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한국을 찾는 미국 NASA ‘날으는 과학실험실 (Airborne Science Laboratory)’
한반도 상공의 미세먼지 유입경로등 대기상태를 관측하기 위해 미국 NASA(항공우주국) 소속의 연구항공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는 기사가 있었다. KORUS-AQ (The Korea-U.S. Air Quality Study)로 명명된 한국과 미국의 합동연구에 NASA가 참여하는 것이다. 미국 NASA는 1960년대 인류를 달나라에 착륙시킨 이후 꾸준히 우주개발에 나서고 있는 거대한 최첨단 연구그룹이며 그 예산도 천문학적 숫자에 이른다.
- 오염된 공기가 동쪽으로 이동하는 모습, 2007년 NASA 위성사진
- 사진출처 : NASA 홈페이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최첨단시설을 갖춘 NASA 연구항공기가 나의 눈길을 끌게 된 것은 기체가 DC-8이란 사실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 모델에 유난히 관심이 있게 된 것은 이 기종이 대중화에 성공한 제트여객기 중에서는 유일하게 탑승해 보지 못했던 기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DC-8은 미국 더글라스(Douglas)사가 개발한 보잉사의 B707과 함께 제트여객기의 대중화를 이끈 제트여객기 초기 기종으로 1958년 부터 1972년에 걸쳐 생산된 기종이다. 더글라스사는 제트여객기 시절 이전에는 DC-3에서 DC-7에 이르는 DC (Douglas Commercial) 시리즈로 상용여객기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위치에 있었던 미국의 군수업체였다.
- 미국 보잉사의 B707, 위 기체는 이란 정부소속기,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촬영.
미국의 보잉사는 제2차세계대전이 끝한 후 1950년대에 상용기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려고 제트여객기의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보잉사는 1958년 B707 이라는 걸출한 명기 제트여객기를 개발하였고 1년 늦게 더글라스는 DC-8을 개발하였다. B707과 DC-8은 현재 B737 이나 A321 정도의 크기다. 더글라스사의 DC-8은 비록 한발짝 앞선 경쟁기 보잉 B707의 인기에 눌리기는 했지만 점보기 B747기가 등장하기 전 까지만해도 B707과 함께 장거리국제선을 전담했던 기종이다. DC-8기의 제작사인 더글라스사는 DC-8의 후속기인 DC-10을 개발하던 과정에서 재정난에 빠져 경쟁사인 보잉에 흡수합병 되었다.
NASA DC-8 Airborne Science Laboratory의 나이는 ? …… 49세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NASA의 연구항공기는 1969년에 제작된 기체다. 이 기체는 처음에는 이탈리아의 알리탈리아항공사가 발주한 것으로 이탈리아의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 Giacomo Puccini의 이름이 붙여졌다. 이 기체는 1979년 미국의 Braniff 항공으로 팔려가 1982년 여객기로 퇴역한 기록이 있다.
- 이번 주 한반도 대기권 미세먼지 연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NASA ‘날으는 과학실험실’
- 사진출처 : 미국 NASA 홈페이지
NASA는 이 기체를 1986년 도입하여 엔진을 출력이 높아진 미국 GE사와 프랑스의 합작사인 CFMI의 새로운 엔진으로 교체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세계 최첨단을 자랑하는 미국 NASA의 연구항공기의 기체가 50년 가까이 된 노후기종이란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NASA 관측전망기 SOFIA B747SP …… 39세 !
한편 NASA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기종들도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적외선 성층권 공중천문대인 NASA가 보유한 SOFIA(Stratospheric Observatory for Infrared Astronomy)도 보잉 B747SP를 개조한 것으로 1977년 제작되었다. 이 기체 역시 지금은 부도나 사라졌지만 1970년대 세계 최대항공사 중의 하나인 미국 Pan Am 항공에서 주문한 기체다. 이 기체는 United 항공으로 팔려간 다음 1997년부터 NASA가 도입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 NASA SOFIA B747SP
- 사진출처 : NASA 홈페이지
NASA Skytrain II DC-9은 …… 46세
또 하나 NASA가 보유하고 있는 상용여객기는 Skytrain II로 불리는 DC-9의 군용버젼 이다. 이 기체는 우주조종사의 중력테스트에 사용하고 있는데 1970년 제작된 것이다. 이 기체도 네덜란드 KLM항공(1970년)과 미해군(1983년)을 거쳐 2004년부터 NASA가 사용하고 있다.
- NASA Skytrain II N932NA, DC-9, 1970년 제작,
- 사진출처 : NASA 홈페이지
이렇게 NASA가 보유하고 있는 3대의 상용기는 평균 기령이 44년이나 된다. 한편 DC-8과 같은 세대인 보잉사의 B707도 상용서비스에서는 완전히 사라졌지만 아직도 많은 기체가 군용으로 개조되어 공중급유기(KC-135)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잉 B707가 1979년 단종되었으니 최소한 기령이 37년이 넘은 것이다.
항공기의 적정 수명은 ? ……
항공기는 자동차와 달리 기령이 긴 편이다. 상용여객기의 경우 기령이 20년 까지는 보통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아시아의 일류 항공사들은 평균 기령이 10년-15년 정도 된다. 가장 오래된 기재도 20년 정도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캐세이퍼시픽, 싱가폴항공 등 대부분의 유명항공사들은 새로운 기재를 도입하면 약 20년 정도 사용하고 다른 항공사로 넘겨진다.
미국의 대형항공사들 경우는 아시아나 유럽항공사들의 평균기령 보다 조금 많고 주로 미국내 국내선에 취항하는 MD-80/90 등은 30년 넘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의 항공사들은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 기령을 젊게 하려고 신경을 쓰고 있지만 미국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보유기의 유지 관리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인지 실용적인 관리를 하는 것 같다. DC-8이 단종된지 34년이 지났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주에 있는 사막에는 대규모 항공기폐기장이 있어 폐기된 기체에서 필요한 부품을 재생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최첨단과학실험기재를 탑재하고 공중연구실로 사용하는 NASA 상용기 기재들의 평균기령이 40년이 넘는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의외로 받아 들여 진다.
- 자료출처
- 1. NASA 홈페이지
- 2. www.planespotter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