 보듯 할 입장이 아닌 우리의 처지가 서글퍼 집니다.

* 위 글은 제가 방콕 출장중에 읽은 태국의 양대 영자신문인 Bangkok Post 와 The Nation 지에 실렸던 기사를 토대로

두 신문사의 홈페이지의 관련기사를 찾아 정리한 것입니다.

* 출처를 밝힌 균열된 활주로 사진 2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진자료는 작년 10월말과 금년 4월 중순에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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