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련(花蓮, Hualien)은 대만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다. 타이베이 외의 다른 한 곳을 찾는다면 단연 화련이다. 대만섬 동부 산악지대에서 내려온 타로고(太魯閣)계곡과 화련 앞 바다의 돌고래관광이 유명하다. 타이베이에서 화련까지 직선거리는 73마일, 서울에서 조치원 정도의 거리이지만 육로교통은 산악지대를 거치게 되어 수월한 편은 아니었다. 2000년대 초 까지만 해도 타이베이에서 화련을 당일 다녀오려면 항공편을 이용해야 되었다.
대만 최대의 관광지인 화련에도 공항이 있다. 전에는 화련을 여행할 때 특급기차를 이용했지만 이번 대만여행에서는 서해안의 타이중에서 화련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했다. 타이중(臺中)에서 화련까지는 특급열차 푸야마(普悠瑪, Puyuma)호로 4시간, 자강(自強, TzeChiang)호는 5시간 정도 걸리지만 타이중에서 화련까지 TransAsia항공(復興항공)이 일주일에 3번 항공편이 있어 날짜를 맞추어 항공편을 이용하게 되었다.
타이중발 화련행 항공편 기종은 ATR72. 우리나라 최초의 저비용항공사였던 한성항공이 도입하여 사용했던 기종과 같지만 TransAsia항공의 ATR72기는 모두 새로 도입한 기체였다. 개인적으로는 프로펠러기종에서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기종이다. 이 기종은 날개가 동체 상부에 부착되어 있어 날개가 승객들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타이중에서 화련까지 항로는 불과 65마일(104km), 항공노선은 산악지대 북쪽을 지나 화련 북부지방에서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는 운회노선으로 약 40분 걸리는데 기대한 것 만큼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화련지방의 산악지방과 해안선 경치는 절경이었다.
활주로에서 본 3층 규모의 화련공항 터미날은 마치 공장건물처럼 그리 세련되어 보이지는 않지만 지은지 오래 되지 않아 보였다. 탑승게이트는 모두 4개, 그중 3개는 에어브릿지를 갖추었고 끝에 있는 하나는 에어브릿지가 없는 프로펠러기종 전용의 게이트다. 1층은 도착장, 2층은 출발장, 3층은 사무실로 구성되었다. 현재는 국제선에 정기노선이 없지만 국제선승객처리를 위한 심사대가 있다.
화련공항터미날은 대리석 바닥에 깨끗하게 단장했지만 썰렁해 보였다. 항공편안내판을 보니 12시30분 현재 타고 온 항공편을 포함하여 세 편이 나와 있다. 공항규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국제선은 정기노선은 없고 중국 무한노선이 주1회 스케줄이 있을 뿐 이다. 편도기준 1주일에 국내선이 35편, 국제선이 1편이 전부다.
이정도 승객처리를 위해 화련공항은 왜 이리 크게 지었을까 ? 이런 의문을 품고 화련공항홈페이지에 실린 통계를 보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997년 통계에 의하면 화련공항을 이용한 항공편이 년간 28,300편, 승객수 1,855,722명. 하루 평균 78편, 5084명으로 승객수는 작년 대구공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매년 승객수와 항공편이 감소하여 작년에는 항공편수 3402편, 승객수 119,232명으로 하루 평균 9.3편, 327명으로 급감하여 혹시 통계에 자릿수가 잘못 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 큰 공항에 하루 평균 5대도 안 되는 항공편이 화련공항을 찾았다는 얘기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화련공항 터미날이 새로 증축된 2004년 이후에 항공편과 승객수 감소율이 두 자리 수로 나타난 것이다. 1997년 부터 2015년 까지 18년 동안 승객수가 증가한 것은 2010년, 2012년, 2013년 세 번 소폭의 상승이 있었고 대부분 그 외에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2015년에는 2014년 대비 승객수 21만명에서 12만명으로 거의 반타작을 내기도 했다.
화련공항 승객감소 이유는 . . . . . . 타이베이-화련 새로운 특급열차의 등장
그동안 수 차례 화련지방을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이런 항공편 이용객의 감소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일이었다. 우선 타이베이에서 화련까지 기차편이 일찌기 전 구간 전철화가 완성되어 일본의 철도기술을 도입한 타로코(太魯閣, Taroko)호, 푸야마(普悠瑪, Puyuma)호 등의 특급열차는 타이베이~화련 구간을 3시간대에서 2시간으로 감축시켰다. 기존 특급인 자강(自強, TzeChiang)호도 2시간40분 걸린다. 특히 Taroko호(2007년)와 Puyuma(2012년)호가 등장한 2~3년 후에는 항공편 승객감소율이 27~38%, 23~44%나 되었다. 지금 타이베이~화련 노선에는 하루 37회 정도 특급열차가 운행하고 있지만 주말에는 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승객수요가 많은 노선이다.
그렇다고 다른 도시 노선도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화련에서 다른 지방도시노선은 하루 1차례 운항하는 화련-카오슝 노선과 주3회 운항하는 타이중~화련 뿐이다.
화련공항을 둘러보면서 몇 년 전 들러 본 강원도 양양공항의 생각이 났다. 양양공항이 큰 뜻을 품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항을 새로 지었지만 현재 Regional급 제트여객기 50인승 ERJ-145기가 하루 두 편 정도 김해와 제주를 운항하는 정도이며 국제선은 진에어가 일주일에 두 편 정도 상하이푸동공항에 취항하는 정도다. 그나마 화련공항은 기존에 사용하던 공군기지에 구 터미날을 허물고 새로 터미날만 지었지만 양양공항은 활주로까지 새로 만들어 엄청난 예산을 낭비한 공항이다.
다음날 화련에서 타이베이로 갈 때도 항공편을 이용하였다. 일주일 앞 두고 예약한 항공요금은 프로모션요금으로 TWD.770(약 27,000원). 특급열차요금 TWD.440(약15,400원) 보다 75% 비싸지만 액수로는 불과 11,000원 정도다. 이 정도는 초고층건물이나 타워의 전망대 입장료라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어차피 타이베이 송산공항에 착륙할 때 시내전경은 타이베이에서 가장 높은 타이베이 101타워 전망대(입장료 TWD.500, 약 17,500원)에서 보는 것과 다를바 없다. 이날 항공편도 국내선 하루 다섯 편. 70인승 프로펠러기종 ATR72기 4대와 100인승 ERJ-195 1대, 모두 만석이라해도 승객은 편도 380명, 왕복 760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