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관광대국 . . . . . 항공에 비해 뒤진 철도산업
태국과 말레이지아의 철도는 두 나라의 항공산업에 비해 뒤쳐지는 편이다. 태국과 말레이지아는 관광대국답게 항공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세계적인 지명도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철도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한 참 뒤지고 있다. 방콕에서 핫야이 까지 945km를 가장 빠른 특급열차가 15시간 넘게 달리니 Express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정도로 평균시속이 70km/h에도 못 미친다. 말레이지아도 전철화사업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싱가폴까지 자동차로 3~4시간 걸리는 거리를 특급열차도 7시간 넘게 걸렸을 정도다.
동남아시아에서 철도사업의 현대화를 시작한 것은 말레이지아가 앞섰다. 이미 6년 전 말레이반도를 종단으로 기차여행을 하였을 때 철로 주변에 새로운 철도를 건설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태국 국경역인 파당베사르 Padang Besar부터 쿠알라룸푸르를 지나 게마스 Gemas까지 전철화가 끝난 것 같다. 2011년에만 해도 방콕을 출발한 핫야이행 태국특급열차가 이등석 침대칸만 따로 분리시켜 침대를 좌석으로 변환하고 말레이지아의 Butterworth까지 운행하고 있었다. 출입국수속은 Padang Besar역에 도착한 승객은 소지품을 챙겨 기차에 내려 태국출국수속과 말레이지아입국수속을 차례로 받아 다시 같은 기차에 오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여행에서는 더 이상 태국기차가 말레이지아 국내도 들어가지 않고 국경 Padang Besar에서 Butterworth 까지는 Komuter나 ETS(Electric Train Service) 특급이 운행하고 있으며 직접 쿠알라룸푸르 까지 운행하는 ETS 특급도 생겼다. 핫야이에서 국경역 Padang Besar 까지는 오전 오후 별도의 셔틀트레인도 생겼다.
동남아시아 철도산업의 근대화 . . . . . . 아쉽게 배제되는 듯한 한국기업
여기서 이런 변화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느끼데 된다. 2011년 이용했던 태국특급열차는 우리나라 대우중공업에서 도입한 차량이었지만 전철화사업을 이루고 새로 도입한 차량들은 아쉽게도 중국의 비중이 커져가는 것 같다.
말레이지아 기차여행 . . . . . . 첫 번 경유지 Alor Setar
Padang Besar까지 전철화가 이루어져 Padang Besar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Butterworth행 일반전철 Komuter와 Butterworth, Kuala Lumur행 고속열차 ETS가 생겼다. 태국 핫야이에서 기차로 Padang Besar역에 도착한 경우 출입국수속을 마치면 Komuter가 쉽게 연결된다. Padang Besar발 Butterworth행 Komuter는 쿠알라룸푸르 근교에서 사용하는 일반전철과 같다. 승객이 많지는 않은듯 3량이 한 세트로 우행되는데 이 차량은 현대로템에서 제작한 것이다. 태국의 기차에서는 대우중공업, 말레이지아의 기차에선 현대정공(로템의 옛이름)의 국산차량이 있다. 아쉽게도 태국과 말레이지아는 새로 도입하는 차량을 중국에서 구입하고 있다.
Padang Besar에서 Komuter로 이동할 경우 말레이지아의 첫 경유지는 Alor Setar 이다. Alor Setar는 Kedah주의 수도로 이슬람 색채가 어느 곳 보다도 강한 곳이다. 한편 이곳은 말레이지아의 대 정치인 마하티르 전 수상이 태어난 곳으로 그의 생가는 박물관으로 보존되어 있다. Alor Setar는 그리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오전에 도착하였다면 반나절 둘러 보고 다음 기차로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도 된다.
Komuter 노선의 종착역 . . . . . . Butterworth
Padang Besar를 출발한 Komuter의 종착역은 Penang 섬으로 유명한 Butterworth다. 6년 만에 찾은 Butterworth역은 전철화사업에 따라 역사도 트랙 위로 새로 지었다. Butterworth에서 Kuala Lumpur까지는 ETS 특급이 자주 운행되고 있다. Penang 섬은 Butterworth 앞 바다에 있는 세계적인 휴양지였지만 지금은 산업도시의 위상만 유지하면서 휴양지로서의 명성은 다른 곳에 비해 점점 밀리는 편이다. Butterworth에서 Penang까지는 바다를 건너 현대건설이 1985년에 완공한 길이 13.5km의 페낭대교와 중국자본과 중국기술에 의해 최근 2014년 완공된 페낭제2대교가 있지만 여전히 Butter worth역 주변의 선착장에서 페리도 운행되고 있다.
페낭 . . . . . 씨없는 수박 신세 ?
Penang 섬은 쿠알라룸푸르 다음으로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곳이기는 하지만 말레이지아에서의 위치가 다소 미묘한 곳이다. 말레이지아는 국왕이 있는데 독특한 세습제로 이어간다. 말레이지아는 13개 주로 구성되고 그중 9개 주의 술탄이 돌아가면서 5년 임기의 국왕에 오른다고 한다. 여기에서 소외된 4개 주의 하나가 페낭이다. 페낭에서는 국와을 배출할 수가 없다. 페낭은 말레이지아에서 화교의 세력이 가장 큰 곳이기도 하다. Penang의 중심인 Georgetown의 분위기는 말레이지아의 다른 도시와 사뭇 다르다. 영국식민지 시절의 유적도 많고 중국사원들도 많이 보인다.
