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타이베이 미팅에 참석하는 길에 마카오를 경유했다. 지리상으로 보면 마카오를 가는 길에 타이베이를 경유하게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타이베이를 가기 위해 훨씬 먼 마카오를 경유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지만 항공요금이 거리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서울에서 대구를 가는데 부산까지 내려가서 다시 대구로 올라 가는 셈이지만 요금에 차이가 없다면 부산 구경도 할 겸 시도해 볼 일이 아닌가.
내가 마카오를 처음 찾은 것은 26년 전 이다. 당시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정식 수교를 하기 직전이라 마카오는 중국 땅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마카오에는 항공사는 물론 공항도 없어 마카오로 가는 길은 홍콩에서 페리편을 이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15년 만에 다시 찾은 마카오는 통계상으로는 예전의 마카오와 엄청 달라져 있다. 처음 찾았을 때는 고층빌딩이 즐비한 세계적인 국제도시로 성장한 홍콩과 그 존립 성격은 비슷하지만 마카오는 카지노산업에 의존할 뿐 이렇다 할 산업이 없는 초라한 도시였다. 그 후 2003년, 11년 만에 다시 찾았을 때는 바다를 매립하여 공항도 세웠고, 타이파 섬과 콜로안 섬 사이를 매립하여 신도시 건설의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할 때였다. 높이 338m의 마카오타워도 2001년에 세워 졌다. 2003년 마카오타워에서 촬영한 사진들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크게 변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에어마카오는 마카오의 유일한 한공사다. 마카오는 홍콩과 같이 중국의 특별자치구로 구분 되는 도시국가 형태이지만 마카오의 유적지가 몰려 있는 구시가지에 해당하는 마카오 반도는 면적이 여의도와 비슷한 8.5 sq.km 로 끝에서 끝까지 1시간이면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다. 내가 마카오를 처음 방문한 것은 26년 전인 1994년으로 다시 보는 마카오는 엄청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마카오를 처음 찾았을 때만 해도 마카오에는 항공사는 물론 공항도 없어서 마카오에서 중국을 거치지 않고 외부로 나가는 길은 홍콩과 연결하는 선박편이 유일한 교통편이었다. 24년 전에도 홍콩에서 고속페리로 마카오로 가서 자동차가 아닌 인력거로 마카오반도를 돌아 본 기억이 있지만 지금은 인력거는 보이지 않는다.
마카오의 변화는 마카오반도 보다는 타이파(Taipa) 섬과 콜로안(Coloane) 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마카오 반도 아래에 있는 두 섬 사이는 코타이(Cotai)로 불리는 매립지로 연결되어 대형 카지노 호텔단지로 바뀌었다. 1994년에 마카오를 처음 방문했을 때 타이파 섬에 한 쪽에 바다를 메워 공항을 세우고 마카오반도에서 타이파 섬을 연결하는 해상브릿지가 건설 되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들 교량은 이미 완공되었을 뿐만 아니라 마카오에서 홍콩까지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도 곧 개통될 예정이라고 하니 놀랍다.
공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마카오반도로 들어가는 코스는 코타이(Cotai) 지역의 호텔들을 순회하는데 마치 라스베가스에 와 있는 느낌을 주게 된다. Venetian, Galaxy, Wynn Palace 등 초대형 호텔들은 외형 부터가 여느 고급호텔과 달리 독특한 외형을 하고 있다. 라스베가스 시내 한 복판에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 있듯 마카오에는 파리 에펠탑이 들어섰다.
타이파섬과 마카오반도 사이에는 3개의 해상교량이 연결되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마카오반도에 교량이 세 개 씩이나 되니 놀랍다. 전에는 한가한 모습인데 지금은 제법 통행량이 많다. 마카오반도의 안으로 들어가니 이곳은 예전 모습 그대로다. 다만 마카오 카지노의 상징이었던 Hotel Lisboa 옆에 연꽃 모양으로 지은 대형 카지노호텔 Grand Macau가 마카오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등장하였다. 그래도 나같은 구세대한테는 역시 마카오의 분위기는 고색 창연한 Hotel Lisboa에서 느끼게 된다.
마카오반도의 중심인 세도나광장은 구시가지의 중심이다. 세도나광장 바닥의 보도블럭은 물결 모양으로 독특하다.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 해변도로에서 물결치는 모습의 보도블록을 보고 그냥 파도를 의미하나 보다 생각하고 말았는데 같은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았던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 인파가 넘치는 골목길이지만 St.Paul 교회 등의 명소를 가리키는 지시판이 잘 정비되어 있어 원하는 장소를 쉽게 찾아 갈 수 있다. 세도나광장에서 안쪽에 있는 St.Domingo 성당 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마카오 상징의 하나인 St.Paul 성당터가 나온다. St.Paul 성당은 1580년에 세워졌지만 지금은 전면 벽만 남아 있는 것이 마치 영화촬영장의 세트처럼 서있다.
마카오에는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이 거의 빠지지 않고 취항하고 있다. 부산 노선도 있다. 마카오에서 중화권 외의 항공노선 중에서 우리나라 항공편이 가장 많은 것도 놀랍다. 마카오가 우리나라와 이렇게 가깝다니 . . . . . .
마카오를 둘러 보고 자료를 찾아 보니 깜짝 놀랄만한 데이타가 나온다. 마카오의 국민 1인당 GNP가 세계 4위라고 한다. 마카오의 카지노 매출액이 라스베가스를 추월한 것은 이미 오래 된다고 한다. 고객은 중국의 큰 손들. 그러나 마카오를 돌아 보며 마카오 주민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 세계 4위라는 부국의 주민들 같지는 않다.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인데 마카오 뿐만 아니라 지구촌 많은 곳이 경제 지표와 사람들의 삶의 질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