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용기를 둘러 싼 혼선

남북정상회담이 일단 모양새 좋게 끝나자 다음은 북미정상회담이 기다리고 있다. 5월말이나 6월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도 미정 이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김정은이 미국에 오고 싶어도 김정은 전용기가 낡아 미국까지 타고 올 마땅한 비행기가 없을 것 같다며 회담장소 선정에 북한 국가원수의 이동 능력이 중요 변수가 될 거라는 예측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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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매 1호, 참매 2호 등 김정은 전용기에 대한 채널A 뉴스화면 (2018년 4월12일) 

우리 언론은 이 기사를 전하면서 김정은 전용기에 대한 잘못된 내용을 소개해 김정은 전용기에 혼선을 빚고 있다. 이번 기회에 다시 막연한 추측 보다는 북한이 공개한 최소한의 정보와 공산권 항공사진매니아들이 촬영하여 올린 정보를 종합하여 김정은 전용기에 대한 실체를 알아 보기로 한다.

 

도대체 김정은 전용기가 몇 대야 ? 

우리 언론은 김정은이 비행기를 탄 사진만 공개되면 김정은 전용기로 부른다. 김정은 전용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4년5월 평양 근교의 온천비행장에서 개최된 북한 공군의 행사 때다. 당시 김정은이 자신의 전용기에서 부인 이설주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고 내려오는 사진이 공개되었는데 그가 타고 온 기재는 기존의 북한항공기와 전혀 다른 도장을 하고 있어서 첫 눈에 김정은 전용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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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공개한 김정은 전용기, 2014년 5월 온천비행장 (출처 : 뉴스원)

2014년 8월, 중국의 중국국제라디오방송(CRI)에서 김정은이 고려항공 AN-148기(P-671)에서 내리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북한이 300억원 들여 도입한 새 전용기라고 보도했다. 이어서 북한이 김정은이 AN-148기를 직접 조종하는 동영상을 공개하자 P-671기가 김정은의 새로운 전용기라는 설이 굳어지게 되었다. 그 배경은 먼저 공개한 전용기가 무려 30년 된 노후기체라는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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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8월, 김정은이 고려항공 AN-148 P-671기에서 내리는 모습 (중국국제방송화면)

한편 2015년2월 우크라이나의 항공기제작사 안토노프사가 고려항공이 AN-148 2호기(P-672)를 곧 인수할 예정이라고 보도하자 일제히 우리 언론은 또 김정은의 새로운 전용기라는 추측보도를 내 보냈다. 이번에는 안토노프사가 공개한 P-672기의 사진이 기존의 고려항공 기종과 기체도장이 다르다는 것을 내세우면서 김정은이 2015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승전70주년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라는 추측기사를 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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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항공 AN-148 P-672, 키에프 안토노프사 활주로 2015년1월 (by Vasily-Koba 저작권허용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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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2월, 고려항공 AN-148 2호기가 김정은의 새 전용기라는 기사 (채널A 화면캡쳐)

마지막으로 2018년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김여정 일행이 타고 온 전용기를 북한이 ‘참매 2호’라고 보도하자 또 한 번 혼선을 빚게 되었다. 우리 언론들은 먼저 보도한 내용을 정정하지 않았으니 졸지에 네 번째의 김정은 전용기가 탄생한 셈이다. 현재 고려항공이 국제선에 취항이 가능한 기재가 4대 뿐인데 김정은 전용기가 4대 라니 사실여부를 떠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진실이라면 북한이란 집단의 시스템이 어처구니 없고, 허구라면 우리 언론의 전문성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김정은의 전용기는 몇 대 인가 !?

 

김정은 전용기 ‘참매 1호’는 어떤 기종 인가 ?

