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월간항공 2011년 11월호 ‘김동주원장의 종횡무진 항공이야기’에 연재된 기사입니다.>
월간항공 객원기자로 취직하다………….
< 월간항공 2011년 11월호 표지 >
지난 9월 26일 시애틀 교외의 Everett 보잉공장에서 거행된 B787 제1호기 ANA항공 인도식(First Delivery)에 다녀왔다. 이번 이벤트는 새 기종이 공식적으로 탄생하는 행사로 그리 흔히 있는 기회가 아니다. 실제 보잉사에서는 1995년에 나온 B777기에 이어 무려 16년 만의 행사가 된다. 보잉이 B787 개발을 구상한 것이 2003년, 최종 개발계획이 수립된 것이 2005년이고 2007년 Roll-out과 2009년12월 First Flight 행사에 들어서면서 이미 B787에 대해서는 거의 다 알려진 상태이지만 이번 행사는 완벽하게 객실모습까지 갖춘 완성된 B787을 처음 공개하는데서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B787 제1호기 ANA 항공인도식에는 미국과 전세계에서 약150명의 언론인과 항공전문가들이 초청되었는데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월간항공이 초청 받았다. 월간항공이 이번 행사 취재를 나한테 부탁한것은 항공전문가의 입장이 아니라 Frequent Flyer 승객의 입장에서 새 기종을 평가해 달라는 뜻으로 받아 들여 급작스런 요청이었지만 직장에서 쫓겨날 것을 각오하고 이번 제의를 받아 들였다.
첫날 9월 24일 – 15년 만의 방문…… Seattle !
시애틀행 대한항공KE019편 B777기는 뒷바람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예정보다 1시간이나 빠른 오전11시30분에 시애틀공항에 도착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아권 노선에서는 비즈니스클래스를 몇 번 이용했지만 대륙간 장거리 노선의 비즈니스클래스 여행은 처음이었다. 금상첨화로 인천-시애틀 구간은 대한항공에서 일등석 좌석으로 배정해 줘서 꿈같은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보잉사에서 제공한 숙소 웨스틴호텔은 마침 시애틀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그날 아침 떠났고 다음날에는 시애틀을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투숙 할 예정이라 무척 들뜬 분위기였다. 저녁 7시 이번 이벤트의 당사자인 ANA항공 국적인일본을 비롯하여 중국과 아시아 유럽에서 온 150명의 미디아팀들은 시애틀에서 최고층건물인 Columbia Tower Club에서 리셉션 및 만찬에 초청되었다. 이번 행사의 호스트는 International Communication 수석매니저인 Miles Kotay씨였고 한국계의 보잉 직원이 시애틀 체류기간 취재편의를 도와 주었다. 참석자들은 일본 기자들이 가장 많았고 중국 기자들도 TV카메라까지 대거 동원하였으며 에어버스사가 있는 프랑스와 독일의 기자들도 참석하여 적극적으로 질의에 나서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나는 갑작스럽게 참석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명함 밖에 없었지만 대신 내가 항공여행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월간항공 잡지를 가져갔는데 호스트인 보잉사 관계자 뿐만 아니라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요미우리신문 L.A.지국장 니시지마 등 일본기자들도 월간항공의 내용을 보고 다양한 내용에 놀라움을 표시하였다.
