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에 불이 붙은 요금경쟁 . . . . . KTX vs SRT
드디어 SRT가 12월9일 정식으로 개통하였다. 내부적으로 KTX와 SRT의 관계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는 별개로 일단 KTX와 SRT은 공동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 외형적으로 KTX와 SRT가 경쟁관계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일본에서 국철에 해당하는 JR과 경쟁하는 사철들이 철로와 역사를 완전히 별개로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SRT는 수도권에서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것을 제외하면 SRT와 KTX는 나머지 철로와 역사는 물론 기차표판매창구도 같다. 공동운영인지 위탁운영인지 내막은 잘 몰라도 일단 승객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조직이라고 보면 된다.
모바일에서의 예약판매도 앱은 KTX와 SRT가 별도로 각각 운영하고 있지만 검색결과는 KTX와 SRT 모두 표시되며 상대방의 기차편을 선택하면 자동적으로 링크가 연결시켜준다. 승객의 입장에서는 두 조직이 서로 배타적인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은 점이 많다.
그러면 2004년에 프랑스 TGV의 기술로 처음 선을 보인 기존의 KTX, 2009년에 등장한 한국형고속철 KTX-산천, 그리고 지난 12월9일 정식으로 출범한 SRT 어떻게 다를까 ? 마침 지난 주말 동대구와 논산을 다녀올 때 3가지 고속철을 고루 이용해 보면서 비교한 것을 소개한다.
1세대 KTX … 예측하지 못한 역방향 좌석의 불만
KTX가 2004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었을 때 서울과 부산을 2시간대에 주파하는 놀라운 속도에 찬사를 보내는 한 편 좌석의 반이 역방향이란 것은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그러나 유럽의 기차시스템을 보면 수시로 경유지를 지나면서 열차의 진행방향이 바뀌는 현실에서 일부 역방향 좌석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거나 최소한 불가피하게 여겨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TGV는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전에 이미 1981년 등장한 이래 23년 동안 역방향좌석이 도마에 오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프랑스의 알스톰사도 TGV의 역방향좌석이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될지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 같다.
즉 우리나라 철도는 모든 역이 선로 중간에 위치하여 주행방향이 바뀌지 않지만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T 자형으로 삐져 나온 곳에 기차역이 있어 이런 역을 경유할 때는 기차의 주행방향이 바뀌게 된다. 내 기억을 더듬어서 대표적인 예를 들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역과 뮌헨역, 로마의 테르미니역 등이 이런 경우였다.
또 하나의 관점은 유럽기차의 객실구조가 장거리 노선에는 4~6인용의 작은 객실로 구성된 컴파트먼트형이 많은데 컴파트먼트 객실의 경우는 두 좌석이 마주 보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연히 50% 좌석이 역방향 이라는 점이다. KTX의 오리지날 모델인 KTX는 객실구조가 컴파트먼트가 아닌 오픈살롱 형식이지만 독일의 초고속열차인 ICE의 경우는 오픈살롱 객실과 컴파트먼트형 객실이 함께 연결되어 있어 역방향좌석은 항상 있게 마련이니 유럽에서 역방향좌석의 문제점은 원천적으로 없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심지어 유럽의 항공사들 중에는 항공기 좌석도 역방향으로 좌석을 배열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번 최순실씨가 귀국할 때 탑승했던 영국항공도 비즈니스클래스도 좌석의 상체가 필요한 공간의 폭과 하체에서 필요한 공간의 폭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순방향과 역방향 좌석을 교차로 배열하고 있으며 옆 좌석의 승객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게 되는데 두 승객이 모르는 사이라면 좌석 사이를 불투명 판넬로 가릴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2세대 고속철, 한국형 KTX-산천 . . . . . . 역방향좌석부터 해결
지난 주 기차여행은 용산-논산 구간의 KTX-산천으로 시작하였다. 논산 근교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동생집에 어머니를 모셔다 드려기 위해서다. 어머니는 보행이 불가능해서 외출하실 때 훨체어에 의지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 기차는 휠체어를 이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다행히 아주 짧은 거리는 걸으실 수 있어 휠체어에 내려 부축하여 기차 좌석에 앉혀 드리고 나서 다시 내려와 휠체어를 접어 올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새삼스럽게 작년 어머니를 모시고 큐슈지역을 기차여행했을 때 생각이 났다.
사실 KTX-산천이 등장한지 몇 년 지났지만 국내에서 기차여행을 별로 할 기회가 없어 이번이 KTX-산천과 첫 만남이었다. 확실히 역방향좌석문제를 해결한 KTX-산천은 좌석이 훨씬 넓어 보였다. 간접조명도 늘어난 탓인지 객실분위기도 훨씬 밝아졌다.
