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측 대표 김영남 일행이 김정은 전용기편으로 내려왔다. 북측 대표들에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이 포함된다고 알려진 후 부터 이들이 타고 올 항공편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그러면 북한의 김정은 전용기와 북한의 고려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기종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 본다.
고려항공 . . . . . . EU BAN (유럽취항금지) 리스트에 단골
북한의 고려항공은 모두 24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중 5대는 퇴역한 것으로 보여지며 나머지 19대는 거의 50년 된 낡은 기체도 있으며 평균 기령이 32.5년 될 정도로 대부분 기체가 낡은 상태다. 북한은 유럽내취항을 금지하는 유럽연합의 EU BAN 리스트에 올라 유럽에 취항이 금지된 항공사다. 북한은 김정은 전용기와 같은 기종인 일류신 IL-62M 두 대, 남북교류가 활발했던 김대중 정권때 김포공항에 자주 들렀던 투볼레프 TU-154, TU-134 등은 모두 기체안전문제로 그동안 북한을 감싸기만 했던 중국조차 중국영공취항금지령을 내려 현실적으로 국제선에 취항이 막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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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항공 . . . . . . 45년~49년 된 낡은 희귀기종 시승상품으로 외화벌이
고려항공은 이 외에도 50년대 말 개발된 터보프롭기종 AN-24와 IL-18 등이 있지만 기령이 45년~49년이 된 상태에도 퇴역시키지 않고 아직도 현역으로 남아 있다. 고려항공은 아주 희귀 기종이 된 이들 기종을 러시아항공기 매니아들을 상대로 시승하는 관광상품을 만들어 외화획득까지 하고 있었지만 대북제재로 이마저 어렵게 된 것 같다.
국제선 취항가능한 기종은 . . . . . . TU-204 2대, AN-148 2대 등 4대 뿐 !
현재 고려항공이 보유한 기종 중에서 국제선취항이 가능한 기종은 2007년 이후에 도입한 러시아 투볼레프사의 TU-204기 2대와 우크라이나 안토노프사의 AN-148기 2대 등 모두 4대 뿐이다. TU-204 기종은 러시아 투볼레프사가 개발한 중단거리용 기종으로 1995년에 상용서비스에 들어가 현재 83대가 생산되었으며 주로 러시아의 중소항공사와 쿠바항공 등이 도입하여 취항시키고 있다. 고려항공은 2007년 TU-204(P-632)을 도입한 이후 2010년에 TU-204(P-633)기를 추가로 도입했다. 처음 도입한 TU-204기(P-632)는 1993년 러시아의 한 항공사가 주문해서 생산되었지만 팔려가지 않고 제작사인 투볼레프사가 보유하고 있던 기체를 2007년에 도입한 것이며 제2호기인 P-633은 2010년에 새 기체를 도입한 것이다. 고려항공의 TU-204 기종은 EU BAN 리스트에서 제외되었지만 중단거리용 기종으로 서유럽은 물론 가장 가까운 모스크바노선에도 취항할 수 없다.
AN-148은 안토노프사가 2004년에 개발하여 2년부터상용서비스에 들어간 단거리 기종으로 동북아시아권을 벗어 나지 못한다. 크기도 70~80인승으로 제트여객기 중에서는 자가용 전세용으로 사용하는 기종을 제외하면 가장 크기가 작은 편에 속한다. AN-148기는 현재 42대가 생산되었으며 러시아의 군소항공사와 쿠바항공과 고려항공 등 만 보유하고 있다. 지금 고려항공이 운항하는 국제선은 이들 4대를 이용하여 중국의 베이징, 심양, 그리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 노선이 전부지만 그나마 운항 회수도 많지 않다.
고려항공 AN-148 . . . . . . 김정은 전용기에 혼선을 빚어
고려항공이 도입한 AN-148기는 한 때 김정은의 새로운 전용기로 잘못 알려져 혼선을 빚은 일도 있었다. 2014년에 김정은이 고려항공의 AN-148기에서 내리는 모습의 사진이 중국의 언론매체를 통해서 공개되었는데 국내언론은 이를 김정은의 새로운 전용기라고 보도하였다. 김정은은 비행기를 멀리 했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비행기를 가까이 했는데 김정은이 고려항공 AN-148기를 직접 조종하여 이륙하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김정은의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이 조종간을 잡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김정은이 조종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김정은이 비행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틀임없는 일인 것 같다.
