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필리핀 마닐라의 한 모임에 침석하기 위해 마닐라를 다녀왔다. 목요일 하루의 일정이었지만 내친 김에 일요일 일찌감치 필리핀항공으로 마닐라로 출발하였다. 아이들한테 잠깐 마닐라를 다녀온다고 하니 걱정부터 한다. 요즘 필리핀의 치안이 많이 불안하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서 전해진 탓이다.
필리핀항공 . . . . . 보유기 63대, 평균기령 5.2년
이번 항공편은 필리핀항공을 선택하였다. 초청자 측 항공비부담이지만 항공요금이 저렴한 필리핀항공을 선택하였다. 양대 국적항공사는 40만원대, 필리핀항공은 30만원을 턱걸이 하고 있다. 필리핀항공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항공사 중의 하나였지만 얼마 전 까지는 유럽취항불가 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낮은 평가를 받아왔었고 최근 새 기종을 대대로 도입하면서 변신에 성공한듯 보유기 63대의 평균기령이 5.2년 정도로 전 기종이 새 기재라 기대도 컸다. 필리핀항공은 마닐라에 하루 두 편 A321기와 A330기가 번갈아 있어 갈 때는 아침항공편 PR467편 A321, 귀국편은 낮 항공편 PR468편 A330을 선택하였다.
필리핀항공 A321기종 . . . . . . 저비용항공사 AirAsia 수준
7월23일 일요일 아침, 인천공항은 휴가를 떠나는 인파로 벌써 가득 찼다. 어린 아이들과 노부모를 동반한 가족이 많아 출입국심사대의 노약자 및 장애자 전용창구는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줄 보다 길이 더 길어 보인다. 출국편 PR467편은 A321 기종으로 등록번호 RP-C9907, 4살이 채 안 된 새 기재다. 날개 끝에는 날카롭고 커다란 윙렛 Winglet이 달렸다. 원래 A320/321 기종에는 Wingtip fence가 기본 디자인인데 요즘은 보다 크고 기능이 강화된 것을 많이 장착하는데 이런 형식은 Sharklet으로 불린다. Winglet은 항속거리를 늘려주며 연료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필리핀항공은 비즈니스클래스, 프리미움이코노미, 이코노미 세 클래스로 구성된다. 프리미움이코노미는 좌석은 그대로 이코노미좌석을 사용하면서 좌석 피치가 34인치로 대한항공 대형기종의 이코노미석 수준이다. 이코노미석의 피치는 30인치, 보통 저비용항공사 수준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좌석과 같다. 국내선이나 일본 노선 정도라면 몰라도 비행시간이 4시간 가까운 필리핀노선에 이용하기에는 불편하다. 물론 몇 년 전 에어아시아필리핀의 A320기로 마닐라를 다녀온 적 있었지만 그때는 유류할증료가 비쌌던 시절 일반항공사와 요금차이가 컸기에 감수했지만 이번에는 초청자측에서 항공요금을 지불하는 조건인데 괜한 선택을 했다는 아쉬움이 생겼다. 다행히(?) 5월에 다친 팔이 아직 완쾌되지 않은 탓에 손목보호대와 팔걸이를 착용하고 지내는데 탑승수속 때 직원이 옆 좌석을 비워 주어 그럭저럭 견딜 수는 있었다.
필리핀항공의 A321 기종에는 따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설은 없다. 휴대한 타블릿 PC가 없으면 다소 지루한 여행이 될 뻔 했다. 비슷한 거리를 운항하는 베트남항공 인천-하노이 편의 A321기는 천정 곳곳에 달린 모니터가 있지만 어차피 요즘 대세인 AVOD 시스템이 아니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마닐라국제공항 . . . . . . 3개의 터미날, 환승은 승객 몫
마닐라국제공항은 모두 터미널이 3개로 구분 된다. 제1터미날은 외국항공사, 제2터미날은 필리핀항공, 제3항공은 필리핀항공과 일부 외국항공사들이 이용한다. 시설과 규모를 보면 신축된 순서대로 제3터미날이 가장 크고 좋은 편이다. 그러나 마닐라국제공항에서 환승하는 경우 터미날이 바뀌면 같은 필리핀항공이 아니면 환승서비스는 없고 완전히 승객의 몫이다. 별도의 환승창구가 없고 일단 입국수속을 하고 난 후 셔틀버스로 터미날을 이동하여 다시 출국수속을 해야 한다.
마닐라국제공항은 안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환송객으로 인한 혼잡을 줄이기 위한 것인지 여권과 항공권을 가진 승객이 아니면 터미날 안에 들어갈 수 없다. 터미날 1,2의 경우는 그렇다 해도 새로 만든 제3터미날도 마찬가지다. 일단 승객의 입장에서는 터미날이 붐비지 않아 좋지만 입구 주변은 배웅이나 마중나온 친지들로 붐비는 모습이다.
필리핀의 공항택시에 변화가 생긴것 같다. 미터택시 승차장이 생겼다. 이곳에서 행선지를 얘기하면 행선지와 주의사항이 적힌 안내서를 승객한테 준다. 여기에는 마닐라 요금체계와 주의사항, 기사에 불만이 있는 경우 신고하는 방법 등이 적혀 있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필리핀의 새 대통령 두테르테의 덕인가 ?