Penang이 원래 유명한 곳은 해양휴양지의 성격이 있지만 사실 페낭의 해변은 바다가 그리 맑지는 않다. 전에 교통편이 그리 좋지 않았을 때는 쿠알라룸푸르에서 가까운 페낭이 각광을 받을 수 밖에 없었지만 최근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항공망이 점차 넓어지고 항공요금도 낮아지면서 휴양지로서의 페낭의 위치는 점차 줄어드는 기분이다. 페낭섬에서는 페낭대교를 건너 직접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고속버스도 있다.
말레이지아 철도현대화의 1차 결실 . . . ETS (Electric Train Service)
Butterworth(Penang)에서는 Kuala Lumpur까지 새로운 신형특급인 ETS(Electric Train Service)가 운행된다. ETS는 말레이지아철도 현대화사업으로 2010년에 Kuala Lumpur – Ipoh 노선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ETS 는 중간 경유역 수에 따라 ETS Platinum, ETS Gold로 구분되어 요금에서 차이는 있지만 객실은 단일 클래스로 운영된다. ETS 차량은 초기에는 우리나라 로템에서 도입하였는데 2차로 추가도입할 때는 중국에서 도입하여 아쉬움을 남긴다.
현재 말레이지아는 ETS와 별도로 초고속열차를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일본의 신칸센, 우리나라 KTX, 중국 세 나라가 경합하고 있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 중앙역 앞에 있는 대형 쇼핑센터에는 한류스타를 앞세운 KTX 홍보관도 있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그리 전망이 밝지만은 아닌 것 같다.
ETS . . . . . . 속도는 빨라졌지만 좌석공간은 좁아져
ETS는 순간최고속도가 140km/h, 평균주행속도가 100km/h 정도로 속도는 빨라졌지만 구형특급에 비해 좌석은 좁아져 불편한 편이다. 구형특급은 일등석의 경우 좌석배열이 2+1로 무척 공간이 넓고 이등석의 경우도 좌석배열이 2+2 이지만 좌석을 회전시켜 방향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ETS 좌석은 객실 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이 서로 등을 지는 방향으로 좌석이 고정식이라 좌석의 50%가 역방향 이다. 나의 경우 역방향좌석에는 익숙해서 거부감이 없지만 좁아진 ETS 좌석은 창가승객이 복도를 출입하기에도 불편할 정도로 좁다. 전에는 전원장치도 팔걸리 부근에 편리한 위치에 있었는데 ETS 객실에는 좌석 아래로 옮겨져 불편하다. 좌석 폭도 우리나라 일반고속버스 수준으로 좁은 편이다. ETS 에서 입석을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복도를 넓게하면서 좌석을 좁게 한 이유를 모르겠다.
개인적인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현대로템에서 제작한 차량보다 중국에서 도입한 차량이 조금 더 공간이 좁게 느껴진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중국산 차량이 좀 더 모던하지만 좌석 테이블과 휴대품을 보관하는 그물망 주머니는 로템에서 제작한 차량이 훨씬 좋은것 같다.
말레이지아철도에서는 구형 특급시절 부터 일등석에서는 음료와 스낵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 서비스는 ETS 에서도 제공되고 있다.
Butterworth 출발 노선의 첫 번 경유지 . . . . . . Ipoh
Butterworth 에서는 ETS로 여행한다. 다음 경유지는 Ipoh다. Ipoh는 쿠알라룸푸르에서 2010년 ETS가 가장 먼저 개통된 곳이기도 하다. 말레이지아의 주요 역은 ETS 특급이 취항하면서 트랙의 플랫홈으로 이동하는데 에스컬레이터 시설을 갖추었다. Ipoh역은 Kuala Lumpur 1910역과 함께 고풍스러운 모습을 간직한 역이다.
Perak주의 수도인 Ipoh는 말레이지아에서 세번 째로 큰 도시인데 역시 페낭과 함께 중국세가 강한 곳이다. 이곳은 한때 주석광산으로 번영을 이뤘지만 지금은 광업이 사양산업이 되면서 성장세는 정체되었다고 하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 특급열차로 2시간 걸리는 거리로 여전히 말레이지아를 찾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다.
