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Boeing의 삼국 통일 이야기 !
무슨 뜬금없이 삼국통일과 Boeing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 우리 나라 삼국통일이 아니라 미국의 항공기제작사인 보잉이 한 때 라이벌 이었고 미국의 군수업체로 유명했던 Douglas와 McDonnell을 삼켜 삼국통일이 아니라 삼사를 통일한 미국 항공기 제작업체의 이야기 이다.
< * 대한민국공군 F-15K Slam Eagle, 2011년 서울에어쇼, 성남 서울공항 촬영 >
며칠 전에 친구들과의 모임을 가졌다. 마침 TV 뉴스에서 우리 나라 차세대전투기(FX) 얘기가 나와 그날의 화제는 우리 공군의 FX사업 얘기가 되어 저마다 들은 풍얼을 바탕으로 100분토론 못지 않게 열변을 토했다. 물론 그날 참석한 멤버들은 그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문외한들 이다. 그때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가 나왔다. 가장 유력한 FX 기종 후보로 떠 오른 보잉의 F-15SE Silent Eagle이 가격이 좋고 무장은 좋지만 스텔스기능이 약하다는 부정적인 얘기를 하다 누군가 할 말이 없으니 ‘여객기를 만드는 회사가 만든 전투기가 오죽하겠어 !” 하며 한 마디 멘트를 날렸는데 의외로 여러 명이 그 얘기에 동조하였다.
< 월간항공 2013년 9월호 표지 / (오른쪽) 월간항공광고 Euro Fighter >
나 역시 비행기가 좋아서 어렸을 때 부터 전문서적도 구입하여 공부하고 해외여행을 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유일한 항공전문잡지인 월간항공에서 민항기에 대한 고정칼럼을 3년 간 써 오면서 월간항공을 통해 군용기에 대해 이해를 넓혔지만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것은 아니라 듣고 만 있었지만 결국 한 마디 거들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보잉(Boeing)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B747 점보기와 B777, B737 등 여객기를 떠 올리게 된다. 보잉과 군용기는 어째 매칭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보잉이 상용기 뿐만 아니라 왕년에 군수업체로 유명한 항공우주업체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 * Boeing이 처음 세운 보잉공장의 복제, 미국 Seattle, Museum of Flight 옆에 소재 >
보잉사 홈페이지에 실린 역사를 보면 William E. Boeing(1881-1956), Donald Willis Douglas(1892-1981), James Smith McDonnell(1899-1980) 등 세 사람의 출생 기록부터 시작 된다. 이 세 사람은 각자 성장하여 자신의 이름을 따서 항공기 제작사인 Boeing(1916), Douglas(1921), McDonnell(1939)을 세우게 된다. 이 항공기 제작사들은 1960년대와 1990년대 까지는 전혀 별개의 회사였다.
< * 보잉사의 폭격기 B-17 Flying Fortress, 미국 Seattle, Museum of Flight 촬영 >
Boeing은 상용기 보다는 B17, B29 등 전폭기로 이름을 날렸고, Douglas는 상용기 분야에서 DC(Douglas Commercial) 시리즈로 명성을 얻었다. 가장 늦게 설립된 McDonnell는 상용기 보다는 전투기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 * 대한민국 공군 VC-118 Liftmaster, DC-6의 군용버젼이다. 2011년 서울 에어쇼, 성남 서울공항 >
– DC-6는 생산대수가 700대를 넘는 1950년대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기종이다.
상용기 시장의 운명을 바꾼 상용여객기의 제트화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미국의 항공기 제작업계에는 지각변동의 기미가 감지 되었다. 상용기 보다 군용기에 의존도가 높았던 Boeing한테 위기가 닥쳤다. Douglas는 생산대수가 700대가 넘는 DC-6의 높은 인기에 만족하였다. Boeing은 상용기분야에서 뒤진 위기를 제트여객기의 개발에 도전하였다. 마침 미국의 군수분야에서는 제트화가 이루어져서 여기 편승하여 제트여객기 개발에 선두를 달릴 수 있었다. 드디어 보잉은 1958년 B707을 개발하면서 상용기 업계에서 선두를 달렸던 Douglas를 따라 잡게 된다.
< * 보잉이 제트여객기에 앞서 1951년 개발한 제트폭격기 B-47 Stratojet, 미국 Seattle, Museum of Flight >
< * Boeing B-52 Stratofortress, 1955년 개발. 2011년 서울에어쇼, 성남 서울공항 상공 >
< * Boeing B707-320, 1958년 상용화가 시작되었다. 이란정부소속기, 2006년 쿠알라룸푸르 공항 >
– 1958년 개발되었지만 1980년까지 생산되어 1990년대에 탑승할 기회가 있었다.
< Douglas DC-8, NASA 소속, 이미지출처 : 미국 NASA >
– 이 기종은 1972년 단종 되어 내가 major jetairliners 중에서 유일하게 직접 탑승하지 못한 기종 이다.
