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부산에서 약속이 있어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집이 인천이라 인천에서도 부산까지 고속버스가 있지만 새로 생긴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시승하기 위해 서울 강남터미날까지 전철로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도장 부터가 특이했다. 보통 고속버스 회사별로 도장을 하는데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모든 회사가 같은 도장을 하고 있다. 금색바탕에 Premium Gold 라고 큰지막한 글씨가 씌여져 있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프리미엄고속버스 . . . . . . 우등고속 보다 25% 넓어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21인승, 일반고속이 45인승, 우등고속이 28인승 이니 우등고속 보다 개인 공간이 25% 정도 더 넓어진 셈이다. 좌석배열은 우등고속과 마찬가지로 2+1 으로 앞 뒤 좌석 간격이 넓어졌다. 우선 겉으로 보기에는 항공기의 cocoon seat 처럼 좌석 등받이 뒤를 플라스틱 칸막이로 감싸고 있어 앞 승객이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제껴도 뒤 승객이 제약을 받지 않는 구조다. 좌석 주머니에는 Premium Gold라고 적힌 비닐봉지에 일회용 실내화와 수면용 안대, 그리고 일회용 이어폰이 좌석마다 비치되어 있어 항공사의 비즈니스클래스 서비스를 의식한 듯 하다.
다양한 편의 장치 . . . . . . USB 충전소켓 2개, 좌석테이블
우등고속버스와 달라진 점은 우선 좌석 마다 항공기처럼 테이블이 내장 되어 있다. 이 테이블은 KTX 좌석과 같이 앞 좌석 뒤에 내장 되어 있다. 이 테이블은 버스 내에서 간식을 먹거나 노트북 작업 등을 할 때 편리하다. 좌석 팔걸이에는 USB 전용포트가 두 개 있어 모바일폰과 태블릿 PC등을 동시에 사용하거나 충전할 수 있다.
승객프라이버시를 강조 . . . . . 좌석 마다 커튼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승객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승객들 사이에 커튼이 있다. 가운데 두 좌석 사이에도 커튼이 있으며 1인용 좌석에도 복도 쪽으로 커튼이 있다. 그러고 보니 이날 탑승객이 21명 정원에 10명 정도 인데 혼자 여행하는 승객은 모두 1인용 좌석을 선택하여 커튼을 치고 있었다.
가정용 케이블 TV를 그대로 옮겨 놓은 오락시설
기내오락장치로는 좌석 마다 10인치 모니터가 장착되어 있다. 엔터테인먼트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가정용 케이블 TV 수준이다. 영화도 몇 편 있어 선택해서 볼 수 있지만 공중파, 종편, 케이블 TV 등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면 버스 운행시간대의 방송프로를 미리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음악은 선택할 수 있는 곡이 제한되어 있지만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MP3를 대신하는 상황이니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쉽게도 WIFI 서비스는 안 된다.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 신호를 검색해 보니 신호는 받는데 연결이 되지 않는다. 휴식시간에 기사한테 여쭤 보니 그 신호는 좌석 마다 달린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무선신호로 와이파이는 되지 않는 다고 한다. 새삼 작년 말 쿠알라룸푸르 공항버스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했던 기억이 나서 아쉽다.
넓어서 좋긴 한데 . . . . . .
가장 큰 관심의 촛점은 얼마나 좌석이 편한가에 있다. 좌석의 앞 뒤 간격은 129cm(51인치)로 요즘 유행하는 항공기 비즈니스클래스의 lie flat 이나 full-flat seat 처럼 좌석을 완전히 펼치기에는 부족한 공간 이다. 좌석 등받이는 우등고속버스 보다 더 경사가 크다고 하는데 내 느낌에는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우등고속버스에 비해 늘어난 공간은 앞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제꼈을 때 뒷 승객한테 영향을 주지 않는데 사용한 셈이다.
중복된 승객 프라이버시 보호장치 . . . . . . 좌석을 감싼 파티션과 커튼
좌석 폭은 49cm로 우등고속 46cm 보다 넓다. 팔걸이의 폭은 우등고속 보다 훨씬 좁은 7cm다. 한편 복도 폭은 비좁게 느껴진다. 좌석 폭이 넓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좌석의 딋 부분과 양 옆을 감싸주는 파티션 때문이다. 어차피 복도는 승차할 때와 하차할 때 이용하는 공간이니 좁아도 불편할 것 까지는 없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좌석 옆의 파티션을 없애고 좌석 폭을 좀 더 넓히는 것이 효과적이 아니었을까 ? 좌석 마다 옆 승객의 시선을 차단시키는 커튼이 있는데 파티션으로 좌석 옆을 감싼 것은 너무 항공기 코쿤형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을 본따 외형에만 치중한 탓이 아닐까 ?
