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엥은 라오스의 수도 브엥챤에서 자동차로 약3시간 떨어진 곳의 조그만 마을이었다. 내가 이 마을을 찾았던 것은 13년전. 우연히 알게된 태국과 말레이지아의 의사들과 함께 의료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만해도 이 조용한 마을은 라오스의 백패커들의 주요 여행지였던 루앙프라방에서 브엥챤으로 이어지는 중간 경유지에 불과하였다. 이 마을은 남송(Namxong)강을 끼고 건너편의 Karst라고 불리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악지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전망이 좋아 당시 우리들은 은퇴하면 이곳에 내려와 함께 살자는 구속없는(?) 약속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동안 이 지역을 잊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방비엥이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백패커들의 여행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2년 전 휴가기간에 방비엥을 다녀 오게 되었다.
<Vangvieng-Namxong강과석회산KarstMountain지형의조화로운경치가유명하다.>
정말 엄청난 변화였다. 이른바 ‘개발’ 이란 명목으로 조그만 마을의 흔적은 사라졌고 강변을 따라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식당 이 들어섰다. 강변에는 튜빙과 카약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다. 거리에는 비키니차림과 수영복의 반나체의 외국 젊은이들이 활보하고 있었고 그들의 노출된 신체에는 보디페인팅이나 매직으로 낯부끄러운 단어들로 장식되었다. 라오스의 언론에 의하면 방비엥의 바람직하지 않은 이런 변화에는 한국 젊은이들이 고성방가하는 음주행태도 소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방비엥시립병원치과의현재모습.2011년방문>
10여 년전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던 곳에는 시립병원이 생겼고, 당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찾아 보니 거의 이미 마을을 떠나 낯선마을로 변해버렸다. 이젠 방비엥은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경유지가 아니라 라오스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었다. 루아푸라방은 브엥챤에서 자동차로 10시간이 넘어 단기 여행자들은 갈 수 없는 곳이지만 방비엥은 3시간정도의 거리로 1박2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어 단체관광객들도 많이 찾는것같다.
<방비엥BanSabaiHotel>
10여년전에친구들과은퇴하면함께와서살자고약속한곳에이미호텔이들어서있다.
방비엥의 변화는 마을 도심에만 그친것은 아니었다. 더욱 놀란 변화는 방비엥 마을에서 남송강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서 강변에 들어선 카페로 바로 이곳이 백패커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강변 ‘PartyTown 파티장소’였다. 강변 양쪽에는 카페들이 들어서고 대나무로 만든 엉성한 다이빙대가 있어 젊은이들이 다이빙을 즐기고 한 손에는 담배와 술 병이 빠지지 않는 모습이다.
<Namxong강가의카페-이정도는분위기가점잖은편이다.2011년>
<카페에는해먹이있어낮잠을즐긴다.>
강변의 카페에는 엄청난 스피커의 굉음 소리 속에 나무로 만든 테라스를 꽉 채운 젊은이들이 광란의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일부는 강 한복판에서 망원카메라를 들이대며 촬영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올라와 함께 즐기자고 유혹하는 친구들도 있고 어떤 젊은이들은 가운데 손가락으로 의미 있는 행위를 보여주기도 한다. 강 한복판에는 튜브에 엉덩이를 담그고 한 손에 담배를 다른 한 손에는 술병을 들고 있는 젊은이들의모습이보인다. 대부분 끼리 끼리 무리를 지어 튜빙을 즐기고 있지만 그중에는 서양 여자와 현지 젊은이들이 함께 어울린 모습도 보인다.
<PartyTown-1:남송강변의카페테라스-무너질것같이인파가모여있다.>
<PartyTown-3:플라스틱통에는얼음과라오위스키가담겨있다.>
이곳에서 단순히 음주와 가무를 즐기는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취중에 다이빙을하여 강물 속의 바위에 부딪치는 등의 안전사고로 2011년에만 27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부상자수는 말도 못하게 많다고 한다. 이곳에서 이들이 즐겨 찾는 메뉴에는 마리화나가들어간 HappyPizza, 환각작용이 있는 Magic Mushroom과 메탐페타민 등의 마약도 등장하기 때문 이다. 결국은 방비엥이 약물이나 마약 등을 찾는 백패커들의 천국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곳의 마약문제가 심각한 것은 현지 일부 경찰들의 부패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한다. 그들은 마약판매를 단속하기 보다는 마약소지자를 적발하여 벌금을 사취하고 있다는 외국인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현지 젊은이들도 백패커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면서 물이 들어 자녀를 둔 방비엥 주민들의 걱정거리로 떠 올랐다.
- 강변의 대나무 다이빙대와 대나무 슬라이드시설
방비엥의 이러한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는 드디어 라오스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이 되어 라오스정부는 결국 2012년 여름 대대적인 방비엥 정비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남송강 상류에있던 파티타운의 24개의 카페를 철거하고 방비엥 마을 도심의 카페들도 심야영업을 금지시켰다고한다. 이런 소식을 듣고 2011년에 이어 지난3월에 다시 한 번 방비엥을 찾았다. 불과 2년 전과 비교해서 무척 조용해진 분위기다. 보트를 타고 2년전에 찾았던 남송강 상류의 파티장소 주변의 카페는 모두 문을 닫았고 강변에늘어선 나무에 있던 다이빙대로 사라졌다.
이미 인터넷상에는 블로그나 웹뉴스를 통해 방비엥의 PartyTown이 폐쇄되었다는 소식이 퍼져 ‘배낭족의 천국’을 동경했던 배낭족들의 발걸음이 많이 줄었다고한다. 확실히 거리를 활보하던 비키니 차림의 젋은이들의 모습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방비엥 마을 앞을 흐르는 남송강에는 여전히 튜빙과 카약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 서양의 퇴폐성 배낭족이 줄어들면서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보트로 강가를 구경하고 있다.
현지인들의 반응도 두 가지다. 내가 체류했던 타본숙호텔의 주인도 라오스 정부의 방비엥 정화작업이 일시적으로 방비엥의 경기에 영향은 있지만’ PartyTown’의 존재조차 모르는 건전한 배낭족과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2년 전에 찾았던 반사바이호텔에 빈 방이 없어서 이번에는 타본숙호텔로옮겼을 정도다. 다만 게스트하우스나길거리의 노점식당이나 상점들은 타격이 있을것 같다. 파티장소를 찾았던 배낭족들이 많이 의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반응은 그래도 긍정적 이다. 무분별하게 관광객이 몰려 미풍양속을 헤치는 일이 사라졌다는것이 일시적인 경기침체보다 낫다는 표정이다.
- 외국인관광객 중에서는 한국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다.
방비엥의 거리를 지나다 보면 한글 여행사간판도 보인다. 그만큼 한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오스의 항공노선을 보면 중국의 광조우나 쿤밍 등의 남부지방을 제외하면 인천노선이 동남아시아를 벗어난 유일한 노선 이다. 인천-브엥챤에 취항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제외하고는 라오스에 취항하고 있는 유일한 외국 항공사이다. 방비엥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여행객과 같은 ‘NormalTourist’들이 배낭족의 감소로 위축된 방비엥의 경기를 되살려 놓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