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가 빼놓지 않고 읽고 있는 김성현 기자님의 블로그 ‘아저씨,클래식에서 길잃다. (나를 두고 하는 얘기인것 같다.)’에서 유머의 달인 하이든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하이든교향곡 94번 놀람교향곡과 45번 고별교향곡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실렸는데, 김성현기자님이 1970년대에 똑같은 글을 쓰셨다면 아마도 장난감교향곡에 대한 얘기가 하나 더 추가되었을 것 같다.
호적이 바뀐 장난감교향곡
우리 세대가 배운 1960년대의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는 장난감교향곡(47번)이 시계(101번), 놀람교향곡(94번)과 함께 Haydn 교향곡의 대표작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놀람교향곡은 연주 도중 졸고 있는 청중을 보고 하이든이 장난삼아 갑자기 큰 소리로 연주를 하였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이 곡이 실황연주가 아닌 만큼 지어낸 얘기라 생각되며, 시계추가 움직이는 소리를 묘사한 시계교향곡과 함께 새소리 등을 흉내낸 장난감악기가 등장하는 장난감교향곡이 소개되었다.
그러나 대학교 진학후 70년대 중반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음악평론가 한 상우님(말년에 열어 놓으신 조선블로그가 아직 열려있다.)께서 진행하시는 MBC-FM 음악프로 ‘나의 음악감상실’에서 장난감교향곡의 작곡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모짜르트(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짜르트라는 설이 나왔다는 해설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음반의 해설마다 혼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레오폴드 모짜르트의 곡으로 정리가 되었으니 장남감교향곡이 거의 200년이 넘게 호적이 잘못 올려졌던 것이다.
Leopold Mozart(1719-1787)는 유명한 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의 아버지로 Haydn(1732-1809)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당대에는 이름있는 음악가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중에 지금도 남아 있는 곡은 장난감교향곡 외에도 트럼펫협주곡이 전해지고 있다.
장난감교향곡은 영어로는 Toy Symphony 독일어로는 Kinder Symphonie로 표기되는데, 교향곡치고는 너무 가벼운 분위기의 소품이라 그런지, 아니면 악보에 실린 장난감소리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실제 무대 위에서는 자주 공연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음반도 베를린필하모니, 비엔나필하모니와 같은 세계일류 교향악단의 레파토리에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장난감교향곡은 3장 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1973년 필립스 라이센스음반(SEL-100 072)으로 전면에는 Mozart의 Eine kleine Nacht Musik이 실려 있고 뒷면에 Haydn의 이름으로 트럼펫협주곡Eb과 함께 장난감교향곡이 실려있다. 연주는 모두 Vienna Symphony가 연주한 것으로 이 음반의 표지만 보면 첫 눈에 장난감교향곡이 하이든의 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뒷면에 실린 해설에도 장난감교향곡이 하이든의 모든 교향곡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곳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다만 이 음반에 붙은 라벨에는 장난감교향곡을 일단 하이든의 곡으로 표시하고 제목 옆에다 레오폴드 모짜르트의 곡이라는 이견도 있다는 설명(also attributed to L.Mozart)을 곁들였다. 이 음반이 국내에 소개된 것이 1973년이니 실제 장난감교향곡의 작곡가에 대한 이론은 훨씬 전부터 있었다고 추측된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나온 것은 역시 필립스의 라이센스음반으로 Haydn의 교향곡제35번’왕비(La Reine)’, 제55번’교장선생님(School Master)’등 자주 소개되지 않는 교향곡들만 실려있다. 1977년에 나온 이 음반의 전면을 보면 역시 장난감교향곡이 하이든의 곡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지만, 뒷면의 해설에는 이곡의 작곡자가 레오폴드 모짜르트라는 설이 있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되어 있다. 연주는 Roberto Benzi의 지휘로 Orchestre des Concerts Lamoureux 라뫼르교향악단이 맡았다.
그후 10년이 지나 1987년 서울음반에서 TELDEC 라이센스로 나온 음반에는 Berliner Kammerorchestre이 연주한 장난감교향곡이 레오폴드 모짜르트의 작품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뒷면의 해설에서 이 곡이 하이든의 곡으로 알려지게 된 유래를 간단히 설명해주고 있다. Leopold Mozart는 이 곡을 짤츠부르그에서 유쾌한 성격의 Divertimento로 작곡하였으며 처음부터 장난감교향곡이란 이름이 붙혀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곡은 1790년 비엔나에서 하이든의 작품으로 연주된 기록이 있으며 그후 200년 가까이 작곡자가 하이든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작곡자의 이름을 빌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는 설명과 함께 이 곡에 장난감교향곡이라고 이름이 붙은 것은 하이든의 동생인 미하일 하이든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복불복 퀴즈로 전락한 음악퀴즈 이야기 …
이렇게 장난감교향곡이 호적을 바꾸는 과정에서 그 피해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퀴즈프로에서 장난감교향곡의 작곡자를 묻는 퀴즈로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음악교과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퀴즈프로에서는 여전히 장난감 교향곡의 작곡가는 하이든으로 처리되었던 것이다. 이때 이미 장난감교향악이 레오폴드 모짜르트의 곡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학생은 가장 정확한 음악상식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난감교향곡을 들어보지도 못한, 하이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50%의 확율에 도전한 학생들한테 밀려나게 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또 하나 있다. 독일노래로 잘 알려진 “웬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화 …” 들장미도 퀴즈프로에서 복불복퀴즈로 만들어 버린 사례가 있었다. 이 노래의 원어는 괴테의 시로 (Sah ein Knab ein Roeslein stehn…) 독일의 작곡가 Werner와 Schubert가 각각 이 시를 가사로 곡을 만든 것이다. 똑같은 가사이지만 우리말 제목은 Werner의 곡은 들장미, 슈베르트의 곡은 월계꽃 으로 구분되는데 두 곡 중에서 일반 대중한테 잘 알려진 곡은 일반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Schubert의 월계꽃이 아니라 Werner의 들장미이다.
언젠가 초등학교 퀴즈프로에서 이 작곡가의 노래를 묻는 퀴즈가 있었는데, 역시 엉뚱하게 처리되었다. Werner의 곡을 들려주면서 ‘이 노래 들장미의 작곡가는 Schubert이다.’의 O,X 퀴즈였다. 물론 정답은 ‘X’ 였지만 그때 사회자는 대본에 씌여진대로 ‘O’를 정답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때 들장미가 뭔지도 모르고 슈베르트나 베르너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확율 50%에 도전하여 ‘X’표를 든 학생은 틀려서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좌석에서 퇴장하였지만, 음악을 좋아하여 이 곡이 베르너의 곡이란 것을 알고 있어서 100%확신을 가지고 ‘X’표를 들었던 일부 학생들이 당황하는 표정을 읽을 수가 있었다. 물론 들려준 들장미가 슈베르트곡이라는 문제에 ‘O’자를 들어 계속 자리에 남아 퀴즈에 참여한 학생들중에는 어설프게 슈베르트의 들장미가 어떤 곡인줄 모르고 들려준 노래가 들장미라는 것만 아는 상태에서 ‘O’를 든 학생도 있었지만, 그중에는 들장미가 뭔지 슈베르트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50% 확율에 도전한 학생들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이 퀴즈문제야 말로 음악상식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요즘 강호동의 1박2일 프로에 나오는 복불복퀴즈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오늘의 모닥불 콘서트에서는 비엔나심포니가 연주하는 장난감교향곡의 2악장과 비엔나합창단이 노래하는 Werner의 들장미, Schubert의 월계꽃을 차례대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