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제주도에 배낭여행을 온 후 지금까지 수 십 차례 제주도를 찾았지만, 우리나라 국토의 남단인 마라도는 이제야 처음 찾아 갔다. 제주도 모슬포에서 뱃길로 30분 그리 먼 곳은 아니었는데, 남의 나라 국토 끝이라는 곳은 일부러 찾아 가면서 막상 내나라 땅의 남단을 지금에서야 찾게 되었다니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된다.
마라도 여행은 모슬포에서 시작한다. 제주도는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의 정보가 정확한 GPS 시스템으로 안내 되어 렌트카 없이 대중교통으로 쉽게 다닐 수 있다. 제주도 숙소인 한림읍 라온프라이빗타운은 큰 마을이 아니라도 모슬포 선착장 까지 한 번의 환승으로 도착할 수 있다.
모슬포 송악산의 송악 선착장을 떠난 페리호는 불과 30분 만에 마라도에 도착한다. 모슬포항에서 마라도 사이에 가파도가 있는데 마라도는 행정구역이 가파도의 하부 구역이라고 한다. 가까이 다가서면서 보이는 두 섬의 인상은 완만한 평지다. 가파도는 가장 고지대가 해발 20m, 마라도는 해발 39m 이다. 마라도에 선착장이 몇 개 되지만 송악선착장에서 출발한 배가 사용하는 살레덕 선착장이 경사가 완만해 좋은 편이다.
마라도는 섬 둘레가 4.2km, 대부분 평지라 천천히 섬을 둘러보아도 1시간이면 족하다. 배표를 판매할 때도 1시간30분 ~ 2시간 체류시간을 감안해서 왕복표를 지정해서 판매한다. 물론 마라도에서 더 시간이 필요할 경우 선박회사에 전화하면 변경해 주기는 하지만 그림을 그린다든지 사진 촬영을 하는 등의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면 그 정도면 충분하다.
선착장에는 대여자전거도 있지만 섬 전체가 평지에 가깝기 때문에 걸어서 돌아보기에 충분하다. 교통수단이라고는 공사차량으로 보이는 경트럭과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전동차 뿐으로 민박집에서 예약된 관광객 픽업용도로 사용하는 것 같다.
넓게 펼쳐진 들판에 누군가의 무덤이 보인다. 얼핏 섬 전체에 하나 뿐인 것 같다. 들판 가운데 조그만 연못이 있는데 아마 식수원으로 사용되었을 것 같다. 농사를 지을 만한 기름진 땅은 아닐테고, 곳곳에 선인장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척박한 땅으로 보이지만 우리 나라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모습 이다.
모슬포 부둣가에서는 마라도는 보이지 않았지만 마라도에서는 바다 건너 모슬포의 삼방산과 한라산이 보이는데 생각 보다 가까운 거리다.
마라도의 유일한 교육기관인 가파도 초등학교 마라도 분교는 학생이 없어 2016년 부터 임시 문을 닫을 정도로 상주인구가 100명 채 못 된다고 한다. 들리는 얘기로는 이 마라도분교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영구 폐쇄하지는 않고 학생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상점이라고는 관광객을 위한 편의점과 식당, 민박 정도 보인다. 그래도 이 좁은 섬에 교회, 성당, 절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종교시설은 다 있다. 그중 성당이 가장 섬 아래쪽에 있으니 마라도 성당이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종교시설의 타이틀을 차지하였다.
마라도는 섬 자체는 특별한 명소가 있는 관광지는 아니다. 마라도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최남단 땅을 밟아 본다는 것 이다. 물론 작은 섬이기에 무공해 청정지역이라는 특성도 한 몫 하고 있다.
그런데 마라도의 명물은 생뚱맞게 짜장면 이다. 내가 마라도에 간다고 하니 친구가 카톡으로 짜장면 먹고 오라고 사진을 보냈다. 뭐 마라도에서 생산되는 톳이 들어가고 해물이 많다는 특징이야 있지만 어떻게 짜장면이 마라도의 명물이 될 수 있을까 ?
섬 북쪽에 있는 선착장에 내려 해풍을 맞으며 넓은 들판을 거닐어 가면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게 된다. 모두 짜장면, 짬뽕 . . . 그러니까 중국집 이다. 마라도가 중국과 연관이 있는 곳도 아니고, 아니 짜장면이 중국과 관련이 없다니 중국까지 결부시킬 것도 없지만 마라도에서 왜 먹을 곳이 짜장면집 밖에 없는지 어이가 없다. 그나마 스타벅스는 없으니 다행일까 ?
마라도 명물(?)이 되어 버린 짜장면과 짬뽕집을 보니 저마다 TV의 연예프로에 나온 것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테너 출신 트롯트 가수인 김호중의 일대기인 영화 파파로티에서도 한석규가 넓은 들의 한 복판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는 장면이 나온다. 코미디언이 출연한 이동통신사 광고에서 마라도에서 짜장면을 시켜 쪽 배 타고 배달가서 ‘짜장면 시키신 분’을 찾는 장면이 대히트를 쳤는데, 이 명 대사(?) ‘짜장면 시키신 분’이 마라도 톳짜장면, 해물짬뽕 집의 간판에 등장한다.
마라도 관광코스가 왕복배편을 예약하고 1시간30분 정도의 체류시간을 주는데 점심 시간에 즈음한 배편은 관광객의 식사시간을 배려하여 2시간 여유를 준다. 그리고 아예 왕복 배표와 점심 짜장면 식권까지 예약 및 판매할 정도니 우리나라 국토의 최남단인 마라도를 찾아 가는 것이 아니라 ‘톳짜장면, 해물짬뽕’이 유명한 맛 집을 찾아가는 여행이 되어 버린 셈이다. 그것도 제주도 마라도에서만 잡히는 해산물이라면 모를까, 수입된 해산물이 들어간 마라도 톳짜장면, 해물짬뽕을 보니 중국집 앞 들판에 세워진 해녀상이 쓸쓸해 보인다.
정말 한 개그맨의 대사로 유명해진 ‘웃기는 짜장’ 이다. ‘웃기는 짬뽕’ 이다.
마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