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와 북아프리카 모로코 여행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카사블랑카에서 아부다비 까지 Etihad 항공편에 좌석이 없어서 대신 로마에서 1박 하는 Alitalia 항공 공동운항 연결편으로 예약했다. 시간 여유가 많은 터라 로마를 경유하는 것이 부담이 되지는 않았고 오히려 로마에서 야간투어라도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로마공항에 도착하여 공항열차로 테르미니역으로 가서 주변의 호텔에 짐을 풀고 밤 10시경 지하철을 타고 2정거 떨어진 콜로세움으로 갔다. 23년 만에 찾은 로마는 많이 변해있다. 콜로세움과 개선문 주변에는 야간 조명이 있어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로마에서 호스텔 하루 방값 EUR.30과 왕복 공항열차 요금 EUR.28이 아깝지 않다.
Etihad 항공 . . . . . . 비즈니스클래스 업그레이드 입찰제도
Etihad 항공은 일반석 승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클래스 업그레이드 입찰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보통 할인폭이 큰 일반석요금은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 할 때도 제외 되지만 이런 비즈니스클래스 업그레이드 입찰은 승객이 소지한 일반석 좌석의 세부 등급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물론 내가 구입한 Etihad 항공권은 가장 저렴한 클래스다. 이런 경험은 Kuala Lumpur에서 Bangkok을 여행할 때 Malaysian 항공과 Royal Jordan 항공에서 최저가인 USD.75에 시도해서 모두 낙찰된 경험이 있다.
인천-아부다비 노선의 최저 응찰가는 약 390,000원 선에서 시작된다. 이번 여행에서 Etihad 구간은 EY873 ICN-AUH, EY618 AUH-CMN, EY876 AUH-ICN 세 구간인데 인천(ICN) 출발, 도착 노선이 제일 싼 요금부터 시작되었다. 응찰 안내에는 응찰 액수가 높을 수록 낙찰될 확율이 높다고 유혹하는 안내를 하지만 최저가로 응찰 했다. 이번에 업그레이드 입찰에 응한 것은 여행에 지친 몸을 좀 더 편안한 상태에서 귀국하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그 보다는 출국편 때 Etihad 일반석에서 느끼지 못했던 5 star 항공의 비즈니스클래스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심리가 더 컸다.
Staggered Business Class seats . . . . . . 엇갈린 좌석 배열의 비즈니스클래스 객실
Etihad 항공 B787기종의 비즈니스클래스는 창가 한 줄, 가운데 두 줄의 1-2-1 배열인데 좌석들이 일렬로 나란히 있는 방식이 아니라 앞 뒤열의 좌석을 교차로 빗겨 배열하는 Staggered 방식이다. Staggered 방식은 승객의 상체가 차지하는 좌석 폭이 넓고 하체는 좁다는 데 착안하여 앞 뒤 좌석을 서로 엇갈리게 한 것이다. 객실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승객의 프라이버시를 강조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복잡한 구조가 승객들의 답답하게 보이는 단점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Quadra Smartium Class 로 부르는 A380기종과 일부 장거리용 B777 기종의 비즈니스클래스도 이런 방식이다. 말레이지아항공의 A330, 베트남항공의 A350 비즈니스클래스도 staggered 방식이다.
비행기 좌석에도 역방향이 !
EY876편에 지정된 나의 좌석은 5H, 복도측 좌석 이다. Etihad B787기의 seatmap을 찾아 보니 5H는 역방향 좌석이다. 영국항공(BA)의 비즈니스클래스에 역방향 좌석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Eihad 항공도 그런줄은 몰랐다. 다른 항공사들의 Staggered 방식은 모든 열의 좌석이 서로 교차로 물려 있는 구조인데 Etihad 항공은 앞 뒤 두 열의 좌석이 서로 마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좌석의 반이 역방향 이다. 일반석에 역방향좌석이라면 싼 요금을 선택했기에 감수해야 하겠지만 일반석 요금의 세배 이상 요금인 프리미움 클래스에 역방향이라는 것이 우리의 시각에서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창가 쪽 한 줄짜리 좌석은 앞 뒤 번갈아 가며 사이드테이블의 위치가 바뀐다. 첫 열은 복도측 좌석이다. 창가 줄의 경우 복도좌석이라고 해서 안 쪽 창가에 승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첫열 좌석은 수납공간과 사이드테이블이 창가쪽에 있고 좌석이 복도쪽에 있다. 반대로 다음 열은 좌석이 창가 쪽에 붙어 있고 수납장과 사이드테이블이 복도 쪽에 있어서 창가좌석으로 부른다. 첫 열과 두 번째 열의 좌석은 한 쌍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으며 좌석 옆의 사이드테이블 아래의 공간은 상대편 승객이 발을 뻗는 공간이다. 창가 줄의 앞 뒤 좌석은 한 쌍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지만 가운데 AVOD 모니터가 내장된 판넬이 가로 막고 있어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
가운데 두 좌석도 한 열은 좌석 두 개가 안쪽에 나란히 붙어 있고 사이드 테이블이 바깥쪽 양쪽 복도에 위치한다. 만일 두 명의 승객이 가족이나 일행이 아니라면 서로 무척 어색할 배열 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두 좌석 사이에 위 아래로 조정되는 파티션이 내장되어 있다. 다음 열은 안쪽에 사이드테이블이 붙어 있고 좌석이 양쪽 복도쪽으로 벌려져 있다. 만일 두 명의 승객이 연인이나 부부관계라면 좌석에서 서로 스킨쉽을 나누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가운데 좌석의 경우 두 좌석이 붙은 것이 순방향좌석이고 좌석이 양쪽 복도로 갈라진 것이 역방향 좌석이 된다.
