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클래식이건 대중음악이건 공연장에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 좋은 음악이 목적이라면 집안에서 좋은 오디오기기로 세계최고수준 연주가들의 CD나 음반으로 들을 수 있다. 비엔나필하모니나 베를린필하모니 등 세계최고의 연주를 담은 CD나 DVD의 가격도 불과 2만원 정도인데,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연주를 듣기 위해 1~9만원의 티킷값을 지불하고 공연장에 가는 것은 좋은 음악 못지 않게 기술적으로 잘 다듬어진 ‘소리’ 보다는 다소 거칠지만 생동감 있는 ‘연주’를 듣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음악회를 찾는 이유 중의 하나다. 마치 연예인들을 TV 드라마나 연예프로에서 보는 것과 공연장이 아니라도 길거리에서라도 마주치면 반갑고 손이라도 한 번 만져 보고 싶은데, 연주가들의 공연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공연장을 찾게 되는 이유다.
그런데 요즘 공연장을 찾게 되면 입장하는 관객들한테 일일히 공연중 사진촬영하면 안 된다는 당부를 뺴놓지 않는다. 필카(필름카메라) 시절에는 공연장에서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은 거의 생각하지를 못했다. 우선 촬영허락여부를 떠나서도 필카시절에는 어두운 실내에서, 그것도 멀리 떨어진 좌석에서 플래쉬 없이 사진을 찍기에는 전문가용 고가 카메라와 팔뚝 보다 두꺼운 망원렌즈를 삼발대에 고정시키는 방법이 아니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보급형 스마트폰도 놀라울 정도로 어두운 실내에서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있어서 연주 현장의 모습을 담고 싶어하는 청중들의 욕구가 커지게 되어 공연장에서 사진촬영에 대한 시비가 수면에 떠오르게 되었다.
공연장에서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두 가지는 초상권이 중요시되는 세상이라 상대방의 허락 없이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고, 또 하나는 공연장 분위기를 해칠 수 있기 때문 이다.
그런데 공연장에 따라 사진촬영에 대한 제지하는 강도는 다르다. 물론 공연중에는 절대로 촬영이 금지되지만 커튼콜 시간 때는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자주 찾는 공연장의 경우 롯데콘서트홀이나 인천아트센터 등의 경우 연주자들의 특별한 요구가 없으면 커튼콜(무대인사) 때는 사진촬영을 허락하고 있다.
어제 다녀 온 인천종합예술회관의 경우는 이 마저도 금지한다. 이 연주장을 본거지로 하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연주라 특별히 연주자들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운 것은 아닐 듯 한테 공연장 관리자측의 단순한 규정에 의한 것 같다. 어제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관객들은 여기 저기서 ‘감동의 순간’을 담고자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을 하고 안내자들은 일일히 쫓아 다니며 이를 제지하였다.
공연장에서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이유가 공연분위기를 해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육중한 SLR카메라가 아닌 손바닥에 잡히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촬영하는 것은 옆 좌석에 앉은 청중도 신경쓰지 않을 정도다. 커튼콜 시간 때 막상 공연장 분위기는 좌석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청중이 아니라 일일히 객석을 비집고 쫓아 다니는 안내직원들이 공연장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Y-tube로 소개 되는 외국 공연장의 모습을 보면 유럽의 공연장에서도 커튼콜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젠 공연이 끝나고 커트콜 시간에 청중들이 객석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박수 외에 연주자들에 대한 또 하나의 환호 방법의 하나로 봐 줘도 되지 않을까 ?
내일은 베를린필하모니와 함께 세계최고 Top 2로 꼽히는 비엔나필하모니의 연주회가 있다. 티켓값이 최고 43만원 까지 하지만 내 생애에서 비엔나필하모니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아 경로할인혜택에 힘입어 과감하게 R석으로 예매했다. 내일 만큼은 나도 비엔나필하모니의 공연장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고 싶은데 제지를 당하지 않을지 궁금하다.