기차의 경우 회전반경이 워낙 커서 기차좌석을 고정식으로 만들면 상행이나 하행 둘 중의 하나는 역방향좌석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역방향문제를 해결하려면 좌석을 회전시킬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 서울이나 부산 등 종착역에 도착한 기차의 경우 승객들이 모두 하차하고 나면 직원들이 승차하여 좌석을 모두 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 이렇게 좌석을 회전시키려면 앞 뒤 좌석에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기존의 KTX의 좌석 공간은 93cm, 이 정도로는 좌석을 회전시킬 수 없다. 따라서 역방향 좌석을 해결한 KTX-산천의 경우 좌석 공간이 조금 늘어난 98cm. 우선 역방향좌석 문제 뿐만 아니라 좌석공간이 5cm 넓어졌으니 나 처럼 체격이 큰 승객한테는 반갑다. 반면 좌석 폭은 약간 1cm 좁아든 것 같다. 코레일측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KTX-산천 객실차량의 폭도 약간 늘어났다고 한다. 나의 기억으로는 KTX-산천이 잦은 고장으로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던 것 같지만 일단 좌석의 승차감에서는 KTX-산천이 조금 더 낫다는 판단이다.
신칸센 좌석이 KTX 보다 넓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 . . . . .
우리나라 KTX와 달리 일본의 신칸센이나 신칸센기술을 도입한 대만의 초고속열차 THSR을 비교해 보면 신칸센과 THSR의 좌석이 훨씬 넓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신칸센과 THSR은 전좌석이 고정식이 아닌 회전이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에 좌석 공간이 넓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일반실 객실의 3인용 좌석을 회전시키기 위해서는 2인용 좌석을 회전시키는 것 보다 더 넓은 회전반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칸센은 특실이 아닌 일반석 객실이라도 좌석이 무척 넓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리지날 KTX . . . . . . 뿌리치지 못하는 역방향좌석의 원죄
지난 주 목요일 어머니를 용산발 논산행 KTX-산천으로 동생 집에 모셔다 드린 후 대구에서 저녁 모임을 위해 대전발 대구행 KTX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는 일부러 구형인 KTX를 선택하였다. 평일이라 승객이 만석까지는 아니었지만 예약된 좌석에는 거의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승객이 많다. 일단 착석하고 나서 앞을 보니 역방향 좌석은 많이 비어 있다. 드문 드문 한 명씩 앉아 있는 좌석이 많지만 두 좌석이 모두 빈 곳도 눈에 띈다.
대전에서 동대구 까지는 도중 경유역이 없어 역방향 빈 좌석으로 옮겼다. 개인적으로는 역방향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는 편이기 때문에 역방향이라도 옆 좌석에 승객이 없으면 더 좋다. KTX는 리클라이닝 시스템이 슬라이딩 방식이다. 즉 좌석등받이가 뒤로 제껴지는 것이 아니라 앉은 좌석이 앞으로 미끄러 지면서 좌석등받이가 기울어지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뒷 좌석 승객의 앞 쪽 공간이 보장되는 장점은 있지만 복도측 승객이 좌석 등받이를 제끼면 창가 좌석의 승객은 복도를 출입할 수가 없다. KTX 초기모델의 좌석테이블은 좌석 뒤 등받이 금속케이스 안에 보관되어 있다. KTX-산천도 같은 방식이지만 KTX-산천은 좌석테이블보관함을 너무 크게 만들어 늘어난 공간을 거의 다 잠식해서 아쉽다.
SRT . . . . . .KTX 산천의 개량형
마침 12월9일 수서고속철도 SRT가 정식으로 개통되면서 12월10일 동대구에서 올라 올 때는 SRT를 예약하였다. SRT의 S가 수도권 출발역인 수서역을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기존의 Korea Train eXpress (KTX)와 차별화 시키기 위해 새로 명명한 Super Rapid Train(SRT)의 약자다.
사실 SRT가 KTX와 경쟁한다고 하지만 두 기업은 KTX가 SRT의 대주주로 뿌리는 같다. 우선 KTX와 SRT의 매표창구가 같다. SRT도 기존의 KTX 매표창구에서 판매한다. 예약한 시간이 많이 남아 동대구역에서 대전행 SRT 시간을 앞 당기려니 KTX로 변경하면 수수료가 붙고 SRT로 변경하면 수수료 없이 가능하다고 한다.
