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중에 조종사가 사망하면
BY ON 6. 25, 2009

얼마전브라질의리오데자네이로를이륙한파리행에어프랑스AF447편A330기가추락하여228명의인명을잃는대형사고가발생한지얼마안되어지난주에는247명의승객을태우고브뤼셀을이륙한뉴욕행(Newark,NJ)컨티넨탈항공의CO61편B777기가비행중에기장이사망하는일이발생하였다.다행히컨티넨탈항공기의경우다른두명의조종사들에의해목적지에무사히착륙하였다고한다.컨티넨탈항공CO61편의경우는다른희생자가없이조종사만자연사한경우로항공사고로는기록되지않지만하마터면대형사고로도이어질뻔한일이었는데,무엇보다도불행중다행이었던것은비행기가정상고도를순항하던중에기장이사망하여다른조종사들이기장의역할을대신하기가수월하지않았을까생각된다.

<ContinentalCO61B777모습,사진출처AP통신>

이번컨티넨탈항공기장의사망소식으로일부에서는조종사의정년에대한문제가제기되고있다고한다.CO61편기의기장은금년60세로컨티넨탈항공에서32년간조종사로일해왔다고하며,2007년에조종사의정년이60세에서65세로연장이되어정년연장이이루어진지불과2년이안되어조종사가사망하는사고가발생했기때문이다.

그러나다른한편에서는조종사의연륜에서나오는경험은단순한나이를비교하는것과균형을이루어야한다는주장도제기되고있다.지난1월이륙후새가엔진에빨려들어가엔진이멈춰버린USAirwaysA320기가Hudson강에기적같이안착하여인명사고를피할수있었던것도경험이풍부한기장(당시58세)이기에가능했던일이라는것이다.

미국연방항공국FAA의자료에의하여비행중사망한조종사는1994년이래모두6명이지만모두48세와57세사이의연령층으로오히려이번에사망한조종사보다나이가적은사람들인만큼평소의건강상태유지가중요한것이지나이가절대적으로중요한것은아니라는반론도나오고있다.

한편지난2월미국의버팔로에추락하여탑승객44명전원이사망한Colgan항공의DASH-8기추락사고에관한새로운보고서는질병이아니라도조종사의건강상태가얼마나중요한가를알수있다.사고후한조사에의하면이사고기의기장과부기장은만성피로에시달렸다는보고서가나왔다.특히24세의여자부조종사는박봉에근무지근처에집을구하지못해부모가살고있는시애틀에서전날밤비행기로멤피스에서비행기를갈아타고뉴왁으로출근했다고한다.이는서울에서방콕까지야간에그것도도중에홍콩에서비행기를갈아타고출근한셈이라는기막힌얘기다.그의동료들에의하면그는숙박비용을아끼려고회사규정을어겨가면서공항에마련된승무원휴게실의의자에서밤샘을하기도했다고하는데,회사규정상TV와의자밖에없는휴게소에서는잠을잘수없도록되어있다고한다.기장도템파(플로리다)에서뉴욕까지출퇴근했다고하는데회사에서이들의출퇴근시간까지근무시간에포함시켜줄리가없으니이들은만성피로감에빠진상태에서조종간을잡고있었을것으로보인다.

이번문제의컨티넨탈항공편의승객들은비행도중자신이타고있는항공기의기장이비행중사고가난것을아무도몰랐다고한다.기내방송으로급히승객중의사를찾는방송이있었지만,객실승무원들은평상시와같이음료수서빙을하고승객들도잡지를읽거나영화를보고있었다고한다.일등석앞좌석에앉았던승객은기내방송을듣고나선의사가조종실로들어가는것을알았지만,기장이사망한것을전혀알수없을정도로승무원들은승객들이동요하지않도록극도로신경을쓴것같다.다른승객들도비행기가뉴욕의뉴왁공항(뉴저지)에도착했을때몰려든경찰차와소방차,앰블런스를보고무슨심상치않은일이있었단것을알게되었지만설마기장이사망한것은상상조차할수없었을것이다.한승객은비행기가착륙한직후기내에서전화를걸어온남편한테소식을듣고놀랐다고한다.기내에서처음기장의상태를진찰한심장전문의는이미너무늦었다고하는데,어제새로전해진소식에의하면옆좌석에있던부기장은처음에는기장이졸고있는줄알았다고한다.

객실승무원들은기장의사망한사실을알고있었는지,아니면모르고있었는지알려지지않고있지만,설사알고있었더라도승객들한테이사실을숨길수밖에없었을것같다.승객들한테알려서승객들의안전에도움이되기커녕객실분위기가소란해지면오히려사태가커질가능성이컸으리라고생각된다.