2014년 5월 처음 공개된 김정은 전용기는 구소련 일류신 IL-62M 기종 이다. IL-62기는 1967년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서방세계의 장거리기종인 보잉 B707이나 더글라스 DC-8과 대등한 성능을 갖고 있었다. 기체의 길이는 IL-62기가 경쟁 기종 보다 약간 커서 점보기 B747이 등장할 때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IL-62M기는 1974년 개발된 IL-62기의 개량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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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말 장거리 기종들, 위로 부터 미국 보잉 B707, 미국 더글라스 DC-8, 소련 IL-62M 기종

북한의 고려항공은 조선민항 시절에 IL-62M기를 1979년 부터 1989년 사이에 다섯 대를 도입하였다. 그 중 두 대(P-618, P-882)는 1993년에 북한 정부소속으로 변경되어 VIP용도로 사용되었다. 최근 북한의 보도에 의하면 정부 소속은 ‘정부비행대’ 라고 한다. 그러나 김일성과 김정일은 신변안전을 문제로 비행기를 꺼려서 특별히 국가원수급 전용기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고려항공의 IL-62M기는 평양에서 모스크바, 프라하, 동베를린 등에 취항하였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대체기를 마련하지 못하자 기체 노후 문제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국 북한과 외교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국 조차 2013년 부터 고려항공이 보유한 IL-62M 등 구형 기종의 중국영내비행을 금지시켜 이 기종은 정기노선에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비행기 사랑’과 전용기 IL-62M(P-618)의 탄생과정 

2011년 말,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북한의 항공분야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김정은은 어려서 스위스에서 유학생활을 하여 비행기를 가까이 한 덕에 전용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외화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이 없는 형편에 새로 전용기를 도입할 수는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북한 정부비행대가 보유한 IL-62M기 두 대(P-618, P-882) 중에서 P-618를 전용기로 만들었다.  고려항공도 두 대의 IL-62M기(P-881, P-885)가 있지만 아마 P-618기가 가장 상태가 좋아서 김정은 전용기로 선택했을 것으로 믿어 진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은 전용기를 꾸미기 위해 쿠바에서 쿠바항공이 1988년 도입하여 2011년 퇴역시킨 중고 IL-62M기(CU-T1280)를 2012년 7월에 도입하여 부품을 마련할 정도로 부품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다. 한편 다른 소스에 의하면 쿠바에서 중고 IL-62M기를 선물로 주었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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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김정은 전용기 부품확보 위해 2012년 도입한 쿠바항공 중고 IL-62M (출처 russianplanes.net)

2014년 5월 처음으로 공개된 김정은 전용기 IL-62M는 설명이 따로 없어도 첫 눈에 김정은 전용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항공을 비롯한 북한 항공기들은 수직꼬리날개의 인공기가 그려져 있고 동체는 객실 창문을 감싸는 빨간 띠가 이어진 모습이지만 수직꼬리날개에는 최고권위를 상징하는 이른바 ‘왕별’이 그려져 있고 동체의 빨간 띠는 사라지고 항공사이름 ‘Air Koryo 고려항공’ 대신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라고 적혀 있다. 김정은은 자신의 전용기를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는지 평양순안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불과 50km 떨어진 행사장에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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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전용기 P-618기의 등록변경사항 ( 출처 russianplanes.net )

김정은 전용기는 고려항공에서 도입했을 때 부터 등록번호 P-618을 사용했지만 김정은 전용기로 꾸민 다음에는기체등록번호가 P-883으로 변경되었다. 북한은 2014년9월 황병서 일행을 태운 김정은 전용기가 인천공항에 내려 올 때는 ‘정부비행대 전용기’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2015년 7월 부터 김정은 전용기를 ‘참매 1호’로 부르기 시작했다.

 

AN-148기가 김정은 전용기가 아닌 이유는 ! . . . . . . 

2014년 8월 김정은이 고려항공 AN-148기(P-671)를 이용했을 때, 2015년 2월 안토노프사가 고려공항이 주문한 AN-148 2호기(P-672)를 곧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힐 때 우리 언론에서는 두 차례 모두 김정은 전용기로 추측된다는 보도를 하였다. 물론 P-671기의 경우는 중국국제라디오(CRI)발 기사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니 국내언론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P-672기의 경우 모스크바 방문을 위한 전용기 도입이라는 추측기사는 우리 언론이 잘 못 짚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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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점검중인 고려항공 AN-148 1호기 P-671, 2012년12월21일 (작가 Oleg Belyakov 저작권허용된 사진)

우선 AN-148기는 고려항공이 2013년 도입하여 평양, 블라디보스톡 등 국제선에 취항 중이던  70~80인승 단거리용 쌍발제트여객기다. 기체 크기는 27m로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 초창기 시절 한성항공이 도입한 프로펠러기종 ATR72 수준으로 제주항공이 도입했던 프로펠러 Q400 보다도 작다. 무엇보다도 AN-148기는 항속거리가 2,200마일(3,500 km) 정도로 단거리용 이다. AN-148기가 논스톱 비행이 가능한 지역은 아시아의 홍콩, 마닐라 정도에 그친다.  평양에서 모스크바(약 4,000마일, 6,400km) 까지 가려면 중간에 두 번 정도 경유지에서 급유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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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공항 시절 ATR-72기, AN-148과 외형와 크기가  비슷하다. 2008년 5월 제주공항에서 촬영. 

