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저녁식사를 하러 나서는데 KL Sentral 앞 거리에 자동차가 통제되고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주변을 정리하는 경찰한테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Happy Wesak Day’라고 한다. ‘뭔 날 ?’ 고개를 갸우뚱 하니 지나가는 사람이 석가탄신일이라고 귀뜸해주면서 조금 후에 축제행렬이 이 거리를 지난 다고 일러준다.
말레이시아는 다인종으로 구성된 다종교사회 이다. 말레이인을 중심으로 하는 이슬람인구가 60%,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불교인구 20%, 다양한 인종의 기독교가 10% 정도. 의외로 인도인 이민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힌두교 인구가 6%로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인도네시아가 이슬람인구가 거의 90%에 육박하여 다른 종교인구를 압도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헌법에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고 있지만 다인종사회 답게 다른 종교의 자유는 보장하고 있다. 종교와 관련된 공휴일도 이슬람과 관련된 공휴일은 물로 크리스마스, 석가탄신일 뿐만 아니라 인도 이민 사회의 축제인 타이푸삼축제, 디왈리축제도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잠시 저녁식사를 미루고 석가탄신축제행렬을 거리의 인파에 섞여 지켜보았다. 주로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의 각 종파와 집단별로 화려하게 치장한 트럭과 교인들이 뒤따른다. 행진 앞에는 독특한 공연팀이 이끌고 있는데 스리랑카 캔디의 불치사에서 보던 공연과 같다. 한편 부처님은 네팔에서 태어나셨다고 커다란 플랑카드를 들고 행진하는 네팔인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티벹불교의 지도자인 카르마파 라마 스님의 대형사진을 실은 행열도 보인다. 불상과 꽃으로 단장한 축제트럭 위에 앉은 엄숙한 표정이 스님 옆에는 천진 난만하게 서로 장난하는 해맑은 동자스님들의 모습도 보인다. 얼핏 중국인 불교사회 뿐만 아니라 스리랑카, 네팔, 티벳, 태국등 외국의 불교단체에서도 참석한 것 같다. 퍼레이드행렬에 대형 말레이지아국기를 내건 모습도 보인다. 다인종 다종교 국가이지만 우리는 말레이지아 국민이라는 의식을 강조하는 뜻일까 ?
거의 한 시간 이어진 축제행렬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몰려드는 인파를 제지하지도 않았다. 거의 보행속도 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되어 축제트럭행렬 사이에 끼어 들어가 축제모습을 열심히 커메라에 담는 사람들을 제지하지도 않는다. 축제를 지켜보는 행인들은 불교신자는 물론 무슬림, 힌두교인 등 다양하며 모두 축제현장을 모바일폰이나 디카에 담으며 축제에 동참하는 모습이 말레이시아다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