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Air Premia 항공이 김포-제주 노선에서 첫 취항을 시작했다. 몇 달 전 김포공항에서 시험비행하는 모습을 몇 번 보았는데 드디어 승객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보통 신생항공사하면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 LCC)를 연상하게 되는데 Air Premia는 기존의 LCC와는 다른 성격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여지껏 모든 LCC항공사들은 기령 10년 정도의 중고 B737NG기종으로 시작했지만 Air Premia는 보잉의 최첨단 최신기종인 B787 Dreamliner 새 기재를 도입했다. 좌석 피치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보다 1~2인치 넓은 35인치다. 요금체계는 LCC, 서비스는 FSC(Full Service Carrier)를 추구하는 이른바 Hybrid 항공사라고 자부하고 있다. 내가 경험해 본 Hybrid 항공사로는 말레이지아의 Malindo Air, 일본의 Starflyer 등이 있으며 모두 동남아시아와 일본을 여행할 때 승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나도 즐겨 찾는 항공사들이다.
Air Premia 항공이 하이브릿드항공사를 내세우는 것은 막강한 미주교민을 대상으로 10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에 싼 요금이면서도 넓은 좌석을 제공하면 승산이 있디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리 경쟁력있는 요금을 앞세우는 저비용항공사라도 최대 5시간 정도인 동남아시아 노선이라면 몰라도 10~15시간이 넘는 미주노선을 29~30인치의 좁은 좌석으로 여행한다는 것은 아주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계층이 아니라면 선택받지 못할 것 같은데, 일반항공사들 중에서도 일반석 좌석공간이 세계에서 가장 넓은 축에 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보다 1~2인치 더 넓혔다는 것은 승객의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긴 항공사들이 만석을 기대하는 시기는 방학을 낀 휴가철과 설날 및 추석연휴 등을 포함해도 2~3달에 불과하니 좌석 수를 10% 정도 줄여도 만석을 채울 수 있는 성수기 때 손해 보는 것 이상으로 평수기 때 다른 항공사들 보다 그 이상의 수입을 보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Air Premia가 선택한 ‘꿈의 항공기 Dreamliner’ B787기는 내가 개인적으로도 가장 친밀감을 갖고 있는 기종 이다. 2011년 9월 보잉사가 B787 제1호기를 출고할 때 주문항공사인 일본 ANA항공과 함께 시애틀 인근의 보잉공장에서 성대한 출고식(First Delivery)을 가졌는데 그 때 내가 상용여객기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던 항공전문잡지인 월간항공의 추천으로 보잉사의 초청을 받아 취재를 다녀 올 수 있었다. 당시는 내가 새로운 직장에 근무를 시작할 때 인데, 쫓겨 날 각오를 하고 4일 휴가를 받아 다녀올 수 있어서 B787기 조립공장 견학과 출고식 전과정을 현장에서 지켜 볼 수 있었다.
꿈의 항공기 Dreamliner는 기존의 상용여객기와 확실히 차별화 되는 기종 이다. 보잉사의 첫 번째 제트여객기였던 B707이 항공여행의 대중화를 이끌어 내면서 B727, B737, B747, B767, B777 등 새로운 기종이 개발되고 경쟁사인 에어버스도 A330을 시작으로 A310, A340, A330이 선을 보였는데 기술적으로는 큰 진보를 이루었지만 사실 승객의 입장에서는 그저 새 비행기였을 뿐 큰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다. 승객들 입장에서 변화를 느끼는 것은 전자공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기내상영이 객실 벽에 프로젝터로 영상을 비추는 방식에서 좌석마다 모니터를 장착한 주문형 오디오/비디오 시스템 AVOD로 바뀌고,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 등 상위급 객실좌석이 기계식 조작에서 전동식으로 변한 정도다.
그러나 B787이 등장하면서 승객들이 직접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보통 항공기는 금속재질로 만들어서 기체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객실 내 습도를 낮추어 무척 건조한 편 이다. 한편 정상 고도로 비행할 때 객실내 기압은 지상과 달리 해발 2400m 상공의 기압에 맞춘다고 한다. 비행 중 제공되는 기내식 중에 밀봉 된 음식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는 것은 객실 기압이 지상 보다 낮기 때문 이다. 그러나 B787의 객실 내 기압은 정상 고도에서 해발 180om 수준의 기압을 유지할 수 있어 비행 중 신체에 주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나의 경우도 미국이나 유럽행 항공편에 탑승하면 수시로 손수건에 물을 적셔 코 밑에 대곤 했지만 B787을 이용할 때는 그런 버릇이 없어졌다.