김정은 전용기 IL-62M . . . . . . 낡아서 황병서, 최룡해가 이용한다고 ?

2014년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는 북한대표단 황병서 일행이 김정은 전용기를 타고 오자 우리 언론은 김정은 전용기 P-618기(IL-62M)가 낡아 북한고위층한테 넘겨 주고 자신은 300억원을 주고 새로 도입한 P-671기(AN-148기)를 이용한다는 분석기사를 내 놓았다. 2014년11월 최룡해 일행이 러시아 특사로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도 최룡해 일행은 김정은 전용기인 IL-62M기(P-618)를 이용했다고 보도하면서 (실제 최룡해 일행이 이용한 기체는 김정은 전용기가 아닌 다른 IL-62M기 P-881 이다.) 한 언론은 ‘김정은이 탄 AN-148, 최룡해가 탄 IL-62’라고 기사를 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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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언론에서 소개한 김정은 전용기에 대한 기사 (잘못 된 추측기사다.)

엉뚱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뭣이 중헌디 ! 북한은 이미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석하는 북한선수단과 응원단이 고려항공 AN-148기 (P-671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려 온 적이 있다. 우리 언론이 김정은이 새로 도입한 것이라는 기체다.  그렇다면 북한이 황병서 일행이 북한 선수단 보다 못해 새 비행기(P-671)에 태우지 않고 낡은 김정은 전용기 IL-62M을 내 주었단 얘기란 말인가 ?  항공사들의 실시간 운항상황을 공개하는 flightradar24.com에서 당시 고려항공 P-671기의 운항기록을 찾아 보면 P-671기는 북한 선수단을 태우고 인천공항에 나타나기 전 까지 평양에서 베이징, 블라디보스톡, 샹하이 등의 정기항공편에 운항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도표 참조)  고려항공 P-671기가 이렇게 2013년에 도입하여 정기노선에서 취항하고 있는데 2014년 5월 등장한 김정은 전용기 IL-62M기가 낡아서 새로 도입한 김정은 전용기라고 짚은 것은 언론이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잘못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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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항공 AN-148 P-671기의 2014년 9월 운항기록 ( 출처 flightradar24.com )

위의 기록에서 보면 평양-인천 항공편은 JS615 이다. JS는 고려항공 코드며 북한은 평양-인천 노선에 이때 부터 편명을 615을 사용하였다. 참고로 이번 김여정 일행이 타고온 항공편명을 JS615를 사용하지 않고 PRK-615로 한 것은 김정은 전용기가 고려항공 소속이 아니라 북한 정부 소속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대표단을 태우고 TU-204기도 내려 보냈다. 고려항공이 국제선에 취항이 가능한 기종은 모두 선을 보인 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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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에 내려왔던 북한 고려항공편 (flightradar24.com)

고려항공 AN-148기 객실 . . . . . . VIP 전용기 아닌 일반여객기 객실구조

북한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이 비행기에 탑승한 사진을 보면 IL-62M기의 객실은 김정은 개인 책상이 있는 전용기 시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AN-148기에 탑승한 사진은 비즈니스클래스의 맨 앞 좌석에 앉은 모습으로 전형적인 상용여객기 객실구조다. 전세계항공사들의 보유항공기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는 planespotters.net에 의하면 고려항공은 두 대의 AN-148기를 모두 비즈니스클래스 8석, 일반석 62석 등 70석을 갖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아래 사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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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김정은 전용기 IL-62M 객실 (우) AN-148 객실