EY876편 보딩이 거의 끝나갈 때 일부 승객들이 가족과 떨어져 앉게 되어 승무원을 통해 다른 승객과 좌석 변경을 시도했지만, 좌석이 순방향, 역방향, 붙어 있는 좌석과 떨어진 좌석 등 승객들이 선호하는 factor가 많아 승객들이 양보하기 어려워 포기하는 모습도 보았다.
Etihad 항공 . . . . . A380, B787 일등석에도 반이 역방향 좌석
Etihad 항공 B787 비즈니스클래스만 역방향 좌석이 있는 것은 아니다. Etihad 항공의 B787 뿐만 아니라 A380기종의 일등석도 순방향과 역방향이 한 쌍으로 되어 있다. 웬만한 대륙간 일등석 왕복요금이 1000만원이 넘는 최상류층을 위한 일등석에 역방향 좌석이 있다는 것이 의외다. KTX가 처음 들어올 때 역방향에 대해 말이 많았듯이 역방향 좌석에 거부감이 있는 우리의 시각에서는 과감한 시도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역방향에 대한 거부감은 우리 보다는 덜 한것 같다. 유럽의 기차를 보면 컴파트먼트 형태가 많은데 이런 구조는 50%가 역방향 이기 때문에 이미 적응이 된 탓일까 ? 미국의 서부개척영화에서 볼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었던 마차도 마주 보는 좌석이니 역방향이 반을 차지한다. 유럽기차에 역방향이 많은 이유는 열차의 진행방향이 우리나라 처럼 모든 경유역에서 일자로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T자 형의 경유역에서는 도착할 때와 출발할 때 진행방향이 뒤 바뀌기 때문 이다. Etihad 항공과 영국항공이 비즈니스클래스의 50%를 역방향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승객들이 역방향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항공 역방향 좌석, 하여가 (何如歌) . . . . . . Etihad 항공 역방향 좌석, 금상첨화(錦上添花)와 설상가상(雪上加霜)
한편 역방향좌석이라도 영국항공과 Etihad 항공에는 차이가 보인다. 역방향과 순방향을 비교하면 역방향에 거부감이 없어도 순방향이 순리다. 영국항공은 창가 좌석을 역방향으로 하고 복도 좌석을 순방향으로 정했다. 모든 좌석에서 복도 출입이 자유로운 구조라서 누구나 창쪽 좌석을 선호하는데 서로 하나 씩 양보한 셈이다. 복도 좌석이라도 순방향이니 좋고, 역방향이어도 창가 좌석이니 좋으니 아무려면 어떨까 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다.
그러나 Etihad 항공은 복도쪽 좌석이 역방향이고 창가 좌석이 순방향 이다. 두 가지 팩터 중에서 선호하는 것과 기피하는 것 끼리 조합을 이루고 있다. 즉 Etihad 항공의 비즈니스석은 승객들이 선호하는 순방향 좌석은 창가쪽이니 금상첨화고, 승객들이 기피하는 역방향 좌석은 창 밖을 보기 불편한 복도 쪽이니 설상가상 이다.
아부다비공항 Etihad 환승직원 . . . . . . 소통의 문제일까, 직원의 태만일까 ?
