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의 시내에 있는 송산(松山)공항은 무척 마음에 드는 공항이다. 우선 위치가 타이베이 시내에 있어 교통편이 무척 편리하다. 시내에서 택시로 8,000원 정도, 시내 웬만한 곳에서는 한 번 환승하면 전철로 송산공항역과 연결된다. 동행자가 있다면 타오위안공항에서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요금으로 송산공항에서는 택시를 이용하여 타이베이 시내중심지로 갈 수 있는 정도다.
특히 송산공항으로 연결되는 메트로 1호선 원후선(文湖線)은 송산공항역 구간을 제외하면 모두 고가철도로 시내에서 송산공항역으로 들어갈 때는 급커브 길로 서행을 하면서 지하로 들어가기 때문에 전철 차 안에서 공항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위 사진. 2016년8월5일 아침 전철 차내에서 촬영)
송산공항은 국제선 위주로 운영되는 타오위안국제공항에 비해 국내선의 비중이 높았던 공항이다. 그러나 성격이 비슷한 김포공항, 하네다공항 등을 연결하는 국제선이 개설되고 중국과 타이완의 교류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양안노선(兩岸,Cross Strait)이라 부르는 중국 본토와의 노선으로 국제선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4년 전 김포-송산 노선이 개설되면서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와 중화항공 등을 이용하여 두 차례 송산공항을 이용했는데 이번에 중국과 코를 맞대고 있는 진먼섬을 여행하면서 송산공항국내선도 이용해 볼 기회가 있었다.
(좌측사진 : 타이완 TransAsia 항공의 노선표)
- 중국본토 노선을 Cross Strait Flight로 다른 국제선과 분리하고 있다.
송산공항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공항규모가 작은 만큼 승객들의 동선이 짧고, 휴식공간에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탑승카운터 앞의 넓은 공간에는 딱딱한 철제의자가 아닌 푹신한 소파가 가득 들어차 있다. 곳곳의 기둥에는 전원소켓이 있어 승객들은 소파에 앉아 휴대전자품을 배터리 걱정 없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국제선구역에는 컴퓨터를 갖춘 데스크도 있어 모바일 기기가 없는 승객들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송산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이 같은 층에서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을 중심으로 양 옆에 이어져 있다. 이런 구조는 어느 한 쪽에 항공편이 몰려 승객들이 넘쳐 날 경우 서로 부족한 공간을 보완해 주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양쪽 모두 공간에 여유가 있어 보인다. 국제선 도착로비에도 승객이 나오는 출입구 바로 앞에 많은 소파가 있어 마중 나온 사람들은 편안하게 앉아서 승객을 기다릴 수 있다.
타이베이 송산공항의 국내선과 국제선의 경계에는 3층 옥외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다. 3층 옥외전망대는 국내선터미날의 옥상 전체를 사용하는데 이런 형태의 전망대는 일본의 대부분 공항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승객들 뿐만 아니라 많은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3층 전망대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우산도 비치되어 있어 비가 오거나 따가운 햇빛을 피하는 양산의 용도로 무료로 빌려준다. 송산공항에는 터미날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활주로가 나 있어 항공기의 이착륙방향과 상관없이 이착륙광경을 정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곳 앞에는 Air Shop이 있어 모형항공기, 항공기와 관련된 팬시제품, 항공관련서적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전문샵은 우리나라에는 인천공항에도 보지 못했다. 관련서적은 한자로 번역된 상용기종에 관한 사적들도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월간항공이란 잡지 외에는 상용기에 관한 서적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새삼 타이완의 항공인구의 저변이 놀랍게 느껴진다.
탑승객 대기실도 여유가 있다. 국제선은 출국수속과 세관검사대가 2층에 있으며 바로 넓은 탑승객 대기실로 연결된다. 국내선에 비해 탑승대기시간이 긴 국제선의 경우 탑승객 대기실이 게이트 별로 구역을 제한하지 않고 인천공항과 같은 개방된 구조다. 바닥에는 모두 카펫트가 깔려져 있다. 화장실도 마치 고급호텔의 화장실 같은 분위기다. 곳곳에 로봇트가 어린이 승객들을 반갑게 맞아 준다.
어린이 놀이집 같은 시설도 있다. 넓은 탑승객 대기실에는 다양한 규격의 푹신한 소파들이 놓여져 있다.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눕기 좋은 소파도 있다.
공항구내 전체가 free Wi-Fi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구색 갖추기 정도가 아니라 충분한 공간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책상이 있다. 이곳에는 당연히 충전설비를 갖춰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배터리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전에 국제선만 이용했을 때는 몰랐는데 송산공항에는 불편한 점이 딱 하나 있다. 국내선의 경우 승객 탑승카운터와 별개로 짐은 따로 부치는 Baggage Check-in Counter가 있다. 이번에 타이완의 진먼공항, 타이중공항, 화련공항 등 지방공항을 이용해 보니 체크인 카운터가 승객과 짐이 분리되어 있다. 짐이 있는 승객들은 국제선에서 Web Check-in이나 Self Check-in한 승객이 짐은 별도의 카운터에서 탁송수속을 하는 것처럼 보딩패스를 받고 Baggage Check-in 카운터에서 수속을 해야 한다.
이런 방식이 단순한 공항구조 때문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대부분 국내선 공항이 구조탓을 할 만큼 오래 된 것 같지는 않다. 아마 타이완도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얼마 전 까지는 중국 본토와의 긴장상태를 유지하였기 때문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는지 몰라도 타이완과 중국관계가 많이 좋아져서 양안이 무너져가는 마당에 이런 이유마저도 이해는 가지 않는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따로 짐이 없어 직접 불편을 겪지는 않았지만 탑승수속이 한 단계 더 있다는 것은 승객의 입장에서 불편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동안 좋은 점만 보였던 타이완공항에서 작지만 아쉬운 점도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