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인천공항에서낯선델타항공기를보게되었다.델타항공은이미한국노선에는대한항공과코드쉐어로만운항하여델타항공기가들어올리도없지만,내가본기종은전에델타항공이취항하던장거리용B777이아니라중단거리용인B757-200기종이었다.델타항공이새로노선을개선하였을리도없는데내막을알아보니인천공항에서나리타공항으로가는노스웨스트항공의B757-200이델타옷으로갈아입은것이다.
이미작년에뉴스를통해노스웨스트항공이델타항공으로흡수합병되었다는것을알고는있었지만,합병이후에도아직은각각독립된영업을하고있어서실감하지못했는데막상델타옷을입은노스웨스트항공기를보니노스웨스트가사라져가고있음을실감하게되었다.
원래항공사규모는델타항공이노스웨스트항공에비해역사도약간길고,외형도훨씬큰항공사이지만우리한국에는노스웨스트가훨씬더널리알려진항공사였다.노스웨스트항공은해방후정부수립전인1947년에서울노선을개설하여우리나라최초의정기노선에취항한항공사로기록된다.
지금우리나라에는60개의외국항공사들이취항하고있지만1960년대에는미국의노스웨스트항공(NWA)와중국계의CAT(CivilAirTransport,뒷배경에미국정보기관이있다는설도들린다.)정도가기억이나고1964년한일국교정상화에맞추어일본항공이취항을시작하였을정도였다.그중노스웨스트항공의보잉B707기의모습은각종TV광고의배경화면으로많이나왔던것이기억나는데내가비행기게관심을갖게된것도당시에본B707기의멋진수직꼬리날개의모습때문이었다.
실제로내가노스웨스트와인연을맺은것은우리나라에여행자유화가시작된다음해인1989년이었다.당시에는관광목적의경우복수여권이없었고,외국여행을할때마다여권을발급받아야하는단수여권뿐이었는데우리가족은미국의친지방문을목적으로복수여권을받아다른사람들에비해쉽게여행에나설수있게되었다.
노스웨스트항공의60년한국취항역사상가장전성기도1980년대말부터1990년대중반이아닌가생각된다.당시노스웨스트항공의한국노선은논스톱편만해도하와이,L.A.샌프란시스코,시애틀,디트로이트편이있었고도쿄를경유하면시카고,미니애폴리스,뉴욕등웬만한미국의대도시가한번환승으로연결이될정도였다.뿐만아니라노스웨스트의노선은미국에그치지않고동남아시아에도뻗쳤다.당시에는가장항속거리가먼B747-400기종도동남아시아와미주대륙을논스톱으로연결할수없어서도쿄와김포를경유지로취항하였다.그때델타항공은방콕-타이페이-김포-포틀랜드노선하나뿐이었지만미주취항노선이가장많았던노스웨스트는미국논스톱편이모두방콕,마닐라,마닐라,타이페이등동남아시아도시까지연장되어김포공항의오후시간한때는나리타공항의제1터미날처럼김포공항에서노스웨스트의점보기B747기대여섯대를한꺼번에볼수있는경우도있었다.
내가여행에맛을들려본격적인여행가로나서게될때도상대적으로다양한노선에취항하고항공요금도저렴하였던노스웨스트를많이선택하였고,그런인연으로노스웨스트의한국영업부직원들과개인적인친분을갖게되어지금도유지하고있다.지금도열려있는나의개인홈페이지도1990년대말여행가로서방송출연을한것을계기로소장하고있었던영상자료가체계적으로정리가되자노스웨스트의한국대리점인샤프여행사에서만들어준것이다.
내가노스웨스트와특별한인연을갖게된것은한국지점의직원들과의유대뿐만이아니었다.유달리비행기타기를싫어하는집사람과달리우리두아이들은여행을좋아하여초등학생시절부터나의여행파트너가되어배낭여행에자주나서게되었는데,조종석을구경하고싶어하는아이들한테노스웨스트항공의조종사들은귀찮아하지않고비행을마치면아이들을조종석으로들어오게하여각종장비를구경시켜주기도했다.특히우리큰아이는그때의경험이인생을좌우할정도로깊은인상을받아조종사가되고싶어하였으나시력때문에포기할수밖에없어지금도크게아쉬워하고있을정도이다.
노스웨스트와관련되어조선닷컴이맺어준또한사람과의인연이있었다.몇년전조선닷컴의여행섹션에여행칼럼을게재한적이있었는데노스웨스트항공의승무원으로근무하였던오스트리아의한교민이노스웨스트항공에서있었던일화를적은칼럼을보고반가워서메일을보내온적이있었다.그분은힐튼호텔주방장을역임한오스트리아인과결혼하여비엔나에서남편과함께식당을경영하고있는데,그메일이인연이되어유럽에서학회가개최될때일행들과비엔나의식당을찾아가융숭한대접을받기도하였다.그때의일도역시조선닷컴을통해소개되어그후에많은독자들이그식당을찾아왔다며우리큰아이가동유럽여행때찾아갔더니감사의뜻을전해오기도하였다.