방콕을 출발한 여정은 국경을 넘어 Aloe Setar, Butterworth(Penang), Ipoh를 거쳐 말레이지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다. 말레이지아는 이슬람사회의 중요한 관광국가로 쿠알라룸푸르는 유난히 중동지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말레이지아가 이슬람 국가이며 규율에 엄격한 종교경찰도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슬람의 금주문화를 외국인은 물론 자국인에도 강요하지는 않는 곳이다. 아마 중동의 부자들이 쿠알라룸푸르를 많이 찾는 이융 중의 하나가 좀 더 자유로운 엔터네인턴트를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 개인적으로도 쿠알라룸푸르는 무척 마음에 드는 곳이다. 너무 인위적으로 깔끔 떠는 싱가폴에 비해 사람들 숨결을 느낄 수도 있고 이슬람을 국교로 내세우긴 하지만 다양한 국적과 종교가 어우러진 것이 매력의 포인트 이기도 하다. 내가 쿠알라룸푸르를 많이 찾는 이유중의 또 하나는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하는 항공요금이 가장 싸다는 것도 들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걸리는 방콕이나 자카르타 까지도 왕복 USD.50~100이면 가능하고 싱가폴까지는 일찍 예약하면 공항세가 비싸서 그렇지 거의 공짜요금도 가능한 상황이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싱가폴행 특급열차
방콕에서 시작된 말레이반도 기차여행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마치게 된다. 말레이지아에 ETS가 등장하면서 예전에 운행되었던 특급열차가 사라졌다. 쿠알라룸푸르에서 ETS가 중간지점인 Gemas역까지 운행되지만 Gemas에서 싱가폴국경과 마주한 조호바루까지는 일반열차만 운행되어 연결이 좋지 않아 싱가폴로 가는 교통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싱가폴 까지는 저비용항공사나 고속버스 등이 있어 기차가 중요한 교통수단은 아니었지만 야간특급열차까지 중단된 것은 무척 아쉽다. 물가가 비싼 싱가폴의 중급호텔 보다 싼 야간특급열차요금은 쿠알라룸푸르에서 싱가폴로 가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싱가폴행 야간열차의 일등석 침대칸은 태국의 야간특급보다 시설이 좋았다. 객실마다 TV가 있었고 샤워시설을 갖춘 화장실도 객실마다 있다. 침대도 좌석을 변형하는 것이 아니라 객실 벽에 내장된 매트리스를 꺼내 좌석 위에 펼치는 방식이라 편하다. 침구도 얇은 시트를 주는 태국야간열차에 비해 하얀 린넨이 깔린 모포다. 일등석침대(2013년 환율로 약 45,000원) 의 경우 간단한 도시락세트와 음료수, 그리고 세면도구도 제공되었다.
싱가폴까지의 기차노선은 2011년6월 까지는 싱가폴 깊숙히 남단에 있는 Tanjung Pagar역까지 운행되었다. 그후 2011년 7월 부터는 싱가폴 내의 Tanjung Pagar역이 폐쇄되었고 조호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말레이지아의 조호바루와 마주보고 있는 Woodland 역까지만 운행되었다. 이 역은 종전에는 싱가폴 출입국수속을 하는 역이었다. Tanjung Pagar 역이 1932년 생긴 이래 거의 80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현재는 조호바루-Woodland(싱가폴) 셔틀트레인이 운행
이제는 말레이지아 내륙에서 직접 싱가폴로 들어가는 직행노선도 없어졌다. 다만 조호바루해협을 건너 말레이지아 국경도시인 조호바루와 싱가폴 Woodland역을 잇는 운행시간 5분의 셔틀트레인만 운행 된다. 하루 11~13차례 운행되는 이 셔틀트레인은 아마 라오스 타날렝역과 태국 농ㅋ이역을 잇는 국제선 보다 더 짧아 세계에서 가장 거리가 짧은 국제열차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 여행에서 국경 셔틀트레인은 이용하지 않았지만 말레이지아철도청 홈페이지를 보면 지정좌석제로 운영되어 사전에 예약이 필요할 것 같다.
조호 해협을 가로지르는 Johor Causeway Bridge에는 철길과 자동차용, 이륜자동차용 전용도로가 같이 놓여있고 철길 반대편에는 싱가폴에 식수를 공급하는 대형파이프도 보인다. 이 다리에는 조호바루에서 싱가폴로 일하러 가는 인파가 많아 아침에는 싱가폴행, 저녁에는조호바루행 차선에 많은 자동차와 이륜차로 붐빈다.
싱가폴과 말레이지아를 잇는 국제열차에서 요금시스템을 보면 특이한 사항이 있다. 같은 노선이라도 싱가폴 출발요금과 말레이지아출발 요금에는 차이가 있다. 싱가폴출발의 경우 같은 구간의 말레이지아출발 요금에서 통화 단위만 바뀐다. 이런 현상은 내가 싱가폴-쿠알라룸푸르 국제열차를 이용할 때 부터 있었던 시스템인데 셔틀트레인에도 적용되고 있다. 아마 오래 전에는 싱가폴달러와 말레이지아링깃의 가치가 대등했을 때 생긴 요금시스템인것 같지만 링깃과 싱가폴달러의 환차가 큰 지금에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즉 조호바루-Woodland(싱가폴) 요금은 RM.5 (약 1300원) 인데 Woodland-조호바루 요금은 SGD.5 (약 4000원) 으로 3배나 비싸다. 전에도 싱가폴에서 쿠알라룸프루로 올라가는 경우 이런 모순을 피하기 위해 일단 싱가폴에서 조호바루까지 구간과 조호바루에서 쿠알라룸푸르 까지 구간으로 나누어 표를 끊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