아부다비 공항의 환승창구에서 역방향 복도 좌석으로 지정된 모바일로 받은 보딩패스를 보여 창가 좌석으로 변경을 부탁하니 토닥 토닥 거리며 보딩패스를 프린트 해 준다. 건네 받은 보딩패스의 좌석은 그대로 5H, 역방향 복도 좌석이다. 평소 장거리 비행에서는 일반석의 경우 복도출입이 자유로운 복도 좌석을 선호하지만, 비즈니스 클래스는 모든 좌석이 복도 출입이 자유스런 구조라 항공사진 촬영을 위해 창가 좌석을 선호한다. 만일 영국항공과 같은 구조라면 역방향 좌석이라도 창가 좌석을 선택했을 터다. 재차 창가 좌석으로 변경을 요구하니 그때서야 좌석이 없다고 퉁명스럽게 얘기한다. 친절했던 한국의 Etihad 예약담당 직원이나 공항직원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UAE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이지만 UAE에서 식당 점원이나 택시운전사, 건설노동자들은 외국인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듯 하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UAE 주민은 복지혜택이 많아 주로 관리직을 맡고 있어 직업에 대한 애착이나 소비자에 대한 면전 친절도에서는 조금 뒤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tihad 항공의 허브공항인 아부다비 공항의 비즈니스클래스 카운터는 인천공항에 비하면 직원의 호응도나 친절도가 한참 뒤진다. 이는 항공사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인적자원의 문제일까 ? 새삼 항공사를 막론하고 인천공항 카운터 직원이 얼마나 친절하고 능률적인지 비교가 된다.
Etihad 항공 . . . . . . 파트너항공사 마일리지 자동연계 안되
처음 예약했을 때 마일리지 적립을 파트너 항공사인 대한항공 스카이패스에 적립할 것을 웹에서 요청했지만 인천 출발 보딩패스를 받아 보니 반영이 되지 않았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다시 대한항공 마일리지 번호 입력을 부탁했다. 보통 마일리지 번호가 입력되면 마일리지 번호가 기록된 보딩패스를 새로 출력하여 주는데 보딩패스에 마일리지 번호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요청하자 이미 반영이 되었다고 했지만 여행을 마친지 일주일이 지나도 반영되지 않아 결국 대한항공에 보딩패스와 e-ticket 사본을 제출하여 누락된 마일리지를 적립하게 되었다. Etihad 직원의 태만인지 전산시스템의 미비인지 모르겠다.
* Abu Dhabi 공항 출국장
Abu Dhabi 공항 . . . . . . 낡고 비좁지만 EY Lounge는 돋보여
Abu Dhabi 공항은 운항편수에 비해 좁은 편이라 무척 혼잡하다. 현재 공항 내 다른 곳에 Dubai에 맞서는 터미날을 건설중이다. 다행히 Etihad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먹거리는 마음에 든다. Cold meals, Hot meals, 디저트가 사설 라운지에 비해 종류가 많다. 다만 지은지 오래 된 탓인지 IT 감각은 뒤떨어져 휴대폰이나 개인용 휴대가전품의 충전을 할 수 있는 곳이 제한되어 있다. 보딩절차는 비즈니스클래스와 일반석 투트랙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보통 비즈니스클래스 승객 먼저 태우고 일반석 보딩을 시작하는것이 보편적이다. 워낙 게이트 라운지가 좁고 혼잡하니 별 도리가 없었을 것 같다.
EY876 AUH – ICN 비즈니스클래스
기내에 오르면 비즈니스클래스 승무원이 반갑게 맞아 주며 웰컴드링크를 서빙한다. 나의 웰컴드링크는 항상 샴페인 이다. 가격대비 가장 고급음료이기 때문 이기도 하다. 내 좌석은 5H 비즈니스클래스 첫 줄 역방향 복도 좌석. Staggered 방식을 채택한 다른 항공사의 비즈니스클래스 좌석 보다 편하다. 상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각 보다 넓다. 당연히 발을 뻗는 공간은 좁을 수 밖에 없다. 좌석 폭에서 상체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한 공간이 상대편 승객이 발을 뻗을 공간이 되기 때문 이다. 좌석 앞의 발을 뻗는 공간 아래에는 신발을 벗어 놓거나 작은 가방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좌석 주변을 아무리 둘러 봐도 있음직한 기내용 슬리퍼가 보이지 않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베트남항공, 중화항공 등 아시아권 항공사들은 중거리 노선에서도 비즈니스클래스 승객한테 기내용 슬리퍼를 제공한다.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사는 환경인 아시아와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일까 ? Air France의 비즈니스를 타 본 지 오래 되어 그때도 슬리퍼가 없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다행히 몇 년 전에 베트남항공의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했을 때 받았던 기내용 슬리퍼를 항상 휴대하고 다녀 그것을 이용하였다.