한편 김정은이 2015년 러시아의 승전기념일에 초청을 받았는데 그 시기에 고려항공이 새로 주문한 AN-148 2호기의 최종 조립상태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김정은이 러시아방문을 대비하여 새로 주문한 전용기라는 기사가 우리나라 언론에 소개되었다. 이 언론매체는 이 기체가 김정은 전용기라는 근거로 기체도장에 그려진 인공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듯한 곡선형으로 바뀐 것과 유리창의 도장이 기존의 고려항공기와 다르다는 점을 들었지만 러시아항공기 전문사이트에 올려진 고려항공의 최근 사진을 보면 고려항공은 이미 이런 기체도장을 다른 기종에도 바꾸고 있는 것이 나타났다.
그보다도 AN-148 기종은 항속거리가 짧은 단거리용으로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운항하려면 유류공급을 위해 중간에 두 도시를 경유해야 하기 때문에 김정은이 러시아방문때 AN-148을 이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특히 이 기체는 여객기로는 가장 크기가 작은 소형으로 권위를 내세우는 국가원수급 전용기로는 어울리지 않는 기종이다.
여객기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고 있는 planespotters.net의 자료를 보아도 고려항공이 보유한 AN-148기는 비즈니스석 8석, 일반석 62석을 갖춘 정규여객기 구조를 하고 있어 국내선용이 아니라면 장거리 비행의 VIP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김정은 Air Force Un IL-62M의 실체는 ? . . . . . . . 김정은 나이 보다 한 살 어려
김정은 전용기는 Air Force Un 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대통령전용기를 의미하는 Air Force One에서 One을 김정은 이름의 Un으로 바꾼 것이다. 김정은의 전용기가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2014년 5월 이다. 이때 공개된 김정은의 전용기는 북한정부소속인 IL-62M 기종이다.
IL-62기는 구소련이 1963년에 개발한 기종으로 당시에는 서방세계의 경쟁기종이었던 Boeing B707 이나 Douglas DC-8 보다 커서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라는 타이틀을 가진 기종이기도 하다. 김정은 전용기로 사용하고 있는 IL-62M 기는 IL-62기의 개량형으로 1974년에 개발되어 1995년에 단종된 모델이다.
고려항공은 모두 5대의 IL-62M기를 도입했는데 그 중 1985년 도입한 P-618기와 1989년 도입한 P-882 두 대를 1993년에 북한정부소속으로 넘겨 VIP용으로 사용하였다. 김정일은 고소공포증과 암살을 우려하여 비행기를 멀리하여 전용기를 거의 운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김정은은 비행기를 가까이 하고 있다. 김정은이 집권한 이래 비행기를 타고 지방을 순방한 일이 잦아 졌다. 그러던 중 2014년 5월 북한공군행사에 전용기에서 내리는 김정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김정은 전용기가 세상에 처음 소개된 것이다. 수직꼬리날개에 김정은을 상징하는 ‘왕별’ 마크가 그려졌고 동체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글씨가 크게 그려져 있다. 이 기체의 등록번호는 P-618에서 김정은 전용기로 사용하면서 P-883을 변경되었다.
오늘 김정은 전용기를 보도하면서 대부분 언론매체에서는 두리 뭉실하게 IL-62M기가 노후된 기종이란 것만 강조할 뿐 구체적이고 정확한 설명이 없지만 김정은 전용기는 1985년 8월에 제작된 기체이니 김정은(1984년생) 나이 보다 한 살 어린 33살 된 것이다. 고려항공이 2015년 초 신형 AN-148기를 도입할 때만 해도 우리 언론에서 소형제트여객기에 불과한 AN-148기를 새로운 김정은 전용기라고 판단한 것도 김정은 전용기가 너무 낡았기 때문이었다.