<스칸디나비아항공의B767기종의조종석,기장과부기장두명이탑승한다.>

일반인들이기장의사망사고에한결같이놀라고있지만항공전문가들의반응은의외로차분하다.운항중조종사들의만일의사고에대비한대책이있기때문에크게걱정할것은아니라는것이다.이번컨티넨탈항공편의경우도조종석에서기장과함께근무하고있었던부기장외에도co-pilot또는reliefpilot라고표현한예비조종사가동승하고있었다고하며기장이사망하자객실에있던reliefpilot가조종실로들어가부기장과함께남은비행을무사히끝내게되었다고한다.

그동안여행과비행기에남달리관심을가지고있어서보고줏어들은얘기를종합해보면,다른교통수단도마찬가지이지만특히항공기에서운항중조종사의사고는치명적인대형사고로이어질수있으므로항공사들은여러방면으로안전장치를갖추고있다고한다.

오래된얘기이지만대한항공이러시아상공에서소련기의미사일을맞아무르만스크의얼어붙은호수에동체착륙한사건이있었다.지난연초미국여객기가뉴욕의Hudson강에비상착륙한것이상의기적과같은일이었다.이때대한항공이항로이탈을한것으로알려졌는데,당시만해도조종실에는요즘항공기의기본시설인관성항법장치가없어서항공기를직접조종하는조종사외에항로를담당하는항법사가조종석에동승하고있었다.그러나요즘은컴퓨터와전자제어장비가발달하여요즘첨단기종들은항법사를필요로하지않아조종실에는기장과부기장두조종사뿐이다.그만큼전산화된조종시스템에의존하게되어사람손이그만큼줄어들었다는얘기이다.

자동차의경우대형면허만있으면버스나승합차,승용차등모두운전할수있으나항공기의경우기종별로면허가주어진다고한다.B747점보기처럼대형기종의조종사라고해서B737기를조종할수있는것은아니다.그만큼자동차운전면허증과는달리조종사면허는전문성을갖추고있다는뜻인것같다.그리고부기장이라고해서수습조종사라는차원은아니고기장과역할분담을하는조종사인만큼안전하게비행기를조종할수있다고한다.이번컨티넨탈항공의경우도기장이사망하자동승하고있던reliefpilot가부기장을도와무사히목적지까지도착할수있었다고한다.

(좌)FairchildDornier228,KathmanduAirport(우)C-212-CASAAviocar,DenpasarAirport

-모두버스보다작은기종이지만조종석은두자리가있다.

내가이용해본여객기는최첨단기종인A380기를제외하고는가장큰B747전기종과B777,B767,A340,A330등의대형기는물론가장작은기종으로는인도네시아의롬복섬과네팔의포카라를여행할때이용한20인승의소형기종과가족들과그랜드캐년을여행할때전세낸Cessna기종등다양한데4인승전세기인Cessna를제외하고는모두조종사가2명이었다.(솔직한생각으로는네팔에서는부기장석에앉은젊은이가조종사라이센스는있을지걱정스럽기는했으나어쨋든조종석은좌석이2개였다.)

물론비행시간이1-2시간이되는국내선이나단거리국제선의경우교체조종사가필요없을수도있지만단거리국제선이라도복항할때교체승무원이필요할경우는객석에일반승객들과같이동승한다고한다.몇년전베트남의하노이(비행시간4시간)를여행할때대한항공B737기종의비지니스클래스석8석중에2석이교대승무원이탑승한것을볼수있었는데,복항(ReturnFlight)할때서로교대하는조종사들의지정좌석이었다.방콕에서방글라데시등을여행할때도옆좌석에앉았던승객도타이항공의교체조종사들이었다.그들은내가한국인이라는것을알고자신이타이항공조종사라고밝히고한국의삼계탕을좋아한다며대화를나눈적이있었다.

<타이항공A330기종의승무원전용좌석(CR):(좌)비지니스클래스2석(우)일반석8석

*자료출처:타이항공홈페이지pdf자료를필요한부분만편집한것임

타이항공A330기의경우타이항공에서공개한좌석배치도를보면승무원석(CRCrewRest)이라고지정되어표시되어있다.중거리비행의경우승무원들이현지에서체류하지않을경우복항때교대로근무하는승무원들의좌석으로보인다.즉아무리고객이왕이라고해도예약이Overbooking되었다고이좌석까지승객을태웠다가는아마승무원노조에서가만있지않을뿐더러승무원이휴식공간을빼앗긴다는것은다른승객들의쾌적한여행을위해서도바람직하지않은일이다.

대한항공과아시아나항공의조종사들이파업을할때밝혀진얘기이지만비행시간이10시간이넘는대륙간장거리노선의경우는비행중간에운항승무원이교대하는것으로알고있다.한조가긴장된상태에서열시간이상을근무한다는것은무리이기때문이다.간혹대륙간노선에비지니스클래스로여행할때비지니스클래스에때로는정복을입고승객들과함께좌석에앉아휴식을취하고있는승무원들을볼수있는데이들이교체승무원들로보인다.한편보안을위해교체승무원들은정복을입지않고사복으로갈아입고승객들속에섞여있다는얘기도있다.교체승무원들이동승하는경우는기장과부기장은보통비지니스클래스이상등급의객실을이용하는것도운항승무원들의컨디션을최고로유지하기위함이기때문일것이다.