한편 P-671, P-672 두 기재는 고려항공의 TU-204기와 함께 국제선에 취항이 가능한 기종 이다. 그러나 북한의 고려항공이 그리 운항편이 많은 항공사가 아닌 만큼 김정은이 IL-62M기가 이착륙할 수 없는 작은 공항을 이용하거나 비행기를 좋아해서 새로운 기종을 탑승하기 위해 고려항공을 이용할 수는 있어도 김정은 만을 위한 전용기라는 설은 잘못 된 것으로 믿어 진다. 김정은이 AN-148기를 직접 조종한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비행기를 좋아하는 김정은이 호기심에서 조종사의 도움을 받아 조종석에 앉은 것으로 믿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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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항공 소속 보유기 현황 (출처 : planespotters.net )

고려항공이 두 번째로 도입한 AN-148기의 도장이 기존의 고려항공의 도장과 다른 것은 이미 북한은 2014년 하반기 부터 인공기 로고를 시작으로 도장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2015년 3월에 도입하는AN-148기(P-672)는 당연히 새 디자인으로 도색을 한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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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하반기에 변경을 시작한 인공기 모양 (왼쪽) 변경 전 (오른쪽) 변경후.

 

김정은 전용기의 두 번째 혼선 . . . . . . ‘참매 2호’의 등장 

고려항공 AN-148기(P-671, P-672)가 김정은의 새 전용기라는 해프닝이 벌어진 다음 금년 초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김여정 일행이 타고 온 전용기가 북한이 ‘참매 2호’ 라고 밝히자 우리 언론에서는 또 한 번 김정은 전용기에 대한 혼선을 빚게 되었다. 일부 언론(한겨레, 한국일보)에서는 북한이 ‘참매 1호’ 외에 ‘참매 2호’가 따로 있다고 밝히고 두 기체는 도장도 똑 같아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다고 보도하였다.  ‘참매 1호’는 2015년 7월에 김정은이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원산 갈마공항에 나타났을 때 북한언론이 처음으로 ‘참매 1호’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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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10월 인천공항에 착륙한 김정은 전용기 (출처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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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2월 인천공항에 착륙한 김정은 전용기 ‘참매 2호’ (출처 청와대기자단)

2014년 9월 황병서 일행이 타고 온 김정은 전용기와 2018년 2월 김여정 일행이 타고 온 ‘침매 2호’가 인천공항에서 촬영된 사진을 보면 두 기체의 도장은 약간 차이가 있다. (위 사진 2장 비교) 이것만 봐서는 두 기체는 서로 다른 기체로 ‘왕별’이 그려진 김정은 전용기가 두 대라는 설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 진다. 그러나 북한이 공개한 2015년 7월 원산 갈마공항에서 촬영된 김정은 전용기 ‘참매 1호’를 보면 이미 기체 도장이 금년 2월 인천공항에 모습을 보인 ‘참매 2호’와 같은 도장으러 바뀌었다. (아래 사진 참조) 즉 2014년 9월 인천공항에 들어 온 김정은 전용기와 2018년 2월 인천공항에 들어 온 ‘참매 2호’가 기체 도장이 약간 차이가 난다고 다른 기체라고 볼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라는 뜻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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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7월 북한이 ‘참매1호’로 보도한 김정은 전용기 원산 갈마공항, 참매 2호와 기체 도장이 같다.  

 

‘참매 1호’와 ‘참매 2호’가 다른 기체라면 어떤 것일까 ? 

이렇게 ‘참매 1호’와 ‘참매 2호’를 두고 혼선을 빚는 것은 ‘참매 2호’의 등록번호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 이다.  북한의 항공기는 P-618 처럼 북한소속을 의미하는 P- 다음에 세자리 숫자로 기체등록번호를 정하며 보통 IL-62M 기종은 수직꼬리날개에 그려진 인공기 로고 아래와 좌측 날개 아래에 표기 된다. 그러나 ‘참매 1호’와 ‘참매 2호’에는 기체를 확인할 수 있는 등록번호가 보이지 않는다.