내가20년동안의여행경력을쌓으면서노스웨스트와가까이할수밖에없었던가장큰이유는노스웨스트의마일리지제도인월드퍽스였다.월드퍽스는내가이용한항공사중에서승객의입장에서보면가장혜택이큰마일리지제도로아마나처럼알뜰하게챙긴승객은그리많지않을것같다.
월드퍽스의뛰어난장점은가장쉽게마일리지적립이가능하고가장적은마일리지로무료여행의혜택을주는것이었다.똑같은스카이동맹항공사라고해도승객입장에서는에어프랑스나대한항공에비해월등히혜택이많다.일부항공사들은같은동맹회원항공사라해도할인폭이큰항공권이면적립이아예안되거니적립율이낮지만노스웨스트항공의월드퍽스는동맹항공사의웬만한할인항공권에도100%적립을해주고있으며,무료여행혜택도다른항공사에비해필요한마일리지가가장낮은편으로우리나라회원의경우동남아시아를여행하는데필요한마일리지는대한항공스카이패스의절반수준인20,000마일정도이다.
월드퍽스의위력은스카이팀동맹항공사외에월드퍽스파트너항공사에서찾아볼수있다.내가자주이용했던예를들면동남아시아여행때이용한말레이지아항공과아프리카여행때이용한케냐항공이기억에남는다.특히탄자니아를여행할때는이집트의카이로에서케냐나이로비를경유하여탄자니아의잔지바르까지왕복여행을불과25,000마일로여행하였는데항공요금이비싼아프리카여행때큰도움이되기도하였다.
월드퍽스의또하나의장점은프로모션이많았다는것을들수있다.예를들면월드퍽스에친지를소개하여가입시키고실제노스웨스트로여행하게되면회원이나소개받은친지한테각각2500마일정도보너스를제공하였는데,마침미국에친지방문하는친구가족4명을소개하여여행한번하지않고서울에서L.A.왕복에가까운마일리지를프로모션으로적립한경우도있었다.
내가무엇보다도월드퍽스마일리지혜택을많이받을수있었던것은월드퍽스가다른항공사의마일리지제도와달리직계가족이아니라도제3자한테양도가가능하였기때문이다.물론마일리지를양도받을때어떤금전거래가있으면안된다는규칙이있다고는하지만,우리정서상공짜로넘겨받을수는없고여행을다녀오면서양주등간단한선물로때울수있었고마일리지적립에미성년자한테제한을두지않아미성년자인우리아이들의마일리지도내가다사용하기도하였다.
내가입은월드퍽스의혜택중에서가장큰것은1993년뉴기니아섬의인도네시아영이리안자야를다녀올때였다.당시노스웨스트의월드퍽스프로그램에네덜란드의KLM항공사가합류하여공동운영을하였는데서울에서인도네시아의관문인자카르타까지는서울-도쿄-싱가폴구간에노스웨스트로연결되었고,싱가폴-자카르타구간은KLM노선이있었다.나는객관적으로생각해볼때무리한주장이라고여겨큰기대를하지않고서울-자카르타구간에월드퍽스20,000마일로무료항공권을신청하였더니처음에월드퍽스직원은안된다는대답이었다.이에내가월드퍽스의우편홍보물에서노스웨스트-KLM항공의조인트이용이가능하다는문구를찾아내어재차의뢰하였더니,월드퍽스직원이미국본사에규정문의를한결과가능하다는대답을얻어낸것이었다.그때만해도인도네시아의자카르타는동남아시아라고는하지만서울-뭄바이(인도)와비슷한거리로관광객보다는상용수요가많아서인지항공요금이미국L.A.와맞먹을정도로비싼편이었다.남들은월드퍽스20,000마일로서울-도쿄정도나이용하던것을거리로환산하면5배나되는서울-자카르타를이용할수있었으니나로서는무척짭짤한혜택이었다.이때사례는노스웨스트직원교육때에거론되기도하였다는사실을뒤에노스웨스트직원으로부터들었다.
그런데지난주느닷없이이메일함에델타항공사의스카이마일즈안내문이잔뜩쌓였다.델타항공의마일리지제도는가입하고사용하지않은지15년이넘었기에연락이올리가없었는데,우리가족뿐만아니라내가구좌를관리하고있던집안어른들한테온것으로노스웨스트의월드퍽스마일리지제도가델타항공의스카이마일즈로대체되었다는통고문이었다.
지난번인천공항에서델타옷을입은노스웨스트의B757기를본지얼마되지않아월드퍽스제도가스카이마일로옮겨감에따라월드퍽스가사라진다는통고를받으니노스웨스트의자취가사라져간다는것이정말실감이나면서서운한생각이들게되었다.
AdieuNorthwest!
김 동주 (
플로렌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