<타이항공의장거리운항기B777-200ER기종의승무원전용공간>

좌측:조종석바로뒤객실윗쪽으로좌석2,간이침대2개가있는조종사전용휴식공간이있다.

우측:객실중간부분에간이침대가7개있는객실승무원전용휴식공간이있다.

*자료출처:타이항공홈페이지pdf자료를필요한부분만편집한것임

최신기종의특징중의하나는승무원들의공간을많이배려했다는것을들수있다.최근여러항공사에서장거리노선에취항하는B777-200ER기종에는조종석뒤로객실과분리된2개의좌석과2개의간이침대가있는별도의승무원전용객실(OverheadFlightCrewRest)이있다.이와별도로객실가운데에는일반객실위로7개의간이침대가마련된승무원이이용할수있는OverheadFlightAttendentRest도있는데이공간은객실승무원들이교대로쉴수있는공간이다.이것이특정항공사의주문에의한특별설계인지는몰라도전에는볼수없었던공간들이다.

타이항공의최장노선인방콕-L.A.에취항하고있는A340-500기종과A340-600경우도조종석바로뒤와객실의뒷부분에승무원들의전용휴식공간이있다.앞에는1인용침대로보아기장이사용하는듯하고,뒷쪽에는조종사1명,객실승무원용8개의침대가있다.

*타이항공최장노선에취항하는A340-500기종의승무원전용공간
(좌)FCRC(FlightDeckCrewRestCompartment):조종석바로뒤에기장이사용하는벙커가있다.
(우)BCRC(BulkCrewRestCompartment):객실뒤에조종사1명및객실승무원8명이이용하는침대

*자료출처:타이항공홈페이지pdf자료를필요한부분만편집한것임

이렇게승객들의안전을책임지고있는승무원특히운항승무원(기장및부기장)은항상최고의컨디션을유지하기위해상당한대접을받고있으며그만큼승객들의안전을위해각자개인건강에철저한관리가필요하다.12년전친구들과이집트역사탐방여행에나설때카이로-텔아비브ELAL항공편에서만난대한항공승무원들이모두이스라엘이처음이라고하여우리가예루살렘에서전세낸버스에동승해도된다고제의를하였지만,기장은다음날오후서울행항공편에근무를위해충분한휴식을해야한다며우리의제의를정중히거절하는모습을보고그분들이얼마나철저하게자신들의컨디션관리를하고있는지알수있었다.

이번컨티넨탈항공기의경우는외신기사에보면reliefpilot또는co-pilot가이비행기에탑승하고있었다고한다.대서양횡단노선이태평양횡단노선에비해비행시간이짧기때문에아마조종사들이운항도중교체하는것이아니라만일을위해한명을추가로탑승시키는것인지모르겠다.외신에따라서는thirdpilot라고표현한것도있는것으로보아기장과부기장이조를이루어교체멤버로있는것은아닌것같기도하다.그렇다면reliefpilot은야구로말하자면선발투수가곤경에빠지거나보호가필요할경우등장하는구원투수인셈이다.

*타이항공의인천-방콕구간의비지니스클래스기내식메인메뉴,3가지중에서선택할수있다.

운항승무원을보호하는것은기내식에도적용된다.기내식은승무원이서빙하기에시간이충분하지않은단거리국제선을제외하고는대부분일반석에도2가지정도의메뉴를준비하여승객들이선택할수있도록한다.비지니스클래스나일등석의경우는선택의폭이훨씬넓은데,300명가까운승객의안전을책임지고있는승무원의기내식역시테이블보를깔지는못하겠지만메뉴자체는비지니스클래스못지않을것으로알고있다.그러나조종사들은같은메뉴를선택하지않는다고한다.만일에있을지도모르는식중독에대비하여한사람만이라도무사해야하기때문이다.

*타이항공인천-방콕노선비지니스클래스의기내식애피타이져코스

-비록좁은조종실에서식탁보를깔고분위기까지잡지는않겠지만식단메뉴는이정도는되지않을까?

이렇게알게모르게항공사들은여러가지로승객들의안전을위한안전장치를마련해놓고있다고하니우리들은마음편히기내에서비행을즐길수있는것이다.

한편이글을쓰면서이틀전워싱턴에서발생한전철사고가갑자기생각난다.그렇지않아도얼마전역주행한택시사고가있었는데,아직경찰의사고원인에대해서는갈팡질팡하고있지만운전기사가갑자기발작을한것이라는추정도있다.택시나승용차정도야그렇다해도수백명의승객을실어나르는지하철의경우기관사가갑자기화를당하거나건강에이상이생기면어떻게될까?지하철에도여객기와마찬가지로부기관사제도가있어야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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