둘째 날 – Everett Factory ,PaineField & Boeing Gallery
다음날 일요일은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꽉 짜여진 일정으로 순간 순간을 놓칠 수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미디어팀은 보잉사의 대형버스로 Everett공장으로 이동하였다. 보잉사의 보안의식은 철저하여 초청을 받은 미디어팀도 모든 소지품을 전문훈련을 받은 수색견의 검색을 거치고 건물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오전시간은 보잉사와 ANA항공사가 차례로 B787개발과정과 B787기의 도입이 항공사에서 어떤 변화가 올지를 소개하였다. 보잉사의 브리핑에는 새로운 B787의 기내환경을 소개하고 앞으로는 레이더를 이용하여 기내Wi-Fi기능 등 무선사용을 늘릴 계획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이어 ANA부사장의 인사말이 이어지는데 ANA가 B787을 도입한 것은 아시아에서 최고의 항공사가 되기 위한 계획의 하나라고 소개하면서 강력한 경쟁자로 대한항공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ANA는 10월26일 나리타-홍콩노선을 시작으로 정식 취항에 나서게 되며 국내선은 11월1일 하네다-오카야마, 히로시마노선에 취항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내년1월에 프랑크푸르트노선에 취항하는데 출발공항이 나리타가 아니라 하네다공항 이라는 점이다. 아마 지방에 거주하는 일본승객들이 국내선과 국제선이하네다공항과 나리타공항으로 이원화 되어 환승에 불편한 일본항공사들을기피하고 환승에 편리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이용하고 있는것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ANA 후지키 부사장은 인사말에 이어 B787에 대한 기대를 강조하였다. 사실 JAL과 ANA 등 일본항공사들이 초대형여객기 A380을 한 대도 주문하지 않은 것은 의외다. 특히 막강한 국내선시장을 가진 일본에는 350-400명 규모의 B747-400기종을 보잉사가 일본항공사들을 위해 500석이 넘는 국내선 B747-400D을 만들어 줄 정도였기 때문이다. ANA 부사장은 B787기를 선택한 이유로 대량수송으로 수송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것은 탑승율이 뒷받침해야 가능한 일 이지만, 승객들은 대형기종보다는 더 많은 노선과 다양한 시간대의 운항편수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간단히 A380과 B787의 특성을 정리하면 A380은 허브공항을 통한 대량수송을 목적으로 만든 hub-to-hub 전략의 초대형 여객기이며 B787은 최초로 동체를 가볍고 비금속인 Composite를 주재료로 만든 중형기종으로 열효율을 높혀 B747, A380등의 점보급 대형기종과 맞먹는 항속거리를 가져 전세계의 어느 도시나 논스톱으로 운항할 수 있는 point-to-point 전략기종 이다. 대한항공이 주문한 B787-800기를 항속거리가 가장 먼 B787-900기로 바꾼 것도 승객수요가 점보기에 미치지 못 하는 유럽의 중소도시나 아프리카나 중남미 도시의 논스톱취항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ANA의 시간에 이어 엔진개발자인 Rolls Royce사의 시간이 이어졌다. B787에 장착되는 엔진은 Rolls Royce사의 Trent1000과 GE사의 GEnx-1B가 있다. ANA는 B787 기종에 Rolls Royce엔진을 선택하였는데 나는 엔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부족하고 관심도 적어 시차에 쫓긴 빠듯한 여행에서 부족한 잠을 채우는 시간으로 대신하였다. 다만 B787기에는 서로 다른 회사의 엔진이라도 인터페이스를 같이하여 쉽게 교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 잠결에도 귀에 와 닿았다. 회의장에서 풍성한 Cold Meal Buffet로 점심식사를 하고 이번 행사에서 가장 관심이 많았던 공장견학에 나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B787기 내부를 공개하는 문제가 결정이 나지 않았는데 출발직전 ANA항공측이 B787을 공개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안내에 참석자는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하였다.
150명의 미디어팀은 두 팀으로 나뉘어 보잉사 전용버스로 B787 조립공장으로 이동하였다. Everett의 조립공장은 단일 건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로 B777과B787 조립라인이 함께 있다. 보잉공장 견학은 15년 전 가족들과 함께한 적 있었지만 일반인들의 견학은 사진촬영이 금지되고 공장내 전망대 테라스에서만 내려다 볼 수밖에 없어서 남아 있는 자료는 하나도 없다. 조립공장 한가운데 있는 전망대 테라스를 중심으로 한 쪽에는 B777이 조립라인이 있고 반대편에 B787 조립라인이 보인다. 좁은 테라스에 TV카메라까지 가세하여 여유 있게 사진촬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디어팀들 사이에 가벼운 자리싸움도 있었다. 테라스 정면 아래에 완벽한 외형을 갖춘 에어인디아 B787의 물살에 밀리는 지느러미같은 유연한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날은 전망대에서 취재에 그치지 않고 직접 플로어로 내려가 조립라인을 따라 B787이 조립되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B787 조립라인은 4단계로 구분된다. Position 1은 동체의 세부 부분과 날개를 연결하여 항공기의 골격을 갖추는 곳으로 동체조립이 끝난 ANA기 제16호기가 작업중이다. 그뒤의 공터에는 다음 조립을 기다리는 동체 앞, 중간, 뒷 부분과 날개등 부품들이 보인다. B787의 동체는 비금속인 콤포지트로 만들어졌다는 선입관 때문인지 동체가 하얀색을 하고 있건만 따뜻한 느낌이 든다.