만일 ‘참매 2호’가 ‘참매 1호'(P-618)와 다른 기체라면 북한 정부비행대 소속인 P-882나 고려항공 소속인 P-881, P-885 등 세 대 중의 하나가 된다.  그러나 이들 세 기체의 운항상황을 추적해 보면 ‘참매 2호’가 아니라는 심증이 짙어 진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항공사진매니아들이 러시아의 공항에서 촬영한 사진 등의 정보를 살펴 보면 P-881기와 P-885기는 꾸준히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톡 등에서 작년 까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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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항공 IL-62M, P-881기, 2014년11월 모스크바공항 (russianplanes.net 작가 Artem Anikeev)

. . . P-881  고려항공 소속에서 정부비행대 소속으로 바뀐듯

우선 P-881기를 보면 2014년 하반기부터 기체에 새겨진 항공사 이름 ‘Air Koryo 고려항공’이 지워진 상태다. ( 위 사진 참조) 이는 북한정부비행대 소속의 IL-62M 기종의 도장 이다. 한편 2014년11월 김정은 특사로 최룡해 일행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 김정은 전용기를 타고 가다 기체고장으로 회항해서 하루 늦게 도착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모스크바(위 사진)와 하바로프스크 공항(아래 사진)에서 촬영된 사진을 보면 당시 최룡해 일행이 이용한 것은 김정은 전용기(IL-62M)가 아니라 P-881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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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881, 하바로프스크공항, 아래에 최룡해 특사의 방문이라고 설명이 보인다. by Alexey Matviyencho 

P-881기는 2015년 5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러시아승전70주년기념식에 참가한 북한대표단 김영남 위원장 일행을 태우고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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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5월 8일 러시아승전70주년기념식에 참석하는 북한대표단을 태운 P-881 (작가 Anatoly Burtsev)

P-881이 등록상황은 russianplanes.net에도 아직은 고려항공 소속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고려항공 소속의 P-881기를 ‘Air Koryo 고려항공’ 이름을 지워 북한 정부비행대 소속의 도장을 하고 최룡해나 김영남 등 북한의 고위층이 이용하는 것으로 봐서 P-618기가 김정은 전용기로 차출 되면서 북한 정부비행대가 P-618을 대체하기 위해 고려항공 소속의 P-881기를 차출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flightradar24.com의 자료에 의하면 P-881기는 고려항공 소속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난다. 비록 P-881기가 최룡해 일행을 태우고 기체고장으로 회항한 망신스런 일이 있었지만 현재는 북한이 보유한 IL-62M기 중에서 그나마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재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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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항공 IL-62M, P-885기, 원산갈마공항 2016년 8월 (출처 :facebook/wonsanairfestival)

. . . P-885 고려항공 새 디자인으로 치장해  

P-885기의 경우는 2016년에 기체도장을 고려항공의 새로운 디자인으로 도장을 전면 변경했다. (위 사진 참조) 그리고 모스크바 공항과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꾸준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래 사진 참조) 아마 지금은 당장 반겨주는 공항이 없어 고려항공 소속으로 취항할 노선이 없기에 놀고는 있지만 이 기종이 북한에서 유일하게 모스크바까지 논스톱운항이 가능한 장거리 기종이다. 아마 고려항공은 앞으로 모스크바 노선이 부활 될 것을 대비해 IL-62M기 한 대 정도를 확보해 두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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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6월 블라디보스톡공항에 착륙하는 P-885 (출처 russianplanes.net 작가 Oleg Ivanchenko)

P-881기와 P-885기는 2015년 8월에 두 대가 함께 모스크바 공항에서 모습을 보인 적도 있었다. 이때는 북한의 창봉악단과 국가공훈합창단의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콘서트홀에서 공연이 있었다. 아마 두 단체의 단원을 두 대에 나누어 태우고 함께 모스크바에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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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8월 모스크바공항에서 P-881기와 P-885기 (출처 : russianplanes.net,  작가 : W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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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지연공항에서 고려항공 P-885기 모습 (출처 jetphotos.com  작가 Paul Davey) 

이렇게 P-881과 P-885가 자주는 아니지만 근근이 최근까지 새로 변경된 도장으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P-882는 항공사진매니아들에 의해 거의 포착되지 않고 있다. 공개된 사진자료를 아무리 찾아도 김정은 집권 후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래 사진 참조)  항공기는 거대한 기계라 오래 세워 두면 좋지 않다고 한다. 북한이 P-882기를 또 하나의 전용기로 사용하기 위해 아끼려는 것이 아니라는 뜻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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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정부비행대 소속 P-882기. 2011년 4월 블라디보스톡 (russianplanes.net, 작가 Alexander Popik)

P-882가 비록 IL-62M기 중에서 가장 늦게 도입한 기체지만 다른 기체에 비해 성능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참매 2호’는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IL-62M기의 제작사인 일류신사의 자료에 의하면 P-882기의 안전운항의 신뢰성을 승인하는 감항증명(Airworthness)이 2013년 9월12일으로 만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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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yusin사의 자료에는 2018년 5월10일 기준으로 P-882기의 운항승인날짜가 2013년 9월12일까지로 되어 있다.