좌석 옆에는 고급스러운 개인 좌석 조명등이 있다. 그 아래는 개인용 수납장으로 화장품 세트가 들은 Amenity Set와 고성능 헤드폰이 들어 있다. 생수도 한 병이 비치되어 있다. 비즈니스클래스의 헤드폰은 일반석에서 제공하는 헤드폰과 달리 소음방지 기능이 있다. AVOD 프로그램에서 좋아하는 오페라 아리아를 선곡하여 들어보니 소리가 좋다. AVOD 시스템은 일반석과 같고 다만 모니터가 15인치로 크다.
아부다비공항을 이륙하는데 아부다비 시내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Louvre 박물관의 돔 지붕도 알아 볼 수 있다. 이어 넓은 하적장이 있는 아부다비항구도 보이고 해안도로 Corniche가 Etihad Tower가 있는 고층건물 밀집지역까지 뻗은 것이 보인다. 에너지가 넘치는 중동지역은 자정을 넘은 새벽이 되어도 야경이 밝게 보인다. 이는 우리 육안으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카메라의 조명 계기판을 보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번에는 창가 줄의 복도 좌석에 앉았기 때문에 창밖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몸을 일으켜서 반 쯤 서있어야만 해서 불편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승무원은 좌석을 돌아다니며 승객들한테 이륙 후의 음료수와 기내식을 주문 받았다. 이때 분명히 이륙 후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물었다. 이미 라운지에서 식사를 하여 시장기는 없었으나 Etihad 서비스를 경험할 겸 얼음을 띄운 콜라와 간단한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이륙 후에 가져다 준 콜라는 시원한 편이지만 얼음은 없었다. 샌드위치의 맛만 보고 나니 벌써 현지 시간으로 자정이 넘어 모든 승객은 잠을 청하고 조명은 어두워 졌다. 나도 피곤해서 좌석을 펼치고 누웠다. 확실히 상체 공간은 넓어 누운 자세도 편했다. 내가 경험했던 다른 항공사의 Staggered seat 보다 편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Smartium Business Class 좌석은 좌석 옆의 파티션 때문에 팔을 편히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좁아서 불편했다. 승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파티션으로 좌석을 감싸면 불편한 점도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Staggered 좌석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도 Etihad B787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이 편하게 느꼈던 것은 나의 좌석이 복도측에 있어 오픈된 공간 때문에 더 넓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EY876 비즈니스클래스 . . . . . . 어! 아침식사 안줘요 ?
아부다비-인천 노선은 지구 자전방향을 거슬러 운항하므로 비행시간이 단축 되어 예상된 비행시간이 인천-아부다비 노선에 비해 2시간 짧은 8시간 이다. 현지 시간으로는 밤 10시20분 출발하여 인천공항에 11시40분 도착하는데 일출은 베이징 상공 훨씬 전에 맞게 된다. 잠시 자고 일어나니 비행기는 중국대륙 깊숙히 들어왔다. 현지 시간을 보면 일출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유리창 투명도를 최고로 어둡게 세팅되어 있어서 아직 한 밤중으로 느끼게 된다.
Etihad 비즈니스클래스의 기내식 서비스는 승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준다고 한다. 그런데 아침 식사를 언제 할 거냐고 물어 보지는 않았다. 특별히 시간을 요구하지 않으면 적당한 시간에 알아서 서빙하겠거니 생각했지만 비행기가 베이징 상공에 도착할 때 기내조명은 계속 어두운 채로 기내식을 서빙할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승무원한테 유리창 밝기 조절 버튼을 오픈시켜 달라고 요구하니 다른 승객들이 모두 잠을 자고 있어서 안 된다고 한다. 그때가 현지시간으로 9시, 한국시간으로 10시 였다. 더 늦기 전에 기내식 아침식사를 steak로 주문했다. 어두운 기내에서 기내식을 먹는 승객은 나 혼자 뿐 이다. 아침식사로 나온 기내식은 Steak는 일반석 기내식과 같은 All-in-One 방식. 전채와 빵, 메인요리, 디저트가 코스로 제공되는 보편적인 비즈니스클래스 기내식과 다르다. 아침식사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넘겼다. Beef의 상태는 조금 질긴 편, 다소 실망이 간다. 인천 도착 약 1시간 남기고 여자 승객이 일어나 과일메뉴를 요청해 들고 있다. 한국시간 10시30분 넘어서 객실 조명이 켜지고 곧 인천공항에 착륙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온다. 잠을 자던 승객이 일어나 당황해 한다. ‘어, 아침식사는 안 주나 ?’ 비즈니스클래스 승객의 기내식 시간을 승객이 원하는 시간에 서빙하려면 승객과 충분한 의사소통이 있어야 하는데 나 부터가 그렇지 못하고 이 노선을 자주 다니는 듯한 비즈니스 맨으로 보이는 승객만 제대로 기내식을 서빙 받은 것 같다.
