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콘서트 – 아리랑 (소프라노 김자경)

중학교 때부터 수집한 LP판이 이젠 집안의 골치거리다. 개원하고 있을 때에는 병원의 원장실에 쌓아 놓고 틈틈히 듣곤 했는데, 병원건물이 도시계획으로 철거되어 방황하게 되자 그리 넓지도 않은 집으로 옮겼는데 방안 가득히 쌓아 놓은 것이 여간 골치거리가 아니다.

요즘은 아무래도 CD/DVD 추세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LP판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비록 지금은 비닐조각에 불과해도 40년 이상 정이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연주가의 음반들이 아날로그시대에 녹음된 것들이 많아서 CD로 구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Numark

< * Numark USB Turntable,플레이하면서 디지틀음원으로 저장할 수 있다. >

그런데 이 골치거리 LP음반을 디지탈의 힘을 빌어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구입한지 오래 된 턴테이블이 완전히 고장이 나서 새로 구입하려는 차에 LP판의 음악을 디지탈로 변환시켜주는 턴테이블을 찾게 된 것이다. 전에도 아날로그음원을 디지탈로 변환시켜주는 장치를 구입하였지만, 사용방법이 워낙 복잡하여 쉽게 사용하게 되지 않았는데 훨씬 편리한 방법으로 MP3나 WMA화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음반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LP Stereo판의 초기시절인 195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원판을 구하기 힘들었겠지만, 6.25전쟁 후 미군 7사단에서 한국인 대민진료를 전담하셨던 아버지께서 함께 근무하던 미군 군의관들로 부터 선물로 받은 것 들이다. RCA와 Columbia 등 당대의 유명한 브랜드의 음반은 어릴 때 내 장난감 역할도 했다. 이 음반들은 내가 국민학교때 장난감처럼 다뤄 스크랫치가 많이 생겨 지금은 잡음이 심하지만 덕분에 내가 글래식음악에 빠지게 된 동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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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대말에 나온 LP 음반들. 60년 되었지만 아직 들을만 하다. >

 

한창 LP 음반에 빠졌을 때는 음반이 손상되어 잡음소리가 나는 것이 거슬렸지만, 한동안 CD, DVD 등 디지틀음원만 듣다가 잡음이 나는 LP음을 들으니 잡음마저도 반갑다. 그저 추운 겨울날 모닥불을 피고 음악을 듣는셈 치면 그뿐이다.  잡음이 마치 장작불 타는 것 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아버님한테 물려 받은 LP 음반이 지금도 약 20장 남아 있는데, Van Cliburn이 차이코프스키콩쿨에서 우승한 직후 Kiril Kondrashin과 협연한 Tchaikovsky Piano Concerto와 Isaac Stern과 Eugene Ormandy가 연주한 Brahms Violin Concerto 등은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은 음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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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프라노 故 김자경선생께서 1959년 녹음한 우리 민요음반 >

한편 그 중에는 우리 1959년 나온 우리나라 민요판도 하나 있다. 이 음반은 미국유학에서 돌아오신 고 김자경 선생님께서 우리말과 함께 영어로도 불렀으며 자켓이 모두 영문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아 외국인을 위해 제작한 것 같다. 지금 들으면 지직 거리는 잡음이 심하지만, 뭐 겨울철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옆에서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아니 잡음을 인위적으로 없앤 것 보다는 더 운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

위에 올린 음원은 고 김자경님이 부른 아리랑의 영어버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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