B787기가 다른 기종에 비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객실 창문 이다. 항공기는 고공을 비행할 때 기내와 바깥의 기압 차이가 커서 창문을 크게 낼 수 없어 기차나 버스와 달리 아주 작은 편이다. 보통 다른 기종의 경우 객실 유리창의 위치는 성인 승객들의 눈높이 보다 약간 낮다. 객실유리창의 윗 부분이 좌석 등받이의 높이와 거의 일치 시킨다. 무조건 크게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약간 낮게 위치해야 승객이 기내에서 지상을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 이다. 그러니 하늘 위로 높이 뻗은 구름을 내다 보려면 상체를 약간 구부려야 한다. 그러나 B787의 객실창문은 다른 기종의 객실 창문 보다 훨씬 커서 승객이 편히 앉은 좌석에서 눈 만 돌리면 지상과 하늘 모두 편히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보안상의 문제로 기내에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장거리 비행 때는 복도 좌석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기내에서 촬영을 위해 창가 쪽 좌석을 선호하게 되었다.
B787기의 이런 새로운 변화는 B787기가 놀랍게도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탄소강화섬유로 만든 비행기라 가능한 것이다. 즉 동체를 비금속으로 만들어 습기에 의한 기체부식의 우려가 없어 객실내 습도를 높힐 수 있고 초경량고강도 재질로 만들어 객실 유리창도 크게 하고 객실 내 기압도 지상에 보다 근접한 조건으로 유지할 수 있다.
B787은 외형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 온 기종 이다. 우선 엔진의 덮개 뒷면이 톱니 모양으로 생긴 것이 특징 이다. 이는 엔진의 소음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설계로 보잉 B747-400기의 후속기종인 B747-8도 채택한 디자인 이다. 한편 조종석이 있는 기수 부분은 다른 기종은 앞 부분이 돌출되어 있지만 B787은 동체 끝에서 조종석 유리창에 이어 끝 부분 까지 매끈하게 미끌어 내려 오는 디자인 이다.
B787기의 날개는 B747-400이나 A330, A340과 같이 날개 끝이 꺾인 winglet 구조가 없는 것도 B787 외형의 특징 중 하나 이다. 대신 B777-300ER과 같이 주날개 끝이 후상방으로 휘어진 모습(raked wingtip) 으로 무사의 큰 칼 처럼 보인다. B787의 날개는 다른 기종에 비해 유연성도 큰 것 같다. 지상에 주기할 때와 순항고도를 비행할 때 날개의 위치를 보면 큰 차이가 난다. 속도가 빨라 질수록 날개 끝이 위로 휘어 올라가는 모습 이다.
Air Premia는 작년에 1호기 B787-9를 인도 받았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미주취항은 커녕 1년간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Air Premia기를 본 것은 지난 4월 김포공항에서다. 당시 시험비행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제서야 국내선 제주노선에 취항을 시작한다. Air Premia는 후발항공사의 핸디캡 때문에 김포-제주 노선의 좋은 시간대를 확보하지 못한듯 오전 6시30분, 오후 6시30분 하루 두 차례 왕복한다. 김포-제주 노선이 노선별 운항편수로 국제선, 국내선 통털어서 세계 랭킹 1위인 노선인 만큼 기존 항공사들의 운항시간에 새로 끼어 들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에어서울의 Unlimited Pass를 구입했지만 여름 성수기에는 사용할 수 없어 매주 평일 다녀오던 제주여행을 잠시 쉬던 판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종인 B787 Dreamliner를 만날 겸 Air Premia의 제주노선 취항 소식을 듣고 예약을 서둘렀다. 첫 항공편은 너무 일러 대중교통수단으로는 김포공항에 도착할 수 없어서 저녁 항공편을 예약했다. Air Premia의 예약은 쉽지 않았다. 준비가 부족한 듯 인터넷여행사에는 아직 오르지 못하고 항공사 홈페이지에서만 예약이 가능한데 스마트폰이나 PC에서 결제단계에서 먹통이 된다. 혹시나 해서 평소에 사용하던 Chrome 말고 IE로 접속하니 그때서야 결제가 된다. 왕복 39,800원, 나름 여름성수기에 괜찮은 가격 이다.
혼자 가기 심심해서 친구와 같이 가기로 하고 친구의 항공편을 예약해 주는데 웬 일 ! 내가 결제한 요금 보다 10,000원 내려갔다. 기대한 만큼 승객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39,800원도 만족할 만한 요금이지만 더 싼 요금이 다시 나오니 속이 편치만은 않아 7000원 페날티를 내고 예약변경을 시도해서 똑 같은 항공편으로 예약하니 결제단계에서 3000원 환불 표시가 뜬다.