EY/876편 비즈니스클래스 . . . . . . . 몸은 편했으나 5 star 항공사의 감동은 못 느껴 !
아부다비-인천 노선의 비행은 역방향 좌석이었지만 평소 기차여행에서도 역방향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던 터라 역방향좌석에 대한 불편은 없었다. 다만 창가 쪽에 사이드테이블이 있어 비행 중에 지상이나 하늘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좌석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 나야만 한다는 불편함은 있었다. 좌석도 나름 편해서 잠도 잘 잔 것 같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도 좋았다. 항상 장거리비행 때 코가 건조해서 불편함을 느꼈지만 B787 기는 객실 습도가 다른 기종에 비해 높아서 그런 문제는 없었다.
EY873편 인천-아부다비 일반석 때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EY876편 비즈니스클래스 여행도 하드웨어에 대한 것은 모두 좋았지만 5 star 항공사로서 기대했던 기내서비스는 역시 미흡했다. 다소 사무적으로만 굴던 EY 873 일반석 승무원에 비해 EY876편 비즈니스클래스 승무원은 승객의 요구에 잘 대해주었지만 먼저 Active한 기내서비스는 없었다. EY873편 일반석에 대한 실망감을 비즈니스클래스에서 만회할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가 무너지니 괜히 업그레이드 한 390,000원이 아까웠다. 그 돈이면 동남아시아 여행을 한 번 할 수 있는데 . . . . . . .
공정성을 잃은 Skytrax 신뢰성의 추락
항공관련산업의 평가기관인 Skytrax는 매년 항공사와 공항 등을 평가하는 통계를 내 놓는다. 우리가 북한의 고려항공의 수준을 이야기할 때 세계에서 유일한 1 star 항공이라고 부르는 것도 Skytrax의 자료다. Skytax에서 최고등급인 5 star 항공사에는 내가 자주 이용하는 항공사도 포함되어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5 star 항공사로 분류되었으며 대한항공은 4 star 이다. 그러나 요즘 Skytrax의 자료에 공정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Skytrax를 Sky-trash(쓰레기), Sky-cash라고 폄하하는 말도 나온다. 심하게는 Sky-ca$h로 표기한 글도 있다. Skytrax가 항공사의 로비와 광고스폰서에 의해 랭킹이 결정된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내가 여행자유화가 실시된 1988년 이후 30년간 996편의 항공편을 이용했고 그 항공사 수는 103개 이르고 482개의 노선을 여행했다. 나름 동일한 조건에서 항공사를 평가할만한 경험을 축적했다고 자부한다. 그동안 나의 경험에 의하면 뒤에 감춰진 진실은 잘 모르겠지만 Skytrax의 평가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것에는 나도 동의한다. 2014년 Skytrax에 관한 글을 쓰면서 조사한 한 포탈에 실린 Skytrax에 대한 평가를 보면 아주 무의미하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81%나 되며 Skytrax 랭킹에 수긍하는 반응은 불과 6%에 그친다.
인천-아부다비 EY873/876편은Etihad 항공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노선은 아닐 수도 있다. Etihad 항공은 유럽과 미주의 주요도시에는 대형기종인 A380과 B777기를 취항시키고 있다. 이번 EY873편의 기내서비스를 총평해서 얘기하면 특별히 불쾌하거나 안 좋은 일은 없었지만 그동안 주로 아시아권 항공사를 이용했던 경험과 비교하면 세계최고의 항공사라고 단정할 만한 감동도 없었다. 아마 세계최고항공사라는 타이틀 때문에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서비스가 나쁘다고 할 것 까지는 없으니 요금만 경쟁력 있으면 다음에도 Etihad 항공을 이용할 것 같다.
한편 Etihad 항공이 아시아노선을 유럽이나 미주노선과 차별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일반석 기내서비스만 비교하면 인천-아부다비 노선 보다 아부다비-카사블랑카 북아프리카 노선의 서비스가 훨씬 나았던 것 같다.
혹시 최근에 우리나라 정부와 UAE 정부 사이에 안 좋은 일의 뒤끝 때문에 한국노선만 소홀히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