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잊혀진 가사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

선명회합창단이국내시장에내놓은음반중에는동요만모은음반이하나있다.국내최대의라이센스음반회사였던성음사에서기술제휴선인PHILIPS의이름으로1976년11월20일발매한것으로다른가곡들속에한두곡끼어놓은것이아니라19곡전곡이동요로만채워져있다.내가이음반을구입한것은아직결혼전이었으니우리아이들한테동요를들려주기위한것이아니라선명회합창단의연주를너무좋아했고어렸을때자주불렀던노래들이기때문이기도하다.

(*선명회합창단의해외연주실황음반은성음사자체브랜드로나왔지만동요를담은이음반은자켓과LP판레이블에PHILIPS마크가붙어PHILIPS브랜드로나온것처럼보였다.그러나후에성음사의카달로그분류를보면이음반은PHILIPS리스트에서성음사자체브랜드리스트로옮긴것으로나타났다.)

동요의사전적의미를찾아보면1.어린이들이부르는노래2.어린이의감정과생각을나타내어서지은노래라고한다.이를곧이곧대로받아들이자면지금20대인우리아이들한테동요는서태지의노래였고,지금아이들의동요는원더걸스의NobodyButYou나TellMe가될것같다.아마요즘아이들한테이음반에실린노래를들려주고동요라고한다면그들은동요의정의를"할아버지와할머니들이어렸을때불렀던이상한노래"라고정의를내릴것같다.

그러고보니우리가어릴때와지금너무나사회가많이변해도많이변했다.지금50대인우리세대들은70,80대인부모님세대와어렸을때의정서를공유할수있었지만,지금아이들한테는어림없는일이다.오랜만에우리세대의동요를들으니구구절절우리의심금을울리는내용들이다.이들노래가언제작곡되었는지자세히는몰라도적어도우리사회는우리나라에양악이들어온이래,우리세대의어린시절인1950,1960년대까지는태평성대를누린적이없었으니당시의사회상을그대로비춰볼수있는내용들도많다.

"…(일자리를구하러)서울가신오빠는…비단구두사가지고.."(오빠생각),

"엄마가섬그늘에굴따러가면,아기는혼자남아집을보다가…"(섬집아기),

"보일듯이보일듯이보이지않는…내어머니가신나라해돋는나라"(따오기),

모두나라를잃은슬픔과살기어려웠던시절의시대상을알수있는노래들이니,TV를통해애어른을구분않는대중문화매체에빠져든아이들한테는먹혀들어갈여지가없는노래들이다.

그래도크리스마스캐롤처럼매년설날이오면빠지지않고방송에서나마나오는노래가있다.그것도연예프로에서정식노래곡으로나오는것이아니라오락프로의진행용으로불려지기는하지만

"까치까치설날은어저께고요…우리우리설날은오늘이래요!"

이노래의가사일부도요즘시대와는동떨어진내용이기는하지만설에부르는계절적인요인때문에그나마명맥을유지하고있다.그런데이노래는지은지80년이되어오늘날자주사용하지않는표현과당시의시대상을반영하는노랫말이재미있다.

이노래의2절에는"아버지와어머니호사내시고…"라는노랫말이나온다.아마좋은일을많이만들어내라는의미로보여지지만우리50대세대도자주접하지못한표현이다.그리고4절에는"무서웠던아버지,순해지시고…우지우지내동생,울지않아요!"라는노랫말이오랜만에듣는나의귓전을때린다.대부분이곡은일절만불려지는계절적인노래였고,이음반을통하여이노래전곡을들은때는내가대학생때로아직아버지가아니었고,또내가어릴적도아버지를그리무서워한기억이없어서그부분을마음에담지않았는데,지금생각해보면1920년대의부자간의관계가생각보다는훨씬엄했을것이라는것을엿볼수있는내용이다.

요즘자식들한테벌벌떠는신세대부모들과그아이들이들으면이상한노래라고생각할것같지만……

오늘의"모닥불콘서트"는선명회합창단이부르는동요’설’인데,자주듣지않았던탓인지생각보다는음질이좋아모닥불불씨가터지는잡음이별로들리지않는다.이노래의4절까지전곡을노랫말과함께소개한다.

1.까치까치설날은어저께고요,우리우리설날은오늘이래요
곱고고운댕기도내가들이고,새로사온신발도내가신어요

2.우리언니저고리노랑저고리,우리동생저고리색동저고리
아버지와어머니호사내시고,우리들의절받기좋아하셔요

3.우리집뒤뜰에는널을놓고서,상들이고잣까고호두까면서
언니하고정답게널을뛰고,나는나는좋아요참말좋아요

4.무서웠던아버지순해지시고,우리우리내동생울지않아요
이집저집윷놀이널뛰는소리,나는나는설날이참말좋아요

조선블로거여러분새해복많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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