고려항공 . . . . . 쿠바항공이 퇴역시킨 IL-62M기체를 구입한 이유는 ?
그런데 김정은 전용기와 맛물려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고려항공은 IL-62M기 5대를 1979년 부터 1989년 까지 다섯 대를 도입했는데 모두 새 기체였다. 그런데 2012년 고려항공은 쿠바항공이 1988년 도입하여 2011년 퇴역시킨 중고 IL-62M(CU-T1280)기를 2012년 도입하여 1년 뒤인 2013년에 폐기한 기록이 있다. 그리고 러시아기종의 자료를 소개하고 있는 russianplanes.net에는 쿠바항공에서 고려항공으로 팔려간 이 기체에 대한 설명에서 고려항공이 부품공급용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마 별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던 북한정부소속으로 있던 IL-62M 두 대 중 한 대를 김정은 전용기로 개조하기 위해 부품조달용으로 이 비행기를 도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가능한 일이다.
북한은 현재 김정은 전용기 외에 IL-62M 한 대를 VIP용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1995년 단종된 기종이라 부품조달이 어려운 탓인지 잘 운항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4년말 김정은의 특사로 모스크바를 방문하던 최룡해 일행이 탄 비행기가 기체결함으로 회항한 사실이 있는데 이때 사용한 기체가 김정은 전용기 외의 다른 한 대의 IL-62M P-882기로 추정되고 있다.
2015년 김정은이 모스크바 승전기념일 참석을 취소한 이유는 ?
김정은이 2015년 푸틴의 초청으로 모스크바에 승전기념일 행사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취소한 이유 중의 하나도 마땅한 항공편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시 북한의 항공편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항공계에서는 과연 김정은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 어떻게 갈 것인가를 두고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푸틴은 북한의 사정을 알고 김정은한테 특별기를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아마 자존심 상할 일이고, 자신의 전용기 IL-62M기를 이용하자니 기체가 낡아 장거리 안전운항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고려항공이 그때 새로 도입한 AN-148은 김정은의 권위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모스크바까지 날아 가려면 중간데 두 번 정도 급유를 받아야 하기에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당시 러시아의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이 러시아에 중고 TU-204기를 금광채굴권과 물물교환으로 거래하자는 제의를 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북한은 외화획득을 위해 항로를 많이 개척해야 하지만 취항이 가능한 기종이 4개 뿐ㅇ이어서 추가 도입이 필요한 이유도 있지만 TU-204기가 현재 전용기로 사용하고 있는 IL-62M기에 비해 동체 항속거리는 짧지만 외형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낡은 IL-62M 전용기를 교체할 목적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김영남일행이 Air Force Un을 타고 온 이유는 ?
어제 김영남일행이 김정은 전용기를 타고 온 것은 다분히 세계에 과시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용적으로 보면 김영남 일행 정도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항공편으로 내려 온다면 고려항공의 AN-148기를 타고 양양공항으로 내려오는 것이 순리다. 양양공항은 현재 대한항공이 올림픽기간 중에 셔틀항공편으로 운항하는 B737기와 국내 소형항공사의 Regional Jet기종 밖에 없어 소형여객기인 AN-148기를 타고 와도 공항분위기에 쉽게 적응 될 수 있다.
그러나 김영남 일행이 인천공항을 이용한 것은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싶다는 계산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천공항을 이용한다면 A380, B747-8 등 초대형기가 즐비한 인천공항에 장난감 같은 AN-148기가 나타 난다면 그들이 내세우는 권위가 크게 손상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렇다고 고려항공의 TU-204를 이용할 바에는 비록 낡았다고 겉으로 표시가 나는 것도 아닌데 김정은 전용기를 보내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했을 것 같다. 북한은 이미 2014년 아시안게임 때 황병서, 최룡해 일행이 내려 올 때 김정은 전용기를 이용한 전례도 있었다.
그나마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기종 중 가장 큰 기종인 IL-62M이 모두 기령이 30년 넘은 낡은 기체지만 그중에서 가장 관리가 잘 되고 기체상태가 좋은 것이 김정은 전용기 IL-62M (P-883) 이니 김정은 전용기가 직접 차출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