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정경화의차이코프스키/시벨리우스바이올린협주곡음반(DECCA)을소개하면서출범한성음사의라이센스음반사업은나름대로꽤성공을거둔것으로알고있다.값비싼외국원판과불법복제음반(빽판)사이에서다른선택의여지가없었던음악애호가들한테라이센스음반은다소부담스런가격에도불구하고클래식인구의저변확대에큰공헌을한것으로생각된다.그때는내가고등학교2학년시절이었는데월말고사,중간고사기말고사등시험이끝나는날은청계천의음반시장을순례하여모든용돈을음반구입에쏟아부었는데이버릇은고등학교3학년대학입시에몰두할때에도지속되었다.
내가치과대학본과에진학하고졸업후지방에서군의관생활을하는동안레코드점에자주들를기회가없었음에도꾸준히레코드수집을할수있었던것은성음사에서DiskFamilyClub이란제도가있었기에가능한일이었다.이제도는당시에는드물었던통신판매방식으로DiskFamilyClub에가입하면성음사에서는회원들한테정기적으로새로운음반에대한안내서를보내주고회원은은행이나우체국을통해음반대금을송금하고영수증과함께음반구입신청서를보내면편히집에서음반을받아볼수가있었다.지금남아있는한자료를찾아보니나의회원번호는29번으로무척빠른편이었다,
DiskFamilyClub회원의특전이라면음반가격에대한직접적인할인혜택은없었지만,회원으로가입할때미리등록한자필사인을주문한음반의표지에금박으로인쇄를해주었다.지금은컴퓨터프린터로활자문화가보편화되었지만당시만해도자신의사인이인쇄되어활자화된다는것은커다란매력이었다.한편누적된음반구매수가100장을넘으면ChromeDisc,200장을넘으면RhodiumDisc그리고500장에이르면GoldenDisc를기념품으로증정하였으며연말에는음악가들의대형사진으로꾸민칼렌다를배포하여음악애호가들사이에큰인기를끌었다.
성음사가라이센스음반사업이궤도에오르면서가요음반에주력하였던지구레코드,오아시스,서울음반등의다른음반회사들도뒤늦게미국의RCA,CBS등의음반회사와라이센스계약을맺어미국음반들을소개하기시작하였고1970년대후반기에는일본Victor,Melodiya,TELDEC,ERATO등의음반도많지는않았지만선을보였다.
그러나성음사의라이센스음반은제휴선인DECCA,PHILIPS,GRAMMOPHON별로고유의일련번호가부여되고관리가잘되었지만다른음반회사의라이센스음반은고유번호도없는것도있는등성음사만큼체계적이지는못했으며종류도성음사를따라가지는못했지만유럽연주단체위주에서미국의음악가들을많이소개하여음악애호가들의선택의폭을넓혀주게되었다.
성음사는라이센스음반판매와더불어레코드음악이란레코드,오디오,음악전문잡지를계간으로발간하여애호가들의좋은반응을얻었다.이잡지는비록화려한화보사진등은없었지만당시에발간되었던월간음악,월간피아노등다른음악전문잡지에뒤지지않는내용으로,아니오히려더충실한내용으로DiskFamilyClub회원한테무료로배포하였다.
성음사의레코드음악은나의글이처음으로활자화되어소개된잡지이기도하였다.1981년으로기억되는데그때는개인휴대용음향기기시대를가져온워크맨이처음으로세상에소개되었을때였다.당시경기도양평보건소에파견근무할때군의관육군중위신분의내월급이12만원이었는데SONY워크맨이10만원이었으니엄청난고가였다.나도한달치월급과보너스를몽땅털어서스테레오녹음까지가능한AIWA제품을15만원에구입하여워크맨대열에참여하게되었다.
워크맨을구입한후로휴일에는출퇴근때버스안에서들을음악을녹음하는것이일과가되었다.왕복2시간이조금넘는거리이니웬만한교향곡이나협주곡하나씩과실내악곡또는성악곡으로마치요일별식단을짜듯선곡을하고항상가방에대여섯개의녹음테이프를넣고다녔다.그때는버스에는8트랙카트리지녹음테이프가유행이었지만택시는대부분카세트테이프를갖추고있었다.그런데운전기사들이대부분선호하는곡들은가요를에코를강하게넣은전자올갠연주곡으로어떤경우는귀가따가울정도로나한테는음악이아니라소음으로들렸다.하루는운전기사한테이런곡을하루종일들으면귀가아프지않냐며너무시끄럽다고하소연했더니별로들을것도없어서습관이되었다는대꾸를하면서도볼륨을줄일생각을하지않았다.마침나의워크맨에는모짜르트의디베르티멘토136번이있어서그테이프를건네주고틀게하였더니운전기사가이런음악은어디서살수있냐며관심을보였다.그때나의생각은그들이클래식음악을싫어하는것이아니라대중가요처럼알고있는곡이없기때문에자연적으로클래식음악을가까이할기회가없는것이아닐까생각이들었다.그날택시에서내리면서가방속에있던만토바니악단의테이프를하나선물로주고내렸는데,그후로도여러차례클래식음악에관심을갖는기사들한테테이프를선물로주거나테이프여분이없으면주소를받아후에녹음하여우편으로보내주기도하였다.
몇달후퇴근길에마장동시외버스터미날에서내리니한택시기사가나를보고클랙숀을울리며불렀다.전에내가테이프를선물한적이있는기사인데마장동에서우연히나를발견하고부른것이다.그는기사식당에서식사를하면서나의얘기를다른기사들한테해주고내가선물로준테이프를함께들었는데많은기사들이그곡을듣고좋아하였지만곡목을몰라서테이프를살수가없었다고한다.그얘기를듣고나서택시에서내릴때그기사의주소를건네받아나름대로easy-listening곡을위주로추천곡리스트를만들어편지로보내주어우연치않게택시기사를상대로클래식전도사의역할을하게되었다.
이렇게워크맨을들으며출퇴근하면서겪은나의에피소드가택시운전기사들사이에퍼지게되었는데마침성음사직원이었던한택시기사의가족한테전해져서나의얘기가’달리는음악감상실’이란제목으로레코드음악에실리게된것이다.
그로부터세월은흘러27년이지난오늘,워크맨은MP3플레이어로,카세트테이프는휴대용USB메모리로,무대는시외버스에서경인전철로바뀌어나만의’달리는음악감상실’은지금도계속이어지고있으며휴일역시LP음반의음악을MP3,WMA화일로변환하는작업에빠져들게되었다.
마침나의원고가실린레코드음악1982년봄호를아직도간직하고있어서오랜만에꺼내그때의추억을되살려보니새삼세월이많이흘렀다는것을느끼게된다.
Walkman을사러나가서함께구입한음반중에는SweetPeople의음반이있다.이음반은일종의무드음악을연주하는그룹으로클래식과대중음악등의이분법적인편가름에상관없이커다란인기를끌었다.내가Walkman을구입하고주변의친구들한테자랑하면서SweetPeople연주를들려주면모두들탄성을지르고워크맨대열에동참하게되었다.
오늘의’모닥불콘서트’는워크맨을구입할때의추억으로그때유행했던SweetPeople의Wonderfulday를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