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일본 ANA항공은 B787 Dreamliner기의 모든 엔진을 교체할 계획이라는 놀랄만한 뉴스를 발표하였다. ANA 항공은 보잉사의 최첨단기종인 B787기의 현재 총 생산량 450여대의 1/10이 넘는 50대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B787 보유항공사였기에 이 소식의 파장이 클 수 밖에 없었다. 항공기 엔진은 기체와 별도로 엔진전문제작사가 생산을 하는데 B787 Dreamliner에는 영국 Rolls Royce의 엔진 RR Trent 1000과 미국 General Electric사의 GEnx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 ANA항공은 보유기 모두 RR Trent 1000을 장착하고 있다.
일본 ANA항공의 B787 에 장착된 Rolls Royce 엔진 부품에 결함이 ?
ANA가 보유하고 있는 B787기의 엔진에서 발생한 문제는 터빈 날개(blade)의 부식과 금이 가는 현상이라고 한다. ANA는 금년 초 부터 상반기에만 똑 같은 증상을 3건 발견하였다고 한다. 엔진제작사인 Rolls Royce사는 이런 현상은 다른 항공사가 보유한 B787기에는 발생하지 않았고 ANA가 보유한 적은 수의 기체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한편 장거리비행 보다는 단거리비행이 잦은 경우 엔진날개의 부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B787기를 보유한 많은 항공사들은 이 기종을 장거리 노선 위주로 취항시키고 있지만 국내선의 비중이 큰 일본에서는 국내선에 B787기의 취항이 많은 편이기는 하다. Rolls Royce 측은 이런 문제는 ANA가 너무 B787기를 집중적(‘intensive use’)으로 취항시키는 것 때문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ANA는 현재 당장 수리를 해야하는 것은 5개 이지만 자사가 보유한 50대의 엔진 100개의 부품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리과정은 엔진을 기체에서 떼어 낸 다음 문제의 터빈날개를 교체하고 다시 기체에 엔진을 장착하는데 ANA측은 모든 엔진을 교체하는데 3년 정도 걸릴 것을 예상하고 있다.
이번 ANA B787기 RR Trent 1000엔진부품 교체문제로 일본 ANA와 엔진제작사인 Rolls Royce는 큰 재정적인 부담을 가지게 될 것 같다. ANA이 보유한 50대의 B787기의 엔진교체에 3년이 걸리는데 필연적으로 항공편의 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 이다.
우리나라 대한항공도 곧 B787기를 도입할 예정인데 대한항공은 GEnx 엔진을 선택하였으며 국내항공사 중에는 Rolls Royce 엔진을 사용하는 항공사는 아직 없고 아시아나항공이 앞으로 도입할 A350XWB에 Rolls Royce 엔진을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B787 제작보잉사 . . . . . . 우리는 잘못 없는데 억울해 ?
사실 이번 ANA B787 엔진부품 교체건으로 보잉으로서는 아주 억울할 것 같다. 보잉의 최첨단기종인 B787은 유례없이 세계적인 분업형태로 개발된 기종으로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인도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인 대한항공과 KAI도 포함되어 있다. 그중 세계최초로 동체의 주재료를 비금속재료인 Composite를 사용하는데 따르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예정된 개발시기가 수차례 지연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B787 Dreamliner는 2011년 상용서비스에 들어섰지만 초기에 리듐이온 배터리의 문제로 원인을 규명할 때 까지 여러 달 동안 모든 B787기체가 발이 묶이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생산에 들어간지 5년이 된 지금 450여대를 생산했고 주문 잔량이 700대에 이르고 있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리듐이온 배터리의 악몽이 잊혀져가는 시기에 엔진의 문제로 또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오르게 되었다. 리듐이온은 일본에서 개발하여 공급한 것이고 엔진은 영국 Rolls Royce에서 개발한 것이니 보잉으로서는 파트너의 문제인데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Rolls Royce는 어떤 회사 ?
Rolls Royce는 우리한테 명품의 대명사였다. 아직 우리나라에 My Car 시대가 열리기 전부터 Rolls Royce차를 구경도 못했지만 그 명성은 널리 알려졌다. 미국의 시보레, 포드 등은 미국의 대중적인 자동차였고 돈 많은 사람들은 독일의 벤츠, BMW를 타지만 영국의 Rolls Royce는 품위가 높은 귀족들의 차로 인식되었다. 이렇게 화려한 명성을 지녔던 Rolls Royce는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독일의 BMW에 인수되어 다소 빛 바랜 Rolls Royce가 되었지만, 주인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명차대열에서 내려오지는 않고 영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반 세기 전 Rolls Royce의 시련을 준 Rolls Royce 엔진 RB-211
Rolls Royce의 명성에 금이 간 것은 Rolls Royce 자동자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Rolls Royce는 주인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영국에서 Rolls Royce의 이름으로 명차를 생산하고 있다. 막상 Rolls Royce사의 운명을 가른 주인공은 Rolls Royce의 엔진사업부에 있었다. Rolls Royce 엔진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Rolls Royce는 명품자동차 뿐만 아니라 항공기엔진제작사로도 유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군용기, 전후에는 상용기의 주요 엔진공급회사로 성장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 초기에 맹활약하여 우리한데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P-51 Mustang기의 엔진이 Rolls Royce사가 생산한 것이었다.
Rolls Royce사의 시련은 1960년대 말 미국 Lockheed사가 대형여객기(wide-body) L-1011 Tristar를 개발하면서 이에 필요한 엔진을 맡게 된 것 부터 시작되었다. Rolls Royce는 L-1011기에 필요한 엔진 RB-211을 개발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어 개발이 지연되면서 경영위기를 맞게 되었다. 결국 영국정부는 1971년 Rolls Royce를 국유화 시켜 회사를 지켰지만 뒤에 자동차 부분만 Rolls Royce Motors로 민영화 시켰고 지금은 독일의 BMW가 소유하고 있다. Rolls Royce의 RB-211 엔진개발에 따른 경영위기는 Lockheed 사에도 영향을 미쳐 경쟁사였던 Douglas사의 DC-10과 경쟁에 뒤져 L-1011기를 조기단종 시키고 그후 상용기개발에서 손을 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Rolls Royce가 자동차 부분을 매각하였지만 Rolls Royce Motor도 여전히 RR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 ANA B787기 엔진에 그려진 Rolls Royce 로고.
이번에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ANA가 엔진 자체를 교체하지 않고 문제 부품만 교체하기로 결정하여 ANA나 Rolls Royce 모두 서로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방법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보잉은 B787기의 기체와 엔진의 인터페이스를 통일해서 다른 회사의 엔진이라도 쉽게 교체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