실패를 모르는 보잉제트여객기 . . . . . . B707 부터 B787 까지
보잉은 B707에 이어 B727(1964), B737(1968), B747(1970), B767(1982), B757(1983), B777(1995) 그리고 B787(2011) 까지 이어지면서 실패를 모르는 항공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B737은 B737 Classic(1984), B737NG(1998)로 이어지면서 지금 까지 45년 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랐다. 지금 FX 사업의 유력 후보로 오른 F-15SE가 70년대 개발된 낡은 기종이라고 하는 비난도 사실 B737의 개발사와 마찬가지로 외형만 보고 나온 것일 뿐 이다.
< * B737 1세대 B737-130, 1967년 생산된 1호기 이다. 미국 Seattle Museum of Flight 촬영 >
< * B737 제 2세대, B737-400, 말레이지아항공, 2006년 촬영, 캄보디아 Siemreap 공항 >
< * B737 3세대 B737NG. 대한항공 B737-900, 2011년 인천공항 >
B737의 3세대인 B737NG 기종은 1998년 상용화된 이래 지금까지 4,500대 팔린 베스트셀러 기종이다. B737기는 1968년 처음 개발되었지만 누구도 외형만 보고 B737NG를 1960대 기종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Douglas의 좌절, DC-8의 부진과 차세대기종 DC-10 개발비 부담
프로펠러시절의 전성기에 안주하다 제트여객기의 후발업체로 전락한 Douglas는 1년 뒤 내 놓은 DC-8이 B707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어서 보잉의 점보기 개발에 맞서 더글라스사도 DC-10개발에 나섰지만 결국은 1967년 초음속전폭기 F-4 팬톰기로 유명한 McDonnell사와 합병하여 McDonnell Douglas사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
< * DC-10, 일본항공, 인천공항 2005년 촬영 >
McDonnell Douglas사는 더글라스에서 개발중이던 엔진 3개의 DC-10을 완성하여 시장에 내 놓았지만 보잉의 B747와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McDonnell Douglas의 엇갈린 명암 … 밝았던 군수산업, 어두웠던 상용기사업
< * 대한민국 공군 F-4E Phantom, McDonnell이 1960년 개발한 명기 >
< * 미공군 F-15C Eagle, McDonnell Douglas에서 개발한 기종 이다. 2011년 성남 서울공항 >
McDonnell Douglas는 Douglas의 상용기 사업과 McDonnell의 군수산업분야의 사업을 병행하게 된다. 군수분야에서는 팬텀기의 후속기종으로 F-15 Eagle을 개발하여 1976년에 미공군에 실전배치하였다. 그리고 12년 후에는 F-15 Eagle의 개량형인 F-15 Strike Eagle을 개발하여 순조롭게 나갔다.
반면 Douglas에서 넘겨 받은 상용기 사업은 신통치 않았다. Douglas 시절까지 포함하면 DC-9 계열(MD-80/90)을 제외하면 DC-8 부터 DC-10, MD-11까지 모두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정도로 판매가 부진하였다.
< * Douglas 기종 중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DC-9, 스칸디나비아항공 소속, 1997년 코펜하겐 공항촬영 >
McDonnell Douglas의 몰락과 Boeing의 천하통일
결국 DC-8의 판매부진과 DC-10의 개발비로 Douglas가 무너진 것과 같이 DC-10과 새로 개발한 MD-11의 판매부진으로 McDonnell Douglas는 30년 만인 1997년에 Boeing사에 흡수합병 되었다. 그러나 McDonnell과 Douglas의 합병 때는 각자의 이름을 살렸지만 이번은 Boeing에 흡수되어 Douglas와 McDonnell이란 이름은 사라지고 두 회사의 이름으로 나온 기종들은 Boeing사의 역사 속에서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 MD-11은 McDonnell Douglas가 보잉에 흡수합병되기 전에 주문 받았던 것은 보잉의 이름으로 생산을 하였지만 MD-11은 항공사로부터 외면을 받아 지금은 대부분 화물기로 개조하여 사용되고 있는 정도다.
< * MD-11F, McDonnell Douglas의 마지막 기종, 2007년 타이베이 국제공항 에바항공 정비창 앞에서 >
현재 Boeing의 군수 분야 파트는 McDonnell에서 물려 받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보잉사의 홈페이지에 나타난 자료를 보면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명한 전폭기 P-51 Mustang, 한국 전쟁 때 북한의 MIG-15와 공중전에서 승리한 F-86 Sabre, 미군최초의 초음속전투기 F-100 Super Sabre 등으로 잘 알려진 North American Aviation 도 지금은 Boeing의 한 파트로 나와 있다.
< * P-51 Mustang 전투기, North American Aviation, 미국 Seattle, Museum of Flight >
< * F-86 Sabre(사진은 캐나다버젼) 뒤로 MIG-15가 보인다. 미국 Seattle, Museum of Flight >
< * F-100A 미군최초의 초음속전투기, North American Aviation, 타이베이 타오위안공항 야외박물관 >
현재 우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F-15K Slam Eagle은 1988년 McDonnell Douglas 시절에 개발된 F-15 Strike Eagle의 한국형 버젼 이다. 그러나 우리 공군이 이 기종을 도입한 시기는 McDonnell Douglas가 이미 보잉에 흡수합병된 이후 이기 때문에 F-15K 의 도입선이 McDonnell Douglas가 아니라 Boeing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