새로 등장한 SRT도 기존의 KTX, KTX-산천과 마찬가지로 현대로템에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SRT로 사용하는 차량도 KTX-산천 모델의 개량형으로 호남고속철도개통에 맞춰 2013-2015년 생산된 SRT와 지난 주 출범한 수서고속철도개통에 맞춰 도입한 SRT 두 가지가 수서고속철도로 운영된다고 한다. KTX가 기본편성이 20량 이지만 KTX-산천, SRT 모두 기본편성이 기관차 2, 객차 8개의 10량 편성이다. 20량 편성의 KTX 정원이 965명이지만 10량 편성의 KTX-산천은 정원이 363명, SRT 정원이 410명으로 모두 KTX 정원의 절반 보다도 크게 밑도는 것은 좌석공간이 넓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SRT 객실은 KTX에 비해 밝은 편이다. 좌석은 등받이 리클라이닝 시스템이 슬라이딩 방식이 아니라 좌석 등받이가 뒤로 넘어 가는 방식이다. 좌석 밑의 프레임에 버튼이 보이는데 좌석 방향을 돌리는 레버로 보인다. SRT 객실좌석의 공간은 KTX-산천 98cm 보다 약간 좁은 96cm 이다. 그래도 KTX-산천의 경우 좌석테이블이 등받이 아래 내장된 형태로 있지만 SRT 경우 항공기 좌석과 마찬가지로 좌석 등받이 위로 옮겨져 무릎의 공간은 오히려 더 넓어진 느낌이다. KTX-산천 좌석 뒤에 튀어 나온 테이블 보관함은 기존 KTX에 비해 넓어진 공간을 거의 반 이상 잠식해서 아쉽다.
KTX 초기모델 부터 새로운 모델까지는 차대번호로도 구분한다. 초기 도입한 KTX는 차대번호가 100,000번대, KTX-산천은 110,000번대 이다. SRT에는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될 때 도입한 120,000번대이며 이번에 새로 도입된 SRT는 130,000번대 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SRT 라는 표현은 수서고속철도에서 사용하는 고속철차량이라는 뜻이지 KTX와 전혀 다른 고속철이 아니라는 뜻이다.
남들 다 싫어하는 KTX 역방향좌석 . . . . . . 대폭 할인요금 안 나오나 ?
세 가지 기차를 비교해 보면 역시 등장한 역순서로 SRT, KTX-산천, KTX 순으로 좌석이 편한것 같지만 KTX의 역방향좌석을 제외하면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먼 구간이라도 주행시간이 3시간 미만이기 때문에 좌석의 안락감 보다는 요금이 승객의 선호도를 크게 좌우할 것으로 생각된다.
KTX 초기 도입한 차량이 좌석의 반 정도가 역방향좌석이고, 지금은 역방향좌석 문제를 해결한 신형이 나왔다고 천문한적 고가인 초고속열차를 폐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기존 KTX 역방향좌석의 개조도 설계변경 등의 아려움으로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러면 이왕 KTX와 SRT가 코레일과 수서고속철 두 브랜드로 경쟁에 나선다면 KTX의 역방향 좌석에 파격적인 할인혜택도 기대해 보면 어떨까 ? SRT의 요금이 KTX 보다 조금 더 싸 경쟁력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고속철요금은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비싸기 때문이다.
나는 KTX 초기모델의 역방향좌석도 좋다. 싸기만 하다면 !
journeyman
2016년 12월 13일 at 9:39 오전
KTX만 타보고 산천과 SRT는 타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깔끔하게 이해되네요.
독일에서 ICE를 탈 때도 역방향에 대해서 딱히 거부반응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KTX에서만 그런 문제가 제기되는지는 저도 의문입니다.
혹시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다르기 때문일까요?
drkimdj
2016년 12월 13일 at 10:22 오전
유럽기차여행을 마지막으로 한지 10년이 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일의 ICE 시스템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우선 답답한 TGV 계열에 비해 좌석이 럭셔리하고 여유가 있지요. 입석이 허용되니 일정이 막힐 염려도 없고요.
언젠가 다시 한 번 유럽기차여행을 하고 싶네요.
우리나라에 KTX가 도입될 때는 신칸센보다 TGV가 속도면에서 앞섰다는 기억이 납니다.
독일의 자기부상식 ICE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개발중이었던 것으로 아직도 독일에서 실용화를 시키지 못하고 있지요.
뮌헨공항철도를 자기부상열차로 하려다 엄청난 예산으로 도중에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적, 경제적인면과 우리나라에서 쉽게 넘길 수 없는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신칸센이 경쟁이 될 수는 없었지요.
하지만 지금 순수하게 승객입장에서 평가한다면 신칸센이 TGV계열 보다 낫다는 그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