2014년10월 황병서 일행과 2018년 2월 김여정 일행이 새 비행기 AN-148을 이용하지 않고 낡은 김정은 전용기를 이용한 것은 낡아서 김정은 자신이 새 기체인 AN-148로 전용기를 바꾼 것이 아니라 남한에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켜주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김정은 전용기는 하나 뿐 . . . . . . Air Force Un !

이렇게 러시아의 공항에서 추적된 고려항공기들의 사진과 russianplanes.net에 올려진 북한 고려항공의 정보를 미루어 보면 김정은 전용기는 ‘참매 1호’ 하나 뿐이라는 심증이 간다. ‘참매 2호’는 김정은 전용기에 김정은 외의 고위층 인사가 탑승한 경우를 부른다는 주장이다. 이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 Air Force One과 같은 뜻 이다. Air Force One은 대통령 전용기인 VC-25A (B747-200군용버젼)기의 이름이 아니라 대통령이 탑승했을 때의 콜사인 이다. 만일 미국 부통령이 VC-25A기에 탑승하면 콜사인은 Air Force Two가 된다.

한편 외신에서는 김정은 전용기를 Air Force Un 이라 부르기도 한다. 미국대통령전용기 Air Force One과 김정은의 마지막 이름 Un이 비슷한 것을 빗댄 별명 이지만 약간 빈정대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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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김여정 일행이 타고 온 전용기를 ‘참매 2호’라고 한 것도 실세 2인자인 김여정, 명목 뿐인 허세 2인자 김영남이 함께 탑승했으니 명실상부한 ‘참매 2호’가 되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에 김정은이 타고 갈 기종은 ? 

이렇게 북한의 항공기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에 김정은이 이용 할 기종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김정은이 유럽까지 논스톱 운항이 가능한 항속거리 10,000km인 전용기 ‘참매 1호’를 갖고 있지만 기체가 낡아 운항 능력에 의문을 품기 때문 이다. 실제로 북한이 보유한 항공기 중 최근에 모스크바까지 운항한 기재는 P-881, P-885 뿐 이다. ‘참매 1호’는 등장한지 4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한반도를 벗어 난 적이 없다. 즉 1시간 이상 비행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도 북한이 보유하고 있던 4대의 IL-62M기 중에서 P-883기가 김정은 전용기로 선택된 것은 가장 기체 상태가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P-881, P-885기가 모스크바 까지 가끔 비행한 사실을 보면 김정은 전용기(P-883)의 운항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김정은 전용기를 포함한 북한이 보유한  IL-62M기들이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차선책은 있다. 일단 언론에서 지목한 ‘김정은의 새 전용기’ AN-148은 아니다. 국가원수 전용기로 국제무대에 서기에는 체면이 서지 않기도 하지만 항속거리가 짧아 싱가폴 커녕 태국의 방콕이나 베트남의 호치민도 논스톱 비행이 불가능하다.

* 고려항공 P-632기( TU-204-300), 쿠알라룸푸르 공항 (출처 : 고려항공 facebook)

북한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고려항공의 TU-204기다. 김정은이 고려항공의 AN-148 만 이용했고  TU-204기를 이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TU-204기가 AN-148 보다 훨씬 크고 운항능력이 뛰어난 기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에서는 김정은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이용할 기종을 다룰 때 TU-204기에 대한 얘기는 없다.

TU-204는 중단거리용 중형(B737-900, A321급)제트여객기 이다. 장거리기종이고 기체도 제법 큰 ‘참매 1호’ 보다는 작지만 국제무대에서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할 수 있는 규모다. 무엇보다도 TU-204는 고려항공이 보유한 기종 중에서 유일하게 유럽취항금지(EU BAN) 규제에서 벗어난 기종 이다. 문제는 TU-204기는 항속거리가 IL-62M의 절반에 그치는 중단거리용 쌍발제트여객기로 유럽까지 논스톱 비행이 불가능하지만 한 번 정도 중간 경유지에서 급유를 받으면 문제 없다. 유럽의 경우 중간 경유지가 러시아가 되니 북한으로서는 부담이 없는 편이다.