Position 2는 객실바닥과 구조물을 조립하고 유압계통과 전기계통의 조립하는 곳으로 수직꼬리 날개에 이디오피아 항공사의 로고가 보인다. Position3에서는 UA기의 첫 번째 B787기가 작업중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엔진과 동력계통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항공기의 엔진은 다른 회사의 것으로 교환하는 것이 무척 시간도 걸리고 기술적으로도 까다로웠지만 B787에 장착되는 엔진들은 제작사가 달라도 인터페이스를 같게하여 엔진교체작업이 쉽다고 한다.
Position 3에서 작업중인 UAB787기의 기수 끝 radome이 열려져 있는데 안에 레이다 장비가 보인다. B787의 레이다장비에서 수집한 기상정보는 컴퓨터로 분석되어 날개에 전달되어 난기류 등을 피해 안정된 비행을 즐길 수 있다고한다 .
마지막으로 Position 4에서는 인테리어를 완성하고 최종적인 점검을 하는 곳으로 Air India가 주문한 B787기가 거의 완성된 골격을 갖추고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각 Position 조 립현장의 뒤에는 해당 부품들이 잔뜩 쌓여 있으며 그중에는 랜딩기어도 보였다.
B787 외형의 3가지 특징 . . . 유선형 기수, 톱니모양의 엔진덮개, Raked Wingtip
B787의 겉 모습은 기존의 다른 기종과 확실히 구분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유선형이 강조된 전체적인 동체의 모습이다 .기수부분은 완벽한 유선형으로 첫 눈에는 다소 어색하게 보인다. 조종석 유리창이 큰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조종석 유리창부분에서 돌출된 모습의 기수부분 (nose)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 이다.
다른 기종들은 조종석 앞부분이 앞으로 돌출되어 있지만 B787의 기수부분은 하나의 곡면으로 매끈하게 미끄러져 내려오는 모습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진다. 주익 날개도 직선모양으로 힘차게 뻗은 기존의 다른 항공기에 비해 유연한 모습의 날개도 특이하다. 특히 무사들의 칼처럼 끝이 곡선으로 휜 모양의 raked wing을 보면 개발 초기에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B787사진이 과장된 것이 아니란 것을 느끼게 하는데 이부분은 대한항공에서 제작한 것 이다. 조종석 유리창 뿐만 아니라 객실 유리창이 커진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A380의객실 유리창도 큰 것 같지만 객실쪽 창틀만 클 뿐 실제 동체 밖의 창문크기는 생각만큼 크지는 않고 수치상으로도 B787의 유리창이 조금 더 커서 시야가 좋다.
또 한 가지 기존의 항공기와 차별화된 외형은 톱니 모양(chevron)의 엔진 덮개로 파격적인 디자인 이다. 이는 B747의 후속기종으로 개발된 B747-8에도 사용되고 있는 엔진 디자인인데 엔진소음을 크게 줄여 주는 첨단기종을 의미하는 시각적인 효과가 클 것 같다. 다른 기종의 엔진은 엔진제작사에 따라 엔진의 크기와 외형도 약간 차이가 있지만 B787은 Rolls Royce 엔진과 GE 엔진 모두 톱니모양의 디자인은 같다.
< Everett B787 조립라인의 마지막 단계에서 작업중인 AirIndia가 주문한 B787기의 모습>
Welcome Aboard ANA B787 !… 조립 마무리 단계의 ANA항공 B787기 2호기에 오르다
조립 공장 밖의 공터에는 ANA 도장을 한 B787이 서 있었다. 보잉은 B787 개발과정에서 모두 6대의 테스트용 시제기를 제작하였는데 등록번호 N787EX를 보니 그중 두 번째 기체 ZA002 이다. 지난번 서울에어쇼에서 전시된 기체가 제1호기 ZA001(N787BA)로 B787 First Flight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달 서울 에어쇼에 온 ZA001기는 초청한 대한항공의 체면을 위해 동체 좌현에 대한항공 로고를 임시로 붙였지만 제2호기 ZA002는 시제기 이면서도 ANA 도장을 하고 있었다. 보잉사가 B787 론칭항공사 이자 최대 고객인 ANA를 배려한 것 인지 아니면 각종 테스트가 끝나면 ANA가 인수 받기로하여 ANA 도장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난 7월에 ZA002기가 일본을 찾았을때 일본의 지방공항들까지 방문하면서 한국에 들르지 않았던것은 테스트용 시제기 이면서도 ANA항공사의 도장을 하였기 때문이 아닌지도 모를 일 이다. 멀리 떨어진 공터에는 엔진이 장착 되지 않은 또 하나의 ANA B787기가 보인다. 등록번호 JA809A를 보니 벌써 ANA가 초기 주문한 B787기의 상당수가 마지막 조립과정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스를 타고 Everett공장관 연결된 Paine Field 주기장으로 이동하여 가는데 복고풍의 도장을한 JAL B767기와 요즘 사용하고 있는 도장을 한 B787기가 보인다. 주기장에는 JAL B787 옆에 에어인디아 B787도 보인다. 조금 떨어진 곳에 ANA B787기가 보이는데 등록번호 JA801A를 보니 이번 이벤트의 주인공인 ANA의B787 제1호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버스는 JA801A 앞을 지나쳐 또 다른 ANA B787기의 앞에 정차하였다. 아무래도 1호기는 이틀 후 일본으로 떠나는 Fly-away를 위해 대기 상태라 미디어 팀에 공개하기는 부담스러웠는지 B787 제2호기를 공개한 것 이다.
