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negie Hall . . . 하이페츠, 루빈슈타인이 배우로 등장한 영화

보통 영화음악은 영화의 스토리전개를 위한 것으로 등장하지만 영화에서 스토리와 음악이 대등한 위치에 선 경우도 보게 된다. 물론 영화 스토리가 음악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흑백영화시절의 미국영화 카네기홀이 그런 경우인데 과장하자면 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영화라는 형식을 이용했다고나 할까.

Carnegie Hall은 1947년 나온 미국의 흑백음악영화다. 아일랜드에서 뉴욕으로 이민 온 4살의 여아 Nora가 카네기홀에서 잡일을 하는 이모 밑에서 자라게 된다. 처음 이민 온 조카를 두고 올 수가 없어 이모는 4살 노라를 카네기홀에 데리고 오는데 카네기홀의 지휘자 Damrosch가 떨어뜨린 손수건을 주워 준 인연으로 차이코프스키가 피아노협주곡을 직접 지휘하는 연주를 무대 뒤에 좌석을 만들어 주어 보도록 배려하며 ‘네가 커서 차이코프스키가 직접 지휘하는 연주회를 직접 보았다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애한테 알아듣기 어려운 얘기를 남긴다.

Nora(Marsha Hunt)도 커서 카네기홀의 청소부로 일하게 되면서 클래식음악을 꾸준히 들으며 음악적 소양을 키우고 카네기홀을 출입하는 음악인들과 친분도 갖게 된다. 노라는 피아니스트 Tony Salerno(Hans Jaray)와 결혼을 하지만 살레르노는 음악적 견해로 카네기홀과 불편한 관계가 되고 결국 사표를 내고 술에 취해 집에 왔는데 계단에서 떨어져 사망한다.

Nora는 Salerno 사이에 나은 아들을 아버지를 이어 카네기홀 무대에 설 피아니스트로 키우려고 하지만 아들 Salerno Jr.(Wiliam Prince)는 점차 새로운 으름의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되고, 클래식을 고집하는 어머니와 불화를 겪어 집을 나와 독립하게 된다.

엄마의 품을 떠난 아들 Salerno Jr.는 재즈 피아니스트겸 작곡가로 명성을 얻기 시작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아들을 인정하지 않고 찾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아들과 결혼한 며느리가 노라를 찾아온다. 며느리는 아들과 싸웠는데 화해를 하려고 아들이 있는 시카고로 간다고 해도 아들은 올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노라한테 도움을 요청한다.

Nora도 자신과 아들이 감정 문제로 서로 떨어진 것을 마음 아파하며 살았기에 아들 부부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카네기홀 오랜 직장 동료인 John (Frank Mc Hugh)에게 시카고행 항공편예약을 부탁한다. 부탁을 받은 John은 항공편을 예약하고 자기 사위를 시켜 공항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전화를 끊는다. 그런데 John은 어떤 내막을 알고 있는지 Nora의 부탁과 다른 계획을 세운다. John의 사위는 Nora의 집을 찾아가 Nora와 며느리를 카네기홀로 데려가는데 노라는 왜 공항으로 가지 않느냐며 의아해 하며 비행기표를 달라고 한다. 카네기홀에 도착하자 John은 Nora와 며느리한테 흥분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라며 우선 카네기홀 공연을 보라며 강제로 공연장으로 데려간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후반부 공연에서 지휘자 스토코프스키는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새로운 미국의 작곡가를 소개하며 그가 직접 지휘와 피아노를 연주하겠다고 안내하는데 바로 Nora의 아들 Salerno,Jr가 등장한다.

아들은 피아노 앞에 앉아 직접 지휘와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아들이 재즈음악을 한다며 외면했던 Nora도 아들의 성공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감격하게 된다.

이 영화는 얼핏 스토리가 미국의 작곡가 George Gershwin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그의 성장과정 등은 영화와 맞지 않지만 George Gershwin은 클래식과 재즈 두 분야에서 명작을 남긴 음악가였다. 영화 속에서 아들이 성공하여 음반을 내고 노라의 집 하녀가 이 음반의 음악을 듣는 장면이 있는데 곡명이 American Rhapsody로 Gershwin의 Rhapsody in Blue와 America in Paris의 조합이 아닐까 추측해 보기도 한다.

이 영화가 다른 음악영화와 다른 점은 실제 연주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이 가상의 배우들이 아니라 당대 최고 스타들로 자신의 실명으로 출연했다. 그것도 잠깐 등장하는 카메오 정도의 역할이 아니라 극의 흐름을 좌우하는 비중 있는 대사도 있다. 그들의 연주 장면도 하이라이트로 편집한 것이 아니라 소품의 경우 전곡, 오케스트라 곡의 경우 한 악장 전체를 소개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직접 본인의 실명으로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실제 연주를 보면 Rodzinsky가 지휘한 Beethoven 운명교향곡 2악장, Bruno Walter 지휘의 Wagner의 마이스터징거, Fritz Reiner가 지휘하고 Heifetz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1악장, Stokowsky가 지휘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2악장 등과 피아니스트 Rubinstein이 연주한 Chopin의 폴로네이즈 영웅, Falla의 불의 춤, 첼리스트 Piatigorsky의 생상의 백조 등이 있다. 이분들은 우리 세대에도 명성을 익히 알고 있고 LP 등을 통해 연주를 들을 수 있었지만 흑백필름이지만 이들 대가들이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음악애호가들한테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준다,

Stokowsky는 1937년 오케스트라의 소녀에도 주연으로 출연했고 디즈니의 만화영화 판타지아에도 영화 첫 도입부에서 지휘대에 오르는 장면이 실루엣 처리 되어 나오는 등 스크린과 친숙한 지휘자가 되었다. 그외 우리 세대에는 생소하지만 소프라노 Lily Pons, 메조소프라노 Rise Stevens 등의 공연이 들어가 있다. 이들 영상은 영화를 위해 촬영한 것이 아니라 카네기홀 공연의 기록 영상을 영화에 삽입한 것이라고 한다.

이 영화를 위해 새로 촬영한 듯한 테너 Jan Peerce가 부르는 O Sole Mio, 베이스 Ezio Pinza가 부르는 모차르트 Don Giovanni도 볼 수 있는데 모두 오페라에 출연한 듯 연기도 배우 뺨친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곡이 기존의 유명한 클래식 곡인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 Salerno Jr.가 작곡하고 직접 피아노 연주와 지휘한 곡은 이 영화를 위해 유일하게 작곡된 57th Rhapsody 이다. 곡명도 카네기홀의 주소에서 따왔다. 그래도 이 연주를 트럼펫 연주는 실존했던 트럼펫티스트 Harry James가 출연했지만 피아노 부분은 다른 연주자가 녹음에 참여했는데 그래도 피아니스트의 연주하는 손이 나오는 장면은 작곡가인 Mischa Portnoff의 손이라고 하니 마치 다큐멘타리를 촬영하는 정도의 정성을 쏟아 부어 1940년대 미국 음악계의 귀중한 영상자료의 가치를 가진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제작된지 70년이 넘어 저작권 문제가 없는지 You tube에 영화 전편이 소개되고 있다. 한글 자막은 없지만 1940년대 미국 영화의 영어 대사는 요즘 영어와 달리 알아 듣기 쉬운 편이라 여기 소개해 본다.

 

Rubinstein의 연주 : Chopin Polonaise & Falla Dance of Fire

 

Jascha Heifetz, N.Y.Phil & Fritz Reiner 지휘, Tchaikovsky Violin Concerto No.1

 
https://youtu.be/TES6zKU-YBE

Carnegie Hall (1947)  영화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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