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항공 MH370 실종사건은 아직도 미스테리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MH370 실종사고 후 수습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세월호 침몰사고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말레이시아정부와 말레이지아항공이 초기에 갈팡질팡하면서 신뢰를 잃었던 것과 실종기를 찾는데 말레이시아의 ‘코코넛 주술사’가 등장하여 웃음거리가 되었듯이 세월호의 구조과정에서도 일부 무책임한 사람들이 주장했던 ‘다이빙벨’ 효과 문제로 혼란을 가져온 것도 닮았다. 물론 관점은 다르지만 MH370기의 추락잔해를 찾지 못한 것과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씨를 찾지 못한 것도 같다.
아시아나항공, 말레이지아항공 추락사고의 공통점
아시아나항공과 말레이시아항공의 사고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고기종이 보잉 B777 이란 점과 두 항공사가 모두 항공분야의 평가조사기관인 Skytrax가 꼽은 세계에서 7개 밖에 안 되는 별 다섯 개 최고등급의 항공사라는 것이다.
B777은 현재 아직까지는 장거리노선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물론 형님뻘인 B747과 경쟁사인 에어버스의 A330, A340, A380도 있지만 4발 엔진인 B747과 A340은 퇴역과정 중에 있으며 A380은 초대형기종이라 노선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고 A330은 항속거리가 B777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비록 MH370 사고의 전모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설사 기체결함이라고 해도 B777을 안전성 문제로 기피할 수는 상황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B777 추락 사고를 전후로 대한항공을 비롯한 몇몇 항공사의 B777기에 고장이 발생하자 일부 언론 매체에서는 B777의 안전성에 의심을 갖는 시각도 있었지만 아시아나항공 사고가 인명사고를 낸 최초의 B777기 사고일 정도로 B777과 A330 모두 현재까지 거의 20년간 쌓아온 기록으로는 두 기종 모두 다른 기종들의 사고기록과 비교하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기종이기 때문이다.
OZ, MH … SkyTrax 5 Star 최고등급의 항공사의 수난
영국의 항공관련여론조사기관인 Skytrax는 매년 항공사의 등급을 별 하나의 최저등급부터 별 다섯 개의 최고등급 5단계까지 항공사의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북한의 고려항공은 유감스럽게도 아프리카항공사들 보다 못한 단 하나 뿐인 별 하나 최저등급의 항공사로 꼽히고 있다.
2013년 발표에 의하면 별 다섯 개의 최고등급 항공사들은 일본 ANA(NH), 우리나라 Asiana(OZ), 홍콩 Cathay Pacific(CX), 중국 Hainan(HU), 말레이시아항공(MH), 중동의 Qatar(QR), 그리고 싱가폴항공(SQ) 등 7개 이다. 중국의 HU와 중동의 QR을 제외하면 모두 내가 자주 이용하고 있는 항공사들이다. 그중 최근 두 건의 추락사고를 빚은 아시아나항공과 말레이시아항공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최고항공사의 30%가 사고를 낸 셈이지다.
추락된 Skytrax 신뢰도 …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랭킹
Skytrax는 Star Rating 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투표로 항공사들의 랭킹도 발표하고 있다. Skytrax사의 평가가 항공사의 서비스와 운항상태 등을 바탕으로 지정되었으니 안전사고와는 무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Skytrax의 굴욕은 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고등급으로 뽑은 7개 항공사중 2개 항공사가 연달아 추락사고를 발생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객관성을 벗어난 평가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항공사의 등급을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승객들의 투표에 의한 평가는 변수가 워낙 많다. 예를 들면 A라는 항공사를 이용한 승객이 만족도가 높아 90점을 주고, 또 다른 항공사 B를 이용해 본 승객도 역시 좋은 평가를 내려 95점을 주었다면 90점과 95점을 준 사람의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B 항공사가 A 항공사보다 더 좋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같은 항공사라도 국제선의 노선에 따른 기내서비스도 다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모두 인천-미주 노선 등의 장거리 노선은 비즈니스클래스 이상은 기내식이 전채, 메인요리, 후식 등의 코스로 서빙되지만 일본이나 중국노선의 경우는 비행시간이 짧아 일반석 기내식과 마찬가지로 전채-메인코스-후식이 한 번에 나오는 All-in-One 방식이다.
유럽항공사들도 유럽지역내에서는 간단한 스낵이나 Cold Meal이 제공되지만 대륙간 장거리 노선에서는 Hot Meal이 제공된다. 예를들면 Air France의 유럽내 단거리 이스탄불-파리 노선, Lufthansa의 장거리국제선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이용하고 기내식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인천-나리타를 A 항공사, B항공사로 인천-L.A. 노선을 이용한 승객이 평가한 점수는 같은 항공사라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항공사들을 정확히 비교하려면 일관된 주관을 가진 승객이 같은 노선에서 항공사들을 비교해야 하는데 기재에 관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기내서비스 등은 현실적으로는 공정하게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 항공사마다 객실클래스별로 서비스의 비중이 다르다. 세계에서 최고의 항공사로 자타가 인정해주는 싱가폴항공을 직접 이용해도 일반석은 우리나라 국적항공사들에 비해 크게 나은 점을 발견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 싱가폴항공과 함께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뽑히는 중동의 Emirates 항공이 일반 승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도 Emirates 항공이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의 서비스에 비중을 많이 두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Skytrax의 발표는 권위가 있었지만 이젠 점차 Skytrax의 랭킹에 의문이 가는 부분이 점점 더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승객들이 Skytrax의 랭킹보다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tripadvisor 등의 평가가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저비용항공사를 일반항공사와 같이 비교하여 랭킹을 정한다는 것도 넌센스다.
여행자유화가 시행된 이후 26년간 내가 이용한 세계의 항공사는 미국과 유럽의 세계적인 항공사를 비롯하여 지역항공사 까지 84개 항공사, 이용 노선은 414개 노선. 나름대로 세계의 항공사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험을 하였다고 자부하지만 나 역시 Skytrax의 발표에 동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매년 늘고 있다.
장거리 국제선 노선은 몰라도 아시아권 노선을 비교해 보면 비즈니스클래스와 일반석 모두 대한항공(KE), 타이항공(TG) 등 4 star 등급인 항공사들이 5 star 항공사인 대만의 EVA 항공 보다 결코 뒤지지는 않았다.
항광관련 포탈사이트에 올려진 글을 보면 일부에서는 Skytrax을 쓰레기통(trash)에 비유하여 Skytrash 또는 Skycash로 빗대어 얘기하고 있다. 심지어는 Skyca$h로 표시한 글도 보인다. 항공사들이 Skytrax의 별 하나 더 따기 위해 로비를 한다는 것을 비꼬는 얘기다. Skytrax의 이런 부정적인 면을 지적한 글에는 중국의 특정항공사가 별 다섯 개의 최고등급을 받은 것을 비꼬아서 이는 Skytrax를 위한 관에 마지막 못을 박는 일이라고 최악의 혹평도 있다.
물론 아시아나항공과 말레이지아항공의 B777 추락사고가 발생했다고 하여 이들 항공사가 최고항공사가 아니었다는 것을 꼬집는 것은 아니다. 두 항공사가 Skytrax 5 star 항공사라는 것과 추락사고를 내었다는 것은 서로 연관성이 없는 일이다. 다만 Skytrax 5 star 항공사의 연이은 추락사고를 보면서 이와는 별개 문제지만 Skytrax의 신뢰성도 함께 추락하고 있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