의외로 불편한 leg room . . . . . . 발을 뻗을 때 공간이 제한되어 불편
그런데 모든 것이 편한 것 만은 아니다. 결정적으로 하체 부분이 불편하다. 앞 승객 좌석의 밑으로 뒷 승객이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별로 173cm 키의 승객한테는 그리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우등고속의 경우 발을 뻗어도 움직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지만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승객프라이버시를 위한 칸막이 파티션이 승객이 발을 움직일 때 공간을 제한하기 때문 이다. 차라리 내 생각에는 좌석을 감싸는 파티션을 TV 모니터만 내장할 수 있게 윗쪽만 설치하고 차라리 하체 쪽에는 파티션을 없애면 발 놀림이 무척 편해 질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차라리 단거리 기종의 비즈니스클래스 좌석 처럼 좌석 테이블을 팔걸이에 내장 시키는 방법을 선택했으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 것 같다. 앞 승객 좌석등받이 정도는 항공기와는 달리 어차피 버스에 화장실이 없으니 이동 중에는 승객이 좌석을 이탈할 일이 없기 때문에 dead space를 만들어 내면서 까지 파티션으로 좌석을 감쌀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좌석 사이의 커튼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날 복도 1인용 좌석에 앉은 승객은 예외없이 모두 커튼을 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문제는 승객의 개인차가 클 것 같다.
프리미엄고속버스 좌석 . . . . . . 항공기좌석을 흉내 낼 필요가 없는데
결론적으로 프리미엄고속버스의 좌석은 여러 가지 편의장치가 있어서 좋은 점이 있지만 너무 항공기의 비즈니스클래스를 의식해서 실용성이 희생된 감이 든다. 항공기의 경우 승객이 좌석에서 벗어 날 경우가 많다. 화장실 출입도 그렇지만 장거리 비행의 경우 가끔 빈 공간을 찾아 몸을 스트레칭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버스의 경우 화장실도 없고 두 시간 마다 휴게실에서 정차하기 때문에 운행 중 승객이 좌석을 떠날 일이 없다. 따라서 앞 좌석 등받이가 뒤로 제껴져도 뒷 자리 승객한테 크게 불편을 주지 않는다.
항공기 코쿤형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의 파티션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하나는 앞 뒤 승객한테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TV 모니터를 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버스는 상대적으로 공간이 좁아 항공기의 코쿤 좌석을 설치하기에는 조금 비좁은 편이다. 차라리 좌석을 감싼 파티션을 모니터를 내장하는 기능으로만 이용하여 좌석 옆에는 파티션을 만들지 않으면 발 놀림도 훨씬 편할것 같다.
프리미엄고속버스 편의 장치의 가치는 얼마 . . . . . .
우등고속버스와 프리미엄고속버스의 요금차이는 34,200원, 44,400원으로 거의 만 원 차이다. 버스안에서 노트북을 이용하거나 간단한 사무를 보려면 테이블이 있는 프리미엄고속버스가 나름 가치가 있겠지만 나 처럼 프라이버시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승객이나 장신의 승객의 경우는 오히려 프리미엄고속버스의 좁은 leg room 때문에 우등고속의 좌석이 더 편할 수 있을 것 같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 !
koyang4283
2017년 1월 26일 at 7:00 오후
광고에 이르기를 와이파이 서비스가 된다고 했는데, 안 된다니 아쉽군요. 선생님의 이 글이 아니었으면 내주 부산 갈 적에 이용하려 했습니다만, 와이파이가 안 된다니 그냥 우등고속을 타야할 것 같습니다. 알찬 정보성의 글 잘 읽었습니다.
김 동주
2017년 1월 27일 at 3:23 오전
그래도 경험상 한 번 쯤에 타보시고 결정하시지요.
저는 다시 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좌석에 누울 때 발의 움직임이 불편해서요.
얌전히 있으면 괜찮아도,
좌석파티션으로 객실이 답답하게 느끼는 것도 그렇고.
저는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편이라 . . .
아마 여성 혼자 여행하는 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