Dreamliner B787… 승객이 느끼는 새로운 환경의 객실
그동안 새로운 기종이 나왔을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달라진 것은 모두 조종사나 정비분야 그리고 항공사의 경제성등 테크니컬 데이터의 변화는 있었지만 승객들의 입장에서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것은 없었다. 내가 비행기여행을 시작한 후에 새로 나온 기종은 B777, A340, A330그리고 최근의 A380 이었지만 좌석배열만 다를뿐 그저 새 비행기였을 뿐 이었다. B777은 컴퓨터로 설계된 최초의 항공기라고 하지만 승객입장에서는 3-4-3배열의 B747과 2-3-2배열의 B767에 이어 2-5-2 또는 3-3-3배열을 갖춘 크기만 다른 기종이 등장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특히 A340, A330은 기존의 A300과 동체규격 및 좌석배열, 인테리어까지 똑같았다. 그동안 달라진 것은 프로젝터에 의존하던 기내영화상영이 AVOD시스템으로 바뀐 것이지만 이것은 항공기 본체의 변화가 아니라 항공사가 선택하는 기내인테리어의 개선이다.‘ 하늘 위의 특급호텔’ 이라는 별명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초대형여객기 A380도 사실은 일부항공사들이 일등석객실만 침대를갖추거나 샤워시설을 만드는 등 초호화판으로 꾸민 것이지 A380기체 자체가 일반석승객을 위한 호화기종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무리해서 시애틀 B787 First Delivery 행사취재에 나선 것은 ‘Dreamliner 꿈의 항공기’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B787의 달라진 것이 테크니칼 데이터 뿐만 아니라 승객들이 새로운 환경에서의 비행을 즐길 수 있게 되어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변화는 1950년대말 프로펠러시대를 마감하고 제트여객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내에 주방시설을 갖추고 Hot Meal이 등장한 이래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B787 기체의 외형은 조립라인에서도 가까이 지켜보았으니 성급한 마음에 ANA항공의 B787 제2호기 JA802A에 올라 조종석부터 들여다 보았다. B787 조종석에 앉으니 기존의 여객기보다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무척 넓다는 것을 느낀다. LCD로 이뤄진 계기판은 B747-400, B777에 비해 훨씬 심플하게 보인다.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기자들의 시선에 쫓겨 좁은 조종석에서 나와 객실로 들어갔다. B787 객실 폭은 B777과 B767의 중간으로 A330/340보다 약간 넓다. 전체적으로는 B777과 비슷하다는것을 느낀다. 아마 좌석 위의 선반이 B777과 같은 회전식 pivot 방식으로 물결 모양의 곡선으로 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첫 눈에 B787이 다른 기종의 객실과 다른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우선 객실 유리창이 다른 기종과 비교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다른 기종들은 유리창의 높이가 좌석 등받이와 거의 같지만 B787은 유리창이 확실히 크다. A380도 유리창이 커졌지만 윈도우 트림이 유난히 클 뿐 실제유리창은 B787이 훨씬 넓다. 다른 기종의 경우 승객들이 창 밖을 내다보려면 고개를 약간 숙이고 얼굴을 가까이해야 되지만 A380이나 B787은 키가 큰 승객도 앉은상태에서 고개만 돌리면되고 복도쪽 좌석에 앉아도 시야가 넓다.