그러나 국적항공사인 필리핀항공이 사용하는 제2터미날에는 제1,3 터미널에도 있는 Priority Pass나 다이너스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사설 라운지 등이 없는 것이 아쉽다.
필리핀항공 A330의 개악 . . . . . . 저비용항공사 AirAsia X 보다 더 좁아
귀국편 PR468의 기종은 A330. 4년 전 필리핀항공의 같은 기종을 이용한 적 있었지만 객실에 좋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필리핀항공이 한국 노선에 보내는 기종 A330, A321은 모두 기령이 4년이 안 되 기체노령화 문제는 없지만 아쉽게도 A330 기종도 좌석배열은 저비용항공사 수준이다. 4년 전 필리핀항공의 A330 기종은 분명 좌석피치가 32인치에 배열도 이 기종의 표준인 2-4-2 으로 괜찮은 편이었지만 필리핀항공이 좌석 수를 늘리기 위해 새로 좌석배열을 3-3-3으로 한 열에 좌석 하나를 추가해서 바꾼 것 같다. 좌석의 앞 뒤 간격도 줄더들었고 한 열에 좌석이 8개 였던 것이 9개로 늘로났으니 당연히 좌석폭이 좁아졌다.
A330-300 좌석수 . .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276석, 필리핀항공 368석
A330에 좌석배열이 3-3-3 이라면 저비용항공사인 AirAsia X와 같은 수준 이다. 아니 그래도 AirAsiaX는 3-4-3 배열이지만 A330이 중장거리노선용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좌석피치는 일반항공사와 같은 32인치를 유지하고 있는데 일반항공사로 분류되는 필리핀항공은 그 보다도 못한 30인치 수준이니 닭장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같은 기종인 A330-300을 일등석 6석, 비즈니스석 18석, 일반석248~252석 등 모두 272~276석으로 꾸몄지만 필리핀항공 A330은 비즈니스석 18석 포함해서 무려 368석 이다. 필리핀항공 A330 기종에는 좌석공간이 월등히 넓은 일등석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도 좌석 수에 큰 차이가 있다.
항공기는 같은 기종이라도 항공사 마다 꾸미기 나름이고 B777 기종의 경우 일반석 배열이 2-5-2 또는 3-3-3이 기본배열이지만 점차 많은 항공사들이 프리미움이코노미클래스를 새로 만들면서 줄어드는 좌석을 일반석에서 보충하기 위해 일반석을 3-4-3로 늘리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B777 기종에 비해 객실 폭이 66cm 좁은 A330이 좌석 배열을 하나 늘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어서 일반항공사들은 2-4-2를 고수하고 있는데 일반항공사로서는 드물게 3-3-3 배열을 하고 있다. A330 기종의 좌석을 3-3-3 으로 배열하려면 좌석 폭이 17.5~18인치에서 크게 줄어든 16인치 수준이 된다. 만일 건장한 체격의 남자승객이라면 만일 3-3-3배열의 A330 기종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통로 측 좌석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좌석배열을 같은 기종이라도 항공사 마다 꾸미기 나름이지만 일반석만 배열하고 있는 제3출입문과 제4출입문 사이의 객실좌석을 비교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110석, 필리핀항공은 140석으로 필리핀항공의 일반석은 우리나라 국적항공사에 비해 무려 23% 정도 좌석공간이 좁다.
AVOD 기내엔터테인먼트 시스템 . . . . . . 유료로 운영
필리핀항공 A330 객실벽에 My PAL Player, WiFi, Mobile 세가지 마크가 크게 그려져 있다.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가 되는 줄 알았는데 A330 기종에는 좌석마다 AVOD 시스템이 없다. 기재가 구형이라 없는 것은 아니다. 투자에 인색한 것인지 아니면 부대 수익을 위한 것인지 포타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임대하고 있다.
이런 방법은 10년 전 항공사들이 구형기재에 미처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을 때 일부 항공사들이 비즈니스클래스에 무상으로 대여한 경우는 있지만 일반항공사에서 유료서비스를 하는 것은 처음 본 것 같다.주로 단거리 기종인 A321 이라면 모를까 중장거리에도 취항하는 A330 기종에도 없다는 것은 다소 실망스럽다.
필리핀항공 기내식 . . . . . . 한국인 승객의 입맛에 맞아
이번 왕복 필리핀항공의 비행에서 가장 반가운 것은 기내식. 기내식이 한국인 입맛에 충실한 듯 하다. 인천출발편 뿐만 아니라 마닐라출발편에도 고추장이 제공된다. 귀국편에는 소량이지만 깍두기 까지 나왔다. 그동안 김치를 제공하는 경우는 많이 있어도 반찬에 깍두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그래도 요금이 싸니까 선택한다면 . . . . . . 복도측 좌석을 선택할 것
승객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항공권을 원해 필리핀항공을 선택했으니 좌석이 좁아도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저비용항공사 보다 못한 수준으로 좌석을 무리하게 배열한 것은 일반항공사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선택인것 같다. 그래도 싼 요금 때문에 필리핀항공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 반드시 여유 공간이 있는 복도쪽 좌석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