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도쿄여행에서는 약속 시간에 여유가 있어 나리타공항 활주로 끝 도로 건너 편에 있는 사쿠라산(さくら山, Sakuranoyama)를 둘러 보기로 했다. 지난 4월 하네다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꼬마 항공사진가 미네무라유키군이 소개한 곳으로 나리타공항 제1터미날 앞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작은 동산 위에 조성한 공원으로 항공사진매니아들 뿐만 아니라 소풍나온 나리타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마침 나리타공항에 도착하여 제2터미날의 버스정차장으로 갔더니 바로 사쿠라노야마로 가는 로칼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곳은 공항에서 직선거리로 3km 남짓 한 곳으로 2차선 좁은 도로로 10여분 가는데 대중교통요금이 비싼 일본 답게 버스값이 240엔 이다.
일본의 거의 모든 공항에는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하네다(HND), 나리타(NRT), 오사카 간사이(KIX), 후쿠오카(FUK), 삿뽀로의 치토세(CTS) 등 5대 공항 부터 규모가 38위 시즈오카(FSZ), 40위인 요나고(YGJ)(YGJ)공항까지 내가 찾았던 일본의 크고 작은 17개의 공항에는 예외 없이 모두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공항터미날 밖에 있는 전망대는 나리타공항 외곽도로 건너 편의 사쿠라노야마가 처음 이다. 간사이공항에도 메인터미날이 아닌 외부에 전망대건물 Sky View가 있지만 간사이공항 자체가 인공섬으로 되어 있으니 공항구역 안에 있는 셈이다.
과연 사쿠라노야마에서는 나리타공항 제1터미날 앞 전경과 16R/34L 활주로가 한 눈에 보인다. 나리타공항의 50%가 시야에 들어 온다. 제1터미날의 옥상전망대에서 유도로를 오가는 항공기를 좀 더 가까이 볼 수도 있지만 사쿠라노야마에서는 머리 위로 착륙하는 항공기를 볼 수 있으며 16R 활주로 끝에서 이륙을 시작하는 장면이 엔진의 굉음과 함께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특히 Dreamliner B787기의 이륙하는 뒷 모습을 보면 유난히 다른 기종의 날개에 비해 곡선으로 위로 휘어지는 aerodynamic한 날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B787은 잘 알려진 대로 동체와 날개 등 주요 부위가 금속이 아닌 Composite로 불리는 탄소강화섬유로 만들어져 금속으로 만든 다른 기종에 비해 flexibility가 크기 때문 이다. 이런 현상은 에어버스의 신기종인 A350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약 한 시간 뙤약 볕에서 나리타공항 16R 활주로에 이착륙하는 다양한 항공기를 지켜보고 마지막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인천행 OZ102편 A380기의 이륙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지체하느라 다음 행선지인 나리타공항 활주로 반대 편 끝에 있는 항공과학박물관으로 가는 버스를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 사쿠라노야마나 항공과학박물관은 번화가나 주택밀집단지가 아니라 오가는 대중버스편은 하루 다섯 손가락으로 뽑을 만큼 운항회수가 적다.
사쿠라노미야 버스정류장에서 다음 버스를 검색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사쿠라노야마에서 산책을 즐기러 나왔던 중년 부부가 다가 왔다. 그분들 한테 항공과학박물관으로 가는 버스를 놓쳤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물어보자 부부는 서로 말을 주고 받더니 나보고 주차장에 서 있는 자기 차를 가리키며 타라고 한다. 그 부부는 시간 여유가 있으니 날씨도 덥다며 직접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워낙 무더운 날씨라 이들의 호의를 주저할 필요 없이 덥석 받아 차 안으로 들어 가서 인사를 나누는데 이들은 나리타에 사는 시민으로 사쿠라노야마에 산책나왔다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며,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간단한 한국어 인삿말로 답례를 할 정도로 친근감을 나타내었다. 새삼 요즘 껄끄러져만 가는 한일문제에 민간교류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항공과학박물관 Museum of Aeronautical Sciences
사쿠라노야마에서 나리타공항 정반대편 활주로 끝에 있는 항공과학박물관은 규모와 전시물은 그리 주목할만한 것은 많지는 않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전후 일본 최초의 여객기였던 YS-11기였다. 한 달 전 시코쿠의 타카마츠 공항에 들렀을 때 활주로 건너 편에도 YS-11이 보였지만 워낙 멀리 있었다. YS-11은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제작한 여객,수송기로 내가 대학교 다닐 때 대한항공의 김포-속초 노선에서 한 번 탑승했던 기체다. 당시에는 지정좌석제가 아니라 선착순으로 기내에 오르는 대로 앉는 시스템이어서 나를 포함하여 창가에 앉으러 뛰어 가는 승객들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또 하나의 기종이었던 Fokker F-27은 주날개가 동체 위에 있어 어느 좌석에 앉아도 창 밖 시야가 좋지만 YS-11은 주날개가 동체 중간에 있어 창가 좌석이라도 절반 정도는 날개에 가려 지상의 모습을 지켜보기에는 미흡했던 기종이었다.
그외 항공과학박물관에 전시된 다른 기종들은 일본의 언론기관에서 취재용으로 사용했던 소형기종들 정도로 교육용으로 운영되기에는 적합하지만 전문성은 뒤떨어지는 것 같지만 그래도 45년 전에 만났던 YS-11기를 재회할 수 있었던 것은 작은 소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