A380과 달리 B787의 객실유리창은 크기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auto-dimming이란 첨단기능을 갖추었다. Electro-chromic Window로 불리는 B787의 유리창은 스스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마치 객실유리창에 선글라스기능을 추가한 셈이다. 유리창의 투명도는 완전한 불투명상태까지 가능하여 B787의 창문에는 창문덮개가 없다. 투명도 조절은 창문 아래 부착된 버튼으로 승객이 직접 조작할 수도 있지만 운항상태에 따라 승무원이 중앙에서 제어할 수도 있어 이착륙할때 승무원이 일일이 기내를 돌아다니며 창문덮개를 열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
B787 객실을 둘러 본 시각이 대낮이라 잘 느끼지 못했는데 객실내 어두운 부분을 보니 천정에 푸른 빛이 감돌고 있는 것을 느낀다. B787 객실조명에 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LED 조명시스템이다. LED 객실조명시스템은 128개의 색상을 만들 수 있어 객실분위기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소재 Composite의 놀라운 파생효과 . . . . . .
B787기의 객실유리창이 커진것은 동체를 금속인 알루미늄이 아니라 비금속인 탄소섬유를 소재로한 복합물질 컴포지트로 만들었기 때문인데 여기서 파생되는 효과는 또 있다. 이날은 비행상태가 아니라 지상에서 공개한 것이라 직접 피부로 느낄 수는 없었지만 보통 다른 기종은 금속재질인 동체가 부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내객실의 습도를 낮춰 건조하였는데 비금속인 컴포지트를 사용하면서 객실내 습도를 높힐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동체의 강도가 높아져서 객실내 기압도 보통 해발 2400m를 기준으로 유지했는데 1800m 수준으로 낮추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고한다. 항공기에 컴포지트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B777 때부터인데 10%정도에 그쳤고 A380에는 약20%가 사용되었지만 여전히 보조재질에 그쳤지만 B787에는 50% 사용되어 컴포지트를 사용한 최초의 항공기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되었다. 에어버스가 개발중인 A350XWB도 컴포지트를 53%사용한다고 하니 컴포지트가 앞으로 항공기 동체의 주재질로 자리잡을 것 같다. 한편 외부공기를 특수필터를 사용하여 오존 등은 물론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그리고 공기 중의 오염물질까지 걸러낸 청정공기만 기내에 유입시키는 공조시스템도 B787의 빼놓을수 없는 첨단기능 이다.
B787의 좌석 위 선반도 다른 기종에 비해 공간이 넓다. 사실 비행기에 늦게 탑승하면 가방을 넣을 공간이 없어 가끔 애를 먹는 경우가 있는데 B787에는 비즈니스클래스 객실에는 가운데 선반을 없애도 될 정도로 공간에 여유가 있다고 한다. ANA B787기의 선반 안에는 위에 조그만 볼록거울이 있는데 사소한 것 같지만 승객이 놓고 내리는 짐이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센스 있는 아이디어다. 다만 좌석배열이 2-5-2와 3-3-3 두 가지로 운영되는 B777기종의 경우 선반의 위치는 똑같아 통로와 일치하지 않는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역시 2-4-2, 3-3-3 두 가지 좌석배열을 선택하게되는 B787에는 이런문제가 개선될지 궁금하다.
기내를 둘러보고 잠시 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B787 첫 비행을 상상해본다. 지난 6월 대한항공 A380을 처음 탑승할 때가 생각난다. A380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이 엔진소리가 조용하여 부근승객들의 잡담이 거슬릴 정도였는데 B787에서도 톱니모양의 엔진덮개를 사용하여 소음이 크게 줄었다고한다. 그리고 문득 Everett조립라인에서 보았던 Radome 설명이 떠 오른다. Radome의 레이더에서 감지된 기류정보가 컴퓨터로 분석되어 날개에 이에 대응하는 명령이 전해져서 안정된 비행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난기류를 만날 기회가 줄어들 것을 기대해본다. 전에는 장거리 비행때 항상 콧속이 건조하여 휴지나 손수건에 물을 적셔 코밑에 대곤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도 없을 것같다.
Boeing Gallery
Everett 공장견학과 ANA B787 제2호기를 둘러보고 미디어팀은 전용버스로 보잉갤러리로 이동하였다. BOEING GALLERY는 보잉사가 항공사들이 B787을 주문할때 좌석이나 주방기구 그외 옵션 시설을 결정할때 장기체류하면서 직접 체험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영빈관역할을 하고 있는 시설이다. 미디어팀은 보잉갤러리에서 잠시 칵테일파티를 갖고 갤러리시설을 마치 B787을 계약하러 온 항공사대표의 입장에서 둘러볼 수 있었다.