고려항공은 국제선에 취항이 가능한 기재를 TU-204기 두 대, AN-148기 두 대등 모두 네 대 있다. 그나마 북한경제가 위축되면서 운항노선도 대폭 줄어 들어 베이징, 심양, 블라디보스톡 등 단거리 노선 뿐 이며 AN-148기는 작년 부터 운항스케줄에서 빠져 있다. 따라서 김정은이 정기 노선에 취항중인 고려항공의 TU-204를 차출해도 AN-148기가 대체할 수 있어 언제든지 이용이 가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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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항공 P-633기 (TU-204-300), 2016년 12월 1일 베이징공항에서 촬영 

고려항공의 TU-204기는 두 종류가 있다. P-632기는 2010년 도입한 TU-204-300으로 기체가 P-633 (TU-204-100B) 보다 짧지만 항속거리는 더 멀다. 만일 회담 장소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먼 편이 싱가폴에서 개최되면 P-632기가 논스톱 비행이 가능하며 방콕 이내의 경우는 P-633, P632기 모두 논스톱비행이 가능하다. 고려항공이 대북제재 이전에는 평양-방콕 노선은 P-633기, 평양-쿠알라룸푸르 노선에는 P-632기가 취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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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항공 IL-62M (P-633), 방콕수완나붐국제공항에서 2016년 3월 촬영.

고려항공 TU-204기 . . . . . . 기체 도장을 바꾸지 않은 이유는 ? 

고려항공기의 사진을 조회하면서 한 가지 재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2016년 9월 원산 Air Show에 참가한 항공기들은 고려항공이 거의 사용하지도 않는 50년 된 기체까지 도장을 새로 바꾸었는데 현재 고려항공의 간판 기종인 TU-204 두 대는 최근 까지 예전 도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른 기종들은 기체도장 변경작업이 2014년 하반기에 시작해서 2016년 9월 원산에어쇼를 계기로 거의 마쳤지만 TU-204기 두 대는 수직꼬리날개에 그려진 인공기도 만 2017년 하반기에나 새 디지인으로 변경되었을 뿐 동체 도장은 그대로다.   2017년10월에 블라디보스톡에서 촬영된 P-632기와 2018년 2월에 베이징에서 촬영된 P-633기의 동체 도장 모습은 구 도장 그대로다. (아래 사진 2장 참조) 가장 최근인 2018년4월23일 촬영된 모습도 아직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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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항공 P-632기(TU-204), 2017년10월 블라디보스톡 ( russianplanes.net, 작가 Andrey Shapoval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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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항공 P-633기(TU-204), 2018.02.24 베이징 (출처 jetphotos.com 작가 Yiran)

금년 한 달 사이에 TU-204도 새로 도장을 변경했는지 모르겠지만 추측하건데 고려항공은 현재 TU-204기 두 대만 정기노선에 운항 중이기 때문에 도장을 새로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만일 김정은이 북미정상회담에 고려항공의 TU-204기를 이용하기로 결정한다면 서둘러서라도 도장을 새로 하지 않을까 생각 된다. 새로 변경된 디자인이 구 도장과 비교하면 한결 세련된 모습이기 때문 이다.

 

체면을 살리려면 IL-62M ‘참매 1호’ . . . . . . 안전이 우선이면 고려항공 TU-204 

문제는 김정은이 체면을 위해 장거리 비행의 검증이 안 된 위험 부담을 무릎쓰고 자신의 전용기 IL-62M ‘참매 1호’를 이용할지, 아니면 현실적인 면에서 안전 운항을 위해 다소 체면은 깎이지만 고려항공의 TU-204를 선택할 지 궁금하다. 이제 곧 북미정상회담이 어디서 열리게 될지 몰라도 Air Force One과 Air Force Un이 지구촌 어느 공항에서 서로 마주 칠 상황이 연출될 것 같다.

Air-Force-One-Air-Force-Un

 

 

자료검증사이트 :

www.russianplanes.net

www.jetphotos.net

www.planespotters.net

www.flightradar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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