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외화부족으로 외국관광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시대에는 아리랑공연으로 외국관광객을 모으더니 김정은은 자기의 취미를 반영한 듯 마식령스키장을 개장했다고 한다.
Juche Travel … Aviation Tour
Juche Travel Aviation Tour 페이지
그런데 북한이 외국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기발한 발상의 관광상품도 있다. 영국의 한 여행사가 나서서 주관하는 것으로 이름이 주체관광, 영문표기도 우리 발음 그대로 Juche Travel 인데 그중에서 북한의 고려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낡은 러시아제 항공기를 직접 체험해 보는 Aviation Tour가 눈길을 끌게 한다.
현재 북한의 고려항공은 30대 정도가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 운항이 가능한 것은 20여대. 그중에서도 실제 국제선 취항이 가능한 기종은 기종현대화 작업으로 2007년 이후 도입한 투볼레프 TU-204 두 대와 안토노프 AN-148 두 대 뿐이다. 이들 기종이 도입되기 전 고려항공의 주력기종 이었던 투볼레프 TU-154, TU-134, 일류신 IL-62 등은 중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가였던 중국에서도 안전운항을 문제로 중국영공내 취항을 금지시켰을 정도다.
Aviation Tour 탑승 기종
주체관광의 Aviation Tour는 아예 들어내 놓고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러시아의 대표기종 등을 체험하는 코스로 운영된다. 백두산관광의 삼지연 공항은 일류신 IL-62M으로 왕복, 금강산의 통천공항은 IL-18, 순덕공항은 TU-134, AN-24기를 번갈아 탑승하게 된다.
주체관광의 항공관광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추가로 다른 기종을 이용하는 다섯 개의 옵션투어가 있다. TU-154로 순덕공항, VIP용 헬리콥터 Mi-17기로 묘향산을 방문하는 것과 IL-76, AN-148, IL-62기로 평양 시내를 30분간 비행하는 관광코스다. IL-62기는 김정은 전용기와 같은 기종으로 평양시내를 30분간 비행하는 코스는 지난 2월 김정은이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평양시내를 공중시찰한 것과 같은 기분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주체관광 항공관광은 기본투어가 4개 기종, 옵션투어도 4개 기종, 여기에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국제선 TU-204 까지 이용하면 모두 러시아 항공기 9개 기종을 이용하게 된다. 항공기 매니아들로서는 아주 매력적인 투어일 수도 있다.
고려항공 … 살아 있는 러시아 항공기박물관
그러나 러시아기종 항공관광에 동원되는 기재들은 대부분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기재들이다. 가장 새 기종은 평양시내를 공중관광하는 IL-76으로 1990년에 제작된 기체이 벌써 25년 된 기재다. 재미있는 것은 IL-76은 여객용이 아니라 군용수송기와 같은 화물기다. 승객들은 화물기를 타는 색다른 재미를 만끽하는 듯 넓은 화물칸에서 두 팔을 벌리고 공중으로 점프하는 기념사진들을 찍고 있다.
1966년 제작된 AN-24기도 탑승체험
TU-154, TU-134는 안전운항 문제로 중국에 의해 중국영공 진입이 금지될 정도로 노후기체인데 1983년, 1984년에 제작되었으니 벌써 서른 살을 넘겼다. 놀라운 일은 순덕공항의 편도비행에 탑승하는 안토노프 AN-24 이다. 터보프롭 기종인 AN-24는 (P-537) 1966년 제작된 것으로 무려 49살이 된다. TU-154. TU-134, AN-24는 사고다발로 유명한 러시아 기종들이다.
자동차로 치면 60세 이상의 연배에서나 경험했을 옛날 시발택시, 새나라 택시나, 새한자동차의 코로나에 해당하는 기종이다. 그래도 자동차는 가다 고장 나면 내리면 되지만 ……
주체관광의 항공투어에 참가하는 사람은 반드시 여행자보험을 들어야 하겠지만, 이렇게 30-40년이 넘은 노후기종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북한의 발상도 참 기발하다.
고려항공 …… 진정 살아 있는 러시아 기종박물관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