갤러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주방시설과 객실좌석을 선택하는 곳이다. 주방시설에는 항공사 승무원이 직접 기내와 같이 조리를 하고 음식냄새가 쉽게 배출되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한편 좁은 기내에서 효율적인 화장실관리도 B787에서 선을 보였는데 가변식 칸막이를 만들어 칸막이를 열면 휠체어나 신체가 불편한 승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보잉갤러리에는 6개 회사에서 좌석을 공급하여 전시하여 항공사들은 이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물론 항공사측은 전시된 것을 토대로 좌석제작사와 별도의 요구사항을 추가하여 주문을 할 수 있는데 이경우 항공사들이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갖게되어 좌석제작사는 다른 항공사에는 같은 좌석을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보잉갤러리에 소개된 좌석 중에 눈에 띄는것은 LED모니터다. 일반모니터는 발열이 심하여 오래 사용하면 열이 발생하는데 LED모니터가 선을 보였다. 또하나는 좌석마다 좌석등받이의 상태를 멀리서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표시판을 장착한 것이다. 이는 항공기가 이착륙하거나 난기류를 만날때 좌석등받이를 세우게 되는데 승무원이 멀리서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장치로 낮에 구경한 ANA B787기의 좌석에도 채택하고 있는 기능이다.
보잉갤러리의 마지막 순서는 일반승객과는 관련이 없지만 승무원들의 벙커시설을 소개하는 곳이다. 객실승무원의 벙커는 동체의 뒤에 있고 조종사들의 벙커는 동체앞 조종석으로 연결되어 있다. 일반승무원들의 벙커는 계단의 양 옆에 겨우 앉아 있을 공간에 매트리스가 깔려져 있지만 조종사들의 벙커에는 일반좌석처럼 앉아서 독서를 할 수있는 시설도 갖추었다. 벙커시설의 벽에 그려진 벙커의 단면도를 보면 약간 매트리스가 경사진 것이 보인다. 그 이유는 항공기가 비행할때 완전수평으로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수가 약간 들려진 상태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완전히 수평을 이루도록 이에 맞춰 경사지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셋째 날 – B787 First Delivery . . . We Fly First ANA !
9월26일 월요일, 오늘이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B787 First Delivery 기념식이 거행되는 날이다. 이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이른아침부터 행사장에는 보잉근로자들로 붐볐다. 장소는 전날 견학한 Everett공장의 B787 조립공장 앞의 주차장으로 테스트비행에 사용되었던 시제기 제2호 ZA002(N787EX)기가 서 있었고 건물을 따라 반대편에 이날 행사의 주빈역할을 대신 할 JA802A기가 대기하고 있었다. 다음날 일본으로 떠나게 될 ANA B787 제1호기 JA801A는 이날의 주인공이었지만 Fly-away를 앞두고있어서 Paine Field의 주기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ANA B787 제2호기가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는 보잉근로자들을 앞세우고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빗줄기가 굵어지는 가운데도 미디어팀을 비롯한 VIP는 단상 앞의 의자에 우산을 제공받아 비를 피할 수 있었지만 보잉근로자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흩어지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ANA 항공에서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ANA We Fly First” 라고 씌여진 파란색 목도리를 펼치며 열광하였다. 인종과 피부색이 다른 보잉근로자들은 B787기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예정보다 3년 늦었지만 차세대여객기를 만들었다는 긍지를 엿볼 수 있었다. 공식행사를 마치고 보잉사와 ANA측 VIP들은 자리를 떴지만 광장에 모여든 근로자들은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흩어지지 못하고 자신들의 손때가 묻은 기체를 어루만지며 기념사진을 촬영하는데 바빴다.
이번 B787 FirstDelivery 행사의 마지막은 다음날 새벽 일본으로 떠나는 Fly-away 순서가 남았지만 급작스런 출장으로 환자진료 일정을 더 늦출 수 없어 곧장 행사장을 떠나 시애틀공항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이번 행사가 ANA B787 제1호기 인도식 이었던 만큼 이왕이면 아시아에서 온 미디어팀들 만이라도 일반 항공편이 아닌 B787 제1호기를 이용했으면 더 좋았을 것 이라는 짙은 아쉬움을 남기고 대한항공 KE020편 B777기로 2박4일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