마침 미국에서 다니러 온 초딩 동창이 다음 날 제주로 내려간다는 소식을 듣고 요금을 검색해보니 웬 일 ! 또 요금이 내려갔다. 김포-제주 노선의 요금이 8,900원 ! 유류할증료와 공항세를 제외하면 단 돈 500원. 자판기 커피 값에 불과하다. 유류할증료도 어차피 항공사가 가져가는 것이니 실제 요금이 4900원 이라고 해도 경기도내 시외버스 요금 보다도 싼 요금 이다. 초딩동창한테 같은 항공편으로 가자고 했더니 이미 다른 LCC로 싸게 예약해서 곤란하다고 한다. 결국 뻥을 치기로 했다. 네 비행기값은 내가 내줄테니 아무 생각하지 말고 같이 가자고 하며 생색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지난 수요일에는 조카와 함께 또 다시 제주를 찾았다. 이번에는 Air Premia의 1+1 이벤트 요금으로 일반 항공사의 Premium Economy에 해당하는 프레미아42 좌석을 선택했다. 비행시간 1시간 정도에 굳이 웃 돈을 내고 Premia42 좌석을 선택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번 만큼은 호기심과 마침 지난 주에 비해 Premia42요금이 크게 내려 1+1 조건이라면 다른 항공사의 일반석 요금과 차이가 없어서 냉큼 예약을 했지만, 이런 요금에라도 좌석을 팔아야하는 항공사의 입장을 생각하면 안스럽기도 했다. Premia42 좌석은 모니터를 작동하는 리모콘이 따로 좌석에 부착되어 있고, 좌석 옆에 신문이나 책자를 보관할 수 있는 작은 수납공간도 있다. 앞 좌석 등받이 아래에는 음료수 병을 보관하는 수납공간도 있어 일반항공사의 비즈니스클래스와 같은 럭셔리한 공간은 못 미치지만 실용적인 면에서는 만족할만한 수준 이다.
지난 주에는 Air Premia의 Wi-Fi가 정부승인 문제로 오픈되지 않았지만 두 번째 비행에서는 Wi-Fi가 오픈되었다며 모든 승객들한테 텍스트나 작업할 정도인 10MB 정도의 와이파이바우쳐를 증정했다. 그러나 아직 까지는 접속이 원활하지 않고 속도도 느려 거의 사용해보지 못했지만 국내선에서 와이파이 서비스가 된다는 것도 반가운 일 이다. 지금은 이벤트로 무료 제공하고 있지만 10MB 정도 요금이 $2.95 정도 되며 국제선에서는 사용 시간과 용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게 된다.
이번에 두 차례 Air Premia의 김포-제주 노선을 이코노미35클래스와 프레미아42클래스로 여행을 하면서 몇 가지 부족한 면도 보였다. 일단 예약단계에서 아직은 와이페이모어나 온라인투어와 같은 인터넷 온라인여행사에서 검색이 되지 않고 Air Premia 홈페이지에서만 예약이 가능하다. 그런데 막상 결제단계에서는 에러가 많이 난다. 알고 보니 chrome이나 android운영체제에서는 결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하루 빨리 보완해야 할 문제인듯 하다. 또 하나 이것은 Air Premia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데 요금의 변화가 일관성이 없다. 대체적으로 승객들은 일찍 예약할 수록 낮은 요금을 기대하지만 어느 순간에 요금이 곤두박질 하는 것을 볼 수 있어 맥이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보다 큰 문제는 Air Premia의 로고 이다. Air Premia B787기의 도장은 수직꼬리날개에 파란색 바탕으로 타원형이 나란히 3개 그려져 있다. 위 아래로 길쭉한 타원형은 아마도 B787의 넓어진 객실창문에서 따 온것 같다. 그런데 웹에서 예약을 하는데 페이지가 변할 때는 수직꼬리 날개에 그려진 숫자 대로 빨간색, 검정색, 회색의 타원형이 3개가 춤추지만 결국 AIR PREMIA 항공사 명칭 앞에는 빨간 색 타원형 하나만 자리 잡는다. . 영낙없이 일장기를 연상케 하는 도안 이다. 인터넷에서 에어프레미아 AIR PREMIA를 검색하면 빨간색 타원형 아이콘이 앞에 보이게 된다. 대한항공은 태극마크, 그외 다른 항공사들도 각자 항공사를 대표하는 색상과 디자인이 아이콘으로 표시되는데 AirPremia만 일장기를 연상하게 만든다. 지난 4월 김포공항에서 시험비행중이던 Air Premia B787기를 처음 볼 때 만해도 왜색티가 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웬디자인을 보고 너무 과감한 발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웹디자이너와 경영진이 사전에 이런 항공사 아이콘이 정말 일장기를 연상하게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 아니면 알면서도 이런 디자인면에서 좋다고 생각해서 결정했을까 궁금해진다.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요즘 악화되고 있는 한일관계가 우려되기는 하지만 일본에 대한 편견은 갖지 않으려고 하지만 과연 일반인들이 이것을 보고 가만 있을지 Air Premia가 악플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 걱정된다.
이젠 기체 도장까지 변경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아직 Air Premia에 대한 홍보가 널리 되기 전인 만큼 지금이라도 항공사 아이콘 색상을 Air Premia 객실의 기본 색상인 청색계통으로 변경하는 것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