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9일 인천공항에서 특별도장을 한 UA항공의 B747-400기를 보았다. UA 항공의 도장은 동체 앞 부분에 UNITED 라는 커다란 글씨와 수직꼬리날개에 합병전의 Continental항공의 상징인 지구촌모형의 디자인으로 칠해져 있다. 그런데 이날 본 UA B747기는 기존의 폰트와 조금 다르고 소문자로 United 표기 앞에는 별이 네 개 그려져 있고 뒤로는 ‘747 Friend Ship’ 라고 적혀있다. 이 부분에 덧칠한 흔적이 뚜렷한 것으로 보아 도장을 바꾼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날 인천공항에 모습을 보인 UA B747-400, 기체등록번호 N121UA는 UA항공사 B747 기종의 마지막 고별비행이었다. 이날 내가 탑승할 항공편과 시간이 맞지 않아 출발 게이트앞에서 펼친 고별비행 세레모니를 보지 못했지만 UA 항공사는 게이트 앞에 이번 비행이 B747 마지막 비행을 알리는 커다란 기념판을 세우고 승객들한테 고별비행 탑승선물을 배포하였다고 한다.
UA B747 고별비행을 위한 샌프란시스코-호놀루루 특별항공편 UA747편
한편 11월7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도 또 다른 UA B747 고별비행이 있었다고 한다. 10월29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샌프란시스코행 UA182편은 국제선으로서 마지막비행이었고, 이와 별도로 UA 항공은 UA B747기의 1970년 첫 비행코스였던 샌프란시스코-호놀루루 노선에 47년 만에 특별기를 띄워 작별을 고하는 기념식을 한 것이다. 아마 United 글씨 앞에 그려진 별 네 개는 47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B747 고별항공편은 기존 운항편에 B747기를 대체 투입한 것이 아니라 추가로 UA747편으로 명명한 특별기 성격이었다. UA가 처음 이 노선에 취항했던 기종은 B747-100 초기기종이었고 그동안 점보기는 B747-200, B747-300을 거쳐 B747-400까지 등장하여 마지막 고별비행에 나선 기종은 B747-400 이다. UA항공은 그동안 보유했던 B747-400기를 모두 퇴역시켜 N121UA와 N118UA 두 기재만 남았는데 N121UA기는 마지막 국제선인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 N118UA기는 UA는 국내선 샌프란시스코-호놀루루 노선에서 고별비행의 역할을 분담한 것이다. 이들 기재는 모두 1999년 제작된 것으로 아직 제몫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태이지만 경제성에 밀려 일찌기 퇴역하게 되었다. 대한항공도 B747-400 여객기는 3대 남아 김포-제주 노선과 일부 국제선에 취항하고 있어 머지 않아 퇴역할 것으로 보인다.
B747기는 1970년 부터 거의 반세기 동안 ‘Jumbo’, ‘Queen of the sky’ 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항공여행의 대중화를 이끌어 왔었다. 이전의 장거리 기종이었던 B707은 항속거리에 제한을 받아 미국 동부에서 아시아지역으로 오려면 앵커리지에서 급유를 받아야 했지만 B747기의 등장으로 태평양노선도 논스톱비행이 가능해지게 되어 1990년대 중반 까지는 장거리 국제노선을 독점하는 위치에 올랐었다.
세계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미국항공사들의 경우를 보면 B747-400기종을 보유한 항공사는 Delta와 United항공 뿐이었다. Delta항공은 합병전의 Northwest가 보유했던 B747-400기를 넘겨 받았는데 Northwest와 United 모두 운항거리가 긴 태평양횡단노선에서 우위를 보였던 항공이다. 반면 태평양노선에 비해 항속거리가 짧은 대서양노선에 강세를 보였던 American 항공 등은 B747-400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B777은 경제성에서 앞섰지만 엔진이 두 개인 기종은 엔진사고를 대비해서 ETOPS라는 규제가 있어 장거리 노선에서는 B747-400의 벽을 뛰어 넘을 수 없었다. 그러나 보다 강력하고 안전성 높은 엔진이 개발되면서 ETOPS 규정이 더 이상 의미가 없을 정도가 되자 B747-400의 장벽이 빠르게 무너지게 되었다.
B747의 경쟁기종은 ? . . . . . . 경쟁사 기종이 아닌 동생뻘 B777
보잉사의 B747기를 점차 퇴역의 길로 안내한 것은 공교롭게도 경쟁사가 아닌 보잉사의 후속기종인 B777 이다. B747기는 엔진이 4개 지만 twin-jet 기종인 B777기가 등장하면서 고유가 시절에 경제성에서 뒤지게 되어 주문이 줄어들게 되었다. B777 직전에 에어버스의 A340/330도 등장했지만 A330은 항속거리가 B747에 비해 훨씬 짧아 B747에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B777기는 엔진이 두 개 뿐이지만 강력하고 안전한 엔진을 채택한 B777-300ER 기가 등장하면서 수송능력에서 B747-400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연료비와 엔진유지비용이 적어 많은 항공사들이 B747-400기를 B777-300ER이나 B777-200LR로 교체하게 되었다.
B747-400과 동병상련인 에어버스 A340
한편 경쟁사인 에어버스도 1990년대 중반 엔진이 4개인 A340과 엔진이 2개인 A330을 연달아 내놓았는데 A340도 A330에 비해 경제성에 밀려 조기에 단종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에어버스는 처음에 항속거리가 긴 엔진4개인 A340과 경제성을 앞세운 엔진 두 개의 A330을 연이어 개발했지만 A340이 필요한 노선이 그리 많지 않은 탓인지 역시 동생뻘인 A330의 경제성에 밀려 조기 단종되는 비운을 겪었다. B747과 A340 모두 경쟁사 기종이 아닌 동생들한테 밀려나는 입장이 된 것이다.
끈질긴 점보기 B747의 운명 . . . . . . B747-8의 등장
보잉사는 B747-400의 인기가 꺾여가고 있는 와중에 B747-400의 후속기종으로 B747-8을 개발하였다. 경쟁사인 에어버스사가 초대형점보기 수퍼점보 A380을 개발했지만 보잉은 더 이상 초대형기종의 수요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크기는 작아도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기종인 B787 Dreamliner를 개발하게 되었다. 그러나 초대형 수퍼점보기 A380은 여객기종 뿐 화물기가 없어 B747-400기는 화물기로는 여전히 수요가 있어 보잉은 B787 Dreamliner에 채택된 새로운 기술을 기존의 B747-400에 접목시킨 B747-8을 개발하였다. B747-8기도 대부분 화물기는 꾸준히 주문이 있지만 여객기로는 Lufthansa, 대한항공, Air China 정도만 도입하였을 뿐이다.
이번 UA 항공의 B747-400기 퇴역 뿐 아니라 일본의 JAL이나 ANA 항공도 점보기의 마지막 고별비행을 사전 공고하여 많은 항공애호가들의 관심을 가져왔다. 고별기에 일부러 탑승하는 애호가들도 있고 마지막 비행의 착륙장면을 렌즈에 담으려는 카메라맨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이제 B747-400기의 퇴역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대한항공은 B747기 총 생산대수의 6% 가까운 88대를 도입해서 일본의 일본항공(JAL, 114대), 영국항공(BA, 101대), 루프트한자(LH, 90대)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B747기를 많이 운항시켰던 항공사다. UA B747기의 고별비행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항공사들도 이런 이벤트를 통해 항공애호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게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건식
2018년 1월 10일 at 9:29 오후
김원장님 여행이야기는 볼 때마다 새롭고 흥미롭습니다. 특히 해박한 항공 지식과 기타 여행 지식을 사진과 설명을 곁들여 상세하게 설명 해 주셔서 더 재미난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추언으로 밑에서 3번째 사진 상의 B747-400, B747-8 사진 설명이 바뀐 것 같네요. 추운 겨울 건강하고 항상 즐거운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김 동주
2018년 1월 10일 at 10:59 오후
과찬의 말씀입니다. 지적하신 것은 수정했습니다. 자신이 쓴 글은